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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신무광의 일본통신]한국처럼, 일본도 월드컵 열기 너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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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제공 | 대한축구협회


[도쿄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딱히 관광명소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도쿄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곳 가운데 하나가 JR 시부야역 앞 스크램블 교차로일 것이다. 하루에 약 50만 명이 오가는 이곳은 세계 최대의 교차로라고도 불리는데 일본에서는 4년에 한 번씩 경찰 기동대가 동원돼 교통을 통제할 정도로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가 파랗게 물들곤 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열광적인 서포터들이 스크램블 교차로를 오가는 낯선 사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승리를 축하한 것을 시작으로 매 월드컵 때마다 축구팬들이 시부야를 가득 메우곤 했다.

하지만 러시아 월드컵이 열리는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다른 모양이다. 시부야에 위치한 모 뉴스 매체의 편집장은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시부야의 술집이나 바에서 월드컵 중계를 틀어준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곤 했는데 올해는 그런 분위기도 별로 없네요. 이대로라면 월드컵 기간 중에 스크램블 교차로가 조용할지도 모르겠어요.”

드디어 막을 올린 러시아 월드컵이지만 일본에서는 월드컵 열기가 그다지 높지 않다. 예년 같으면 월드컵 시작 전부터 일본대표팀 선수들이 출연하는 CF가 대량으로 전파를 타거나 대표팀 감독이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일이 많았을 텐데 이번에는 그런 분위기도 아니었다. 지난 2014년 브라질 대회 때는 나가토모 유토의 근육 트레이닝 서적이 3개월 만에 50만부를 돌파하며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는데 이번에는 선수들의 자서전이나 관련 서적의 발매도 적다. 요즘 서점에 가보면 축구나 스포츠 전문잡지는 물론 일반 서적 출판사들까지 앞다퉈 출간했던 ‘월드컵 관전 가이드’ 류의 잡지가 10권 정도 눈에 띄는데 아니나 다를까 판매실적은 좋지 않다고 한다. 일본 대표팀 유니폼도 마찬가지다. 닛케이신문이 스포츠용품 체인점에 문의한 결과 ‘4년 전과 비교해 저조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월드컵 열기가 시들한 것은 일본대표팀에도 원인이 있다. 지난 해부터 계속된 부진에 더해 4월에는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이 전격 해임되고 니시노 아키라 감독이 합류했지만 그 과정을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지금도 들려온다. 대표팀의 평균연령이 29.45세인 탓에 ‘아저씨 재팬’ 혹은 ‘손타쿠 재팬’이라고 불리고 있다. ‘손타쿠(忖度)’란 ‘타인의 기분을 알아서 헤아리다’라는 의미로 아베 정권의 정치 스캔들 때 등장한 뒤 세간에 널리 퍼져 2017년도 신생 유행어 대상 후보에도 올랐다. 할릴호지치 감독의 해임을 두고는 “스폰서로부터 인기가 있고 TV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는 빅 3(혼다 게이스케, 카가와 신지, 오카자키 신지)를 대표팀에 승선시키기 위해 일본축구협회가 스폰서에 ‘손타쿠’해서 감독을 자른 게 아닌가”라는 설이 나왔을 정도였고 그 반작용으로 러시아 월드컵에 도전하는 일본대표팀을 향한 기대와 관심이 사그라들었다고 지적하는 언론도 있었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사이트 ‘nifty 뉴스’에 의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는 응답은 8.0%, ‘그럭저럭 기대하고 있다’가 22.9%, ‘보통’이 24.4%, ‘별로 관심 없다’가 20.9%, ‘전혀 관심 없다’가 23.8%였다고 한다. ‘별로 관심 없다’와 ‘전혀 관심 없다’를 합친 44.7%가 월드컵에 관심을 표시하지 않은 셈이다. 이건 매우 심각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사태다. 예전 만큼의 인기도 없을 뿐더러 흥미와 관심도 불러 모으지 못하는 일본 축구 대표팀. 과연 러시아 월드컵 기간 중에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는 환희와 감동으로 물들 수 있을까. 장례식 분위기처럼 고요해지지 않기만을 바라본다.
피치 커뮤니케이션 대표(번역: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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