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5골 폭죽에… 최약체 평가 러시아가 뒤집어졌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사우디와 개막전 5-0 대승

전날까지 “실패할 운명” 암울

러 국민 3전 전패 걱정서 대반전

“누가 와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일보

러시아 팬들이 15일 모스크바 거리 응원전에서 팀이 5-0 대승을 거두자 기뻐하고 있다.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 2018 러시아월드컵이 15일(한국시간)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로 막을 올렸다. 비교적 차분했던 전날과 달리 개막전 경기가 러시아의 대승으로 끝나자 본격적으로 축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일보

아르헨티나 팬들이 15일 모스크바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응원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박진만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오전 모스크바 최대 관광명소인 붉은광장 인근 거리는 축구팬들의 응원전으로 가득 찼다. 리오넬 메시(31)의 유니폼을 입은 수백 명의 아르헨티나 팬들은 한 손에는 맥주를 들고 다른 손은 하늘 위로 뻗은 채 북소리에 맞춰 응원가를 불렀다. 아르헨티나 팬들은 응원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모스크바 거리에 내걸어 이 곳이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아니냐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거리의 나무 벤치들은 팬들이 밟고 올라 껑충껑충 뛴 탓에 대부분 파손됐다. 형형색색의 모자를 쓴 콜롬비아 팬들, 국기를 몸에 두른 페루 팬들은 거리 식당의 테라스 자리를 모두 차지해 응원전을 펼쳤다. 남미 최대 라이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팬들이 대치하고 응원 맞대결을 펼치는 풍경도 펼쳐졌다.
한국일보

모스크바 시내의 나무 벤치들은 팬들이 올라 방방 뛰는 바람에 심하게 파손됐다. 모스크바=박진만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실 이날 경기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에는 무거운 기운이 감돌았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월드컵을 두고 “실패할 운명”이라는 암흑 빛 전망을 쏟아냈다. 그도 그럴 것이 러시아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32개국 나라 중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70위로, 꼴찌에 해당했다. 러시아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별 리그 탈락 뿐 아니라 3전 전패를 걱정해야 할 처지였다. 그러다 보니 모스크바 거리 ‘안방’이 해외 팬들의 광란의 응원전으로 점령당할 동안, 정작 러시아의 국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월드컵을 치르기 위한 비용이 약 140억달러(약 1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며 불거진 논란도 러시아 팬들의 표정을 어둡게 했다.
한국일보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일인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 앞에서 축구팬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막전이 분위기를 단숨에 바꿔놓았다.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은 팀의 득점이 나올 때 마다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2-0 리드를 지키며 전반을 마무리 했을 때만 해도 ‘지지 않았다’ 정도의 의미에 불과했지만, 추가시간에도 골 세례를 퍼부으며 5-0 대승을 완성하자 이는 1승 그 이상의 의미로 바뀌었다. 경기장에서 만난 미카일 플로바(33)씨는 “이런 결과를 예상치 못했는데 믿을 수 없다”며 “누굴 상대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감격해 했다. 이날 경기 후 모스크바 시내 상점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병, 캔에 담긴 주류는 판매할 수 없다”는 안내 문구가 붙었다.

러시아에게는 우루과이와 이집트라는 만만치 않은 상대가 남아있다. 이들 두 경기에서도 승리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러시아가 이번 개막전을 통해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는 점 만은 확실해 보인다. 미드필더 알렉산드르 사메도프(34)는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우리 팀에 대한 평가를 잘 알고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건 그저 사람들을 자랑스럽게 만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는 약속대로 사람들을 들썩이게 만들었고 대회 자체의 흥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축제의 시작을 화려하게 알렸다.

모스크바(러시아)=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