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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김현기의 '신와 함께']라이브 중계 무서워…미디어의 다양화, 신태용호 고충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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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13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팬 공개 훈련을 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상트페테르부르크=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난 그게 제일 무섭다.”

신태용 감독은 호탕한 성격 답게 기자들과도 격의 없는 소통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13일 러시아 입성 뒤 처음 열린 기자회견이 끝나고 한 기자를 가리키며 “저 앞에 있는 카메라(텔레비전 카메라)는 무섭지 않다. 네가 제일 무섭다”는 농반진반을 건넸다. 해당 기자는 신 감독의 회견이 시작되자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담기 시작했다. 대표팀이 월드컵 시즌에 돌입하다보니 꼭 방송국이 아니어도 영상을 찍어 자사 홈페이지에 올리거나 아예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하는 미디어 인력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신 감독과 태극전사의 일거수일투족을 최대한 알리려는 의도다. 거꾸로 생각하면 인터뷰를 하는 당사자에겐 예전 월드컵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디어의 멀티전, 속도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신 감독은 지난 12일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열린 전지훈련 결산 기자회견에서도 이런 부분을 거론한 적이 있었다. 그는 “여기서 인터뷰를 하고 나면 기사가 바로 올라간다. 숙소로 돌아가는 사이에 선수들이 보게 되고 감독이 무슨 뜻으로 말하는지 궁금해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대표팀 감독의 새로운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이해됐다. 사실 요즘은 더 빨라졌다. 인터뷰가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인터뷰가 끝나기도 전에 주요 내용이 포털에 뜨곤 한다. 거기에 오스트리아에서 40명 남짓이던 취재 인력이 러시아에선 부쩍 늘어나 100명을 훌쩍 넘겼다. 13일 회견장엔 외국 언론까지 등장했다. 경쟁은 당연하다. 지면, 인터넷, 방송, 사진 등 기존에 정해진 경계를 넘나든다. 빨리, 그리고 많이 써야 한다.

여기에 비공개 훈련이 부쩍 늘어가고 있는 트렌드도 빼놓을 수 없다. 신태용호는 전술을 숨기기 위해 회복 훈련이나 체력 훈련을 빼고는 15분 워밍업 공개 뒤 비공개로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정보 부족 현상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월드컵 열기 감소로 직결된다. 사실 훈련이 전부 공개되면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이 인터뷰에 시달릴 확률이 확 줄어든다. 훈련 내용에 기사의 주제가 꽤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훈련을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정보의 빈 공간을 신 감독과 선수들, 대표팀 스태프의 ‘말’이 채워야 한다. 신 감독은 지난 14일 28명의 최종 소집 명단 발표 때부터 딱 한 달간 직접 혹은 대한축구협회 영상을 통해 총 15차례, 이틀에 한 번 꼴로 인터뷰를 했다.

어쩌면 스웨덴전을 앞둔 지금부터 신 감독과 선수들은 축구에 더 전념할 수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통제에 따라 신 감독은 경기 전날과 경기 직후, 선수들은 경기 날 공동취재구역으로 인터뷰 시간과 장소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신문 기자는 원칙적으로 사진을 찍을 수 없고, 동영상은 중계권에 걸려 아예 찍을 수 없다. 신 감독은 인터뷰를 많이 하다보니 이런 저런 구설수에 올랐으나 선수들이 ‘인터뷰 논란’에 빠지지 않고 스웨덴전 목전까지 온 것은 다행이다. 기성용이 지난 7일 볼리비아전 0-0 무승부 뒤 “팬들에게 내가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아 죄송하다. 스웨덴전까지 기다려달라”는 진솔한 인터뷰는 대표팀에 대한 부정적 관측을 줄이고 응원을 받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대표팀이 언론과 여론에 흔들리면 안 된다. 단단히 중심을 잡고 의연하게 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지난 11일 이 코너를 통해 펼쳤다. 대표 선수라면 미디어에 똑똑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미디어 홍수에 따른 대표팀의 어려움도 느껴져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말하고 싶었다. 신 감독의 “네가 제일 무섭다” 발언을 듣고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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