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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월드컵] 우리는 상대보다 약하니까, 결국 우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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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13일 오후(현지시간)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첫 훈련에서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겨 있다. 2018.6.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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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뉴스1) 임성일 기자 = "어느 정도 내 머리에 계산은 나왔고 선수들이 얼마만큼 운동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가가 중요할 것 같다. 지금 걱정은 상대보다 우리다. 선수들이 월드컵이라는 중압감에 짓눌려 가지고 있는 것을 제대로 펼쳐 보이지 못하면 어떡하나, 그런 걱정만 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그러지 않게 해주는 게 지금 나의 임무인 것 같다."

열흘 간 진행됐던 오스트리아 레오강 전지훈련을 모두 끝내고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결전의 땅 러시아로 넘어오기 직전 신태용 감독과 뮌헨공항에서 잠시 나눴던 대화다. 괜히 또 색안경을 끼고 '지나치게 자신감이 넘친다' '안일하게 방심하는 것 아니냐'며 못마땅하게 볼 팬들이 있겠지만, 사실 신 감독의 우려는 적절한 고민이다.

다들 공감하듯 월드컵에서 한국은 약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리보다 떨어지는 상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곳이 월드컵이다. 막이 오른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다. 성패의 분수령으로 여기는 1차전 상대 스웨덴도 한국보다는 강하고 16강 단골손님 멕시코와 최강 독일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신태용 감독은 안팎의 못미더운 시선, 나아가 도대체 뭐하는 것이냐는 조롱과 비아냥을 참아내면서 꽁꽁 숨기고 이리저리 꼬면서 여기까지 왔다. 누군가는 '부질없는 일'이라고 했으나 그렇게 숨기는 게, 트릭이라도 쓰는 게 승리를 위한 1%의 도움이 된다면 하고 싶었다는 게 신태용 감독의 속내다. 그는 "스웨덴을 이기고 싶어서 우리는 몸부림을 치고 있다"는 말까지 했다.

그 논란 속에서 팀은 나름대로 스웨덴을 잡을 해법을 마련한 듯싶다. 캡틴 기성용부터 맏형 이용 그리고 막내 황희찬과 이승우까지, 입을 모아 "스웨덴, 진짜 잡을 수 있다"고 외치고 있다. 미리 꼬리부터 내리는 분위기는 아니다. 문제는, 이 다짐이 필드 위에서 구현될 수 있느냐의 여부다. 관련해 한국 축구사를 통틀어 누구보다 많은 비난을 받았던 스트라이커 황선홍 전 FC서울 감독의 경험담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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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 골키퍼 김승규가 월드컵 개막일인 14일 오전(현지시간)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구촌 최대 축구 축제' 러시아월드컵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치 등 총 11개 도시에서 32일간 개최된다. 2018.6.1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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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황 감독은 "결국은 얼마나 평정심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코칭스태프와 고참들이 계속해서 '별 것 아니다' '우리가 준비한 것만 잘하면 된다'는 식으로 선수들에게 확신을 줘야한다. 월드컵을 '특별한 무대'라고만 생각하면 떨릴 수밖에 없다. 마인드 컨트롤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정'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슈팅 하나 놓쳤을 때 비수가 어떻게 쏟아지는지 선수 황선홍만큼 많이 겪어본 이도 드물다. 그는 "과정은 너무 고통스럽다. 부상도 두렵고,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못하면 어떻게 하나 두서없는 생각들이 들게 마련"이라면서 "그런 불확실성을 극복해야 자신들이 땀 흘려 준비한 것을 모두 쏟아낼 수 있다"는 충고를 전했다.

월드컵은 막을 올렸고, 신태용호의 운명이 걸린 스웨덴과의 1차전은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기성용은 "이제는 많이 할 수 있는 훈련도 없고, 지금 와서 무엇을 많이 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 했다. 선수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상황이다.

황선홍 감독은 "없던 기술이 짧은 기간 동안 갑자기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지고 있는 기술이 금방 없어지지도 않는다. 결국 관건은, 가지고 있는 것을 얼마나 펼쳐 보일 수 있느냐의 여부"라고 현실적인 당부를 덧붙였다. 이게 승리의 열쇠다.

월드컵 역사를 돌아보면, 한국이 실패했던 경기들은 소위 '자멸'이 대부분이다. 우리도 열심히 했는데 상대가 워낙 강력해 밀려 쓰러진 기억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월드컵은 그네들도 긴장되고 부담스럽다. 다만 한국은 알아서 먼저 무너져준 덕분에 반대편이 많이 웃었다.

결국 평정심이 관건이다. 남은 기간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것도, 해야 하는 것도 그 조절이다. "우리 것만 제대로 쏟아내라"라는 황선홍 감독 그리고 신태용 감독의 바람만 이루어진다면, 꿈도 이루어질 수 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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