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거부 일방적으로 비난했다" 伊, 프랑스와 경제장관회담 취소
오스트리아·덴마크 등은 EU 바깥에 수용 시설 추진
오스트리아·덴마크 등은 EU(유럽 연합)와 상의하지 않고 난민 수용 시설을 공동으로 짓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회원국별로 의견을 제각각 분출하고 있지만 EU는 좀처럼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13일(현지 시각) 오후 열릴 예정이던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제장관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난민 629명을 태운 아쿠아리우스호의 입항을 거부한 이탈리아에 대해 "냉소적이고 무책임하다"고 비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항의하기 위해서다. 이탈리아는 마크롱이 사과하지 않을 경우 15일 열릴 예정인 주세페 콘테 총리와 마크롱의 정상회담도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프랑스는 EU의 난민 분산 정책에 따라 지난 3년간 9816명의 난민을 받아들였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340명만 수용했다"며 "이탈리아를 비난하려면 당장 약속한 9000여 명의 난민부터 데려가라"고 비판했다. 이탈리아가 강경한 입장을 취하자 마크롱은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이탈리아와 손잡겠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사과는 하지 않았다.
독일 내무장관은 메르켈 총리의 연정(聯政) 파트너인 제호퍼 기사당 대표이다. 그는 지난 12일 신분증이 없는 난민의 입국을 거부하는 등 난민 유입을 줄이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메르켈이 "지나친 조치"라며 저지하자 발표를 취소했다. 이튿날 제호퍼는 오스트리아의 쿠르츠 총리를 만나고 이탈리아 살비니 내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해서 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 3국이 난민에게 엄정 대처하는 '자발적인 축(Axis of the willing)'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우선 독일과 오스트리아 경찰을 알바니아로 파견해 발칸반도에서 서유럽으로의 난민 유입을 억제하기로 했다.
오스트리아와 덴마크 등은 EU 바깥에 대형 난민 수용 시설을 지어 난민 유입을 줄이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유력 후보지로는 알바니아가 거론된다. 난민 정책을 둘러싸고 회원국들이 갈등을 벌이거나 독자적인 행보를 하고 있지만 EU는 이견을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 안토니오 타야니 EU 의회 의장은 "난민 문제로 불거진 논쟁이 EU라는 28개국 연합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