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스페인 프로리그에 뛰면서 세계 축구의 투톱으로 활약하고 있는 두 선수의 월드컵 첫 경기는 똑 같은 무승부라도 희비가 엇갈렸다.
문제는 메시(바르셀로나)의 조급함과 전략 부재였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 메시는 처음 월드컵에 출전한 아이슬란드를 맞아 중앙돌파에서 번번히 막히더니 페널티킥 조차 실축하며 기본으로 이겨야할 상대 아이슬란드와 무승부를 기록하고 말았다.
망연자실 메시 [제공=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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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 D조 첫 경기 아르헨티나-아이슬란드 전이 열린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은 메시에겐 ‘동토(凍土)의 땅’이었다. 전반전 부터 문전에 포진한 아이슬란드의 거미줄 수비벽에 막혀 중앙돌파는 실패했고, 공간창출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자신에게 선수 2-3명이 몰리면 대체 선수에게 볼이 가도록 ‘수비수 몰이’ 역할만 한뒤 동료의 공간창출을 도와줬어야 하는데, 뭔가 조급해 보이는 표정이 역력했다. 막무가내 중앙돌파를 하다가 막히는 모습은 1980년대 아시아 축구를 연상케 한다.
밝은 표정으로 다시 연습에 임하는 호날두 [제공=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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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의 트레이드 마크인 2대1 패스는 단조로웠기에 아이슬란드 수비수에게 쉽게 간파당해 단 한번도 상대 골키퍼와의 1대1 상황을 만들지 못했다.
라이벌 호날두가 스페인전에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찬사를 받은 다음 큰 중압감으로 그라운드에 올라서서인지 몰라도, 메시는 전략적이지 못했다.
후반전엔 최악의 모습이 여러 차례 나왔다. 메시는 후반 17분 페널티킥 기회를 잡아 왼발 강슛을 날렸지만, 상대 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고개를 숙였다.
후반 33분엔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후방 패스를 받아 슈팅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상대 수비수에게 공을 빼앗기며 헛발질을 하는 굴욕까지 보였다. 특유의 왼발 감아차기는 골대를 빗나갔고, 상대수비가 왼발쪽을 집중마크하자 오른발로 날린 슈팅은 정확도가 떨어졌다.
경기가 1대1 무승부로 끝나자 아르헨티나 감독을 도망치듯 벤치를 떠났고, 메시는 허탈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걸어나왔다. 축구 천재로 전략과 지혜, 상대팀 분석가 없으며 그냥 그런 선수일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경기였다.
한편 호날두는 앞서 소치에서 열린 B조 1차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팀의 세골을 모두 넣으며 월드컵 역대 최고령 해트트릭 신기록을 작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해트트릭 기록한 날 호날두는 1985년 2월 5일생으로 33세 131일째를 살고 있었다. 종전기록은 네덜란드의 롭 렌센브링크가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이란전에서 세웠던 30세 335일이다.
2대3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 막판, 호날두는 후반 43분 프리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잠시 생각에 잠기면서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골을 골문 안 원하는 지점에 빠르게 넣을 수 있도록 신체 기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이를 고도의 집중력이라고 부른다. 결국 호날두의 환상적인 오른발 프리킥 골은 조국을 패배의 위기에서 구출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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