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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마음의 분노를 껐다...US오픈 아마추어 소방관이 3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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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람을 구하는 매트 파르지알리는 파를 세이브하는데도 탁월한 실력을 보여줬다. [AP/Frank Franklin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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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에 소방관이 출전해 선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인근 브록크톤 소방서에서 일하는 매트 파르지알리(30)다.

1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시 인근 시네콕힐스 골프클럽에서 벌어진 US오픈 3라운드까지 파르지알리는 중간합계 11오버파로 33위를 기록했다. 컷 탈락한 타이거 우즈, 로리 매킬로이, 조던 스피드 보다 좋은 성적이다.

사람을 구하는 직업을 가진 그는 파를 세이브하는데도 마스터였다. 1번 홀에서 그는 티샷을 훅을 내면서 VIP 텐트 근처에 떨어뜨렸다. 두 번째 샷도 그린에 올리지 못했는데 파를 했다. 2번 홀에서도 그랬다. 3번 홀에서는 티샷이 벙커에 가고 두 번째 샷도 홀과 100야드 정도를 남겼는데 어쨌든 파는 해냈다.

파르지알리는 1, 2라운드에서 각각 4오버파, 3오버파를 치고 컷을 통과했다. 미국은 제복을 입은 경찰이나 군인, 소방관을 존경한다. 그런 그가 컷을 통과하자 “소방관이 타이거 우즈(10오버파) 보다 성적이 좋다”는 보도가 나왔고 많은 갤러리가 따라다니면서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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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파르지알리. [John Wilcox/보스턴 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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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지알리는 지난해 US미드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마스터스와 US오픈 출전권을 얻었다.

이전까지 미드 아마추어 우승자들은 대부분 변호사 등 화이트칼라 아마추어 골퍼였다. 그가 일하는 브록크톤시의 환경이 나쁘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다. 브록크톤은 슬럼이며 바람이 강한 지역이다. 파르지알리의 아버지와 삼촌, 처남 등은 이 위험한 곳에서 소방관으로 일했다.

파르지알리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빈 들에 만든 간이 연습장에서 골프를 배웠다. 골프장에서 손님들 가방을 내려주고 클럽을 닦아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실력을 닦았다.

대학 때 골프팀에 들어가 성적을 냈고 프로로 전향했지만 이후 잘 안 돼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소방관이 됐다. 파르지일리는 “피가 끓고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위험한 상황을 동료들과 팀워크로 이겨내는 소방관 생활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마추어 자격을 복원하고 미국 대표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물론 쉽지 않았다. 응급환자 때문에 한숨도 자지 못한 상태로 경기하는 일도 잦고 US미드아마추어 결승에서 승리하고 새벽 2시에 집에 도착해 5시간 쉰 후 출근해야 했다.

3라운드에서 그는 4오버파를 쳤다. 이날 바람도 불고 홀 위치가 어려워 많은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언더파는 3명이었고, 80타를 넘긴 선수가 8명이었다. 리키 파울러는 14오버파를 쳤다.

필 미켈슨은 그린 밖으로 움직이는 공을 쳐 벌타와 비난을 받았다. 코스가 어려워 마음대로 되지 않자 선수들이 분노를 참지 못해 더 큰 실수가 나왔다. 소방관 파르지알리도 악조건이었지만 마음속의 불을 잘 껐다.

뉴욕=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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