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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투박했던 러시아 축구, 정말 달라졌을까? 대회 초반 관심사로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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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대회 출전국 가운데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이 꼴찌와 꼴찌에서 두 번째인 나라의 대결로 역대 개막전 가운데 가장 재미없는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의 15일 새벽 경기가 적지 않은 볼거리가 나온 가운데 러시아의 5-0 대승으로 끝났다.

경기 내내 든 의문 가운데 하나가 “러시아 축구가 언제 이렇게 달라졌지”였다. 후반 추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페널티박스 오른쪽을 파고들면서 터뜨린 데니스 체리셰프의 왼발 슛은 유럽 상위권 리그에서도 시즌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한 수준 높은 기량이었다.

물론 이 경기 결과에는 대회를 앞두고 두 차례나 사령탑을 바꾸는 등 어수선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속사정이 있었고 경기 뒤 밝혀진 일이지만 살렘 알 도사리의 등 번호 18에서 8이 거꾸로 뒤집혀 있기도 하는 등 러시아는 온전한 사우디아라비아와 겨룬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도 러시아는 개막전에서 꽤 괜찮은 경기력을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자랑했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을 포함해 이번 대회까지 1958년 스웨덴 대회를 비롯해 모두 11차례 월드컵에 나섰는데 개막전에서는 5승3무3패를 기록했다. 3무 가운데에는 한국과 1-1로 비긴 2014년 브라질 대회, 3패 가운데에는 루마니아에 0-2로 진 1990년 이탈리아 대회가 있다. 5승 가운데에는 1986년 멕시코 대회에서 헝가리를 6-0으로 이긴 게 가장 큰 스코어 차였고 이번이 두 번째 큰 점수 차 승리다.

세대를 아울러 옛 소련 시절을 비롯해 한국 팬들에게 러시아 축구라고 하면 하면 떠오르는 이름으로는 야신~비쇼베츠~사리체프(신의손)~니폼니시 정도가 있지 않을까. 1990년대 중·후반 수원 삼성에서 맹활약한 데니슨을 기억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아이스하키 골리로도 활동한 레프 야신은 월드컵에 3차례 출전했는데 글쓴이가 본 야신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기록영화에서다. 야신은 어린 축구 팬 눈에는 무협 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공중으로 휙휙 날아다니는 듯한 신기로운 방어 기술을 펼쳤다.

나중에 기록을 살펴보니 3-0으로 이긴 북한과 조별 리그 1차전에는 대기 명단에 있었고 1-0, 2-1로 이긴 조별 리그 이탈리아, 칠레와 경기 그리고 8강 헝가리와 경기에 나섰으니 아마도 그 경기를 본 듯하다. 이 대회에서 소련은 러시아를 포함해 역대 월드컵에서 가장 좋은 성적인 4위를 기록했다.

4년 뒤인 1970년 멕시코 대회는 국내에 TV로 중계된 첫 번째 월드컵이다. 이철원 캐스터-주영광(작고) 해설 콤비는 이 대회 모든 경기를 생중계 또는 녹화 중계했다. 이제 막 가동한 금산 위성지구국 덕분이었다. 소련과 멕시코가 맞붙은 이 대회 개막전은 생중계됐는데 0-0 스코어뿐만 경기 내용도 매우 지루했다.

이 경기를 비롯해 러시아 축구는 이후 ‘뻥 축구', 좀 그럴 듯한 표현으로 ’킥 앤드 러시‘의 잉글랜드에 버금가는 재미없고, 투박한 것으로 축구 팬들에게 인식됐다. 성적도 썩 좋지 않아서 이 대회 8강을 끝으로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1982년 스페인 대회 2차 조별 리그(12강), 1986년 멕시코 대회 16강 이후에는 2014년 브라질 대회까지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소련은 1988년 서울 대회 축구 결승에서 연장 접전 끝에 브라질을 2-1로 꺾고 1956년 멜버른 대회 이후 32년 만에 올림픽 챔피언이 됐다. 소련의 멜버른 올림픽 금메달 골키퍼가 야신이다.

서울 올림픽 우승 감독으로 1990년대 중반 한국 축구를 이끈 이가 ‘배추 감독’이란 애칭으로 불린 아나톨리 비쇼베츠다. 비쇼베츠 감독이 이끈 한국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가나를 1-0으로 누르고 멕시코와 0-0으로 비긴 뒤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이미 탈락이 확정된 이탈리아와 1-1로 맞서 8강 진출을 눈앞에 뒀으나 1-2로 역전패해 탈락했다. 비쇼베츠 감독은 이 대회를 끝으로 고국으로 돌아가 FC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휘봉을 잡았다.

러시아 축구에 대한 국내 팬들 인식을 바꿔 놓은 이가 발레리 니폼니시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카메룬을 8강에 올린 니폼니시는 1990년대 중반 부천 SK 사령탑으로 활동하면서 러시아 축구에 대한 기존 인식을 크게 바꿔 놓았다.

멋진 외모만큼이나 세련된 축구로 국내 축구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구단 이름은 제주 유나이티드로 바뀌었지만 미드필드에서 세밀하고 정교한 패스를 추구한 ‘니폼 축구’를 잊지 못하는 팬들이 여전히 많다. 니폼니시 개인 차원이었지만 국내 팬들에게는 러시아 축구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20일 이집트와 2차전, 25일 우루과이와 3차전에서 펼쳐질 ‘2018년 러시아 축구’의 본모습은 어떤 것일까. 예상을 깨뜨리고 나타난 러시아 축구의 새로운 면모가 대회 초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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