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 코치진과 선수들이 지난 8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유니폼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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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96] 러시아월드컵이 이제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15일 자정(한국시간) 개최국인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이제 한 달간 세계 최고의 스포츠 축제가 지구촌을 들썩이게 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월드컵 열기는 예전만 못하다. 온 나라를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2002년 한일월드컵은 예외로 하더라도 1986년 멕시코월드컵 때부터 월드컵은 늘 국민의 밤잠을 설치게 했다. 비록 기대와 응원만큼 잘했던 적은 많지 않았지만, 월드컵은 4년에 한 번씩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켜왔다.
사실 한 달 가까이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이벤트는 월드컵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비단 스포츠에 국한돼 있지 않다. 그래서 월드컵의 경제적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거액을 들여 월드컵과 국제축구연맹(FIFA)을 후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축구와 직접 관련된 분야, 유니폼과 축구화를 제조하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스포츠브랜드들에 월드컵은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그야말로 가장 큰 전쟁터다. 어느 나라의 가슴에 나이키와 아디다스 로고가 붙느냐, 그리고 두 브랜드 중 누가 더 많은 로고를 노출시키느냐, 또 어느 회사가 자사 축구화를 보다 많이 신길 수 있느냐에 소위 '목숨'을 건다. 그들이 축구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이유이며 그 결과는 매출로 직결된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지난 수십 년간 세계 축구 시장을 양분해 왔다. 사실 이들의 치열한 경쟁이 비단 축구에서뿐만은 아니지만, 그 어느 종목이나 대회도 월드컵만큼 뜨겁지는 않다.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32개국을 기준으로 한 각국 대표팀 유니폼의 후원사는 아래와 같다. 이들은 선수들의 오른쪽 가슴에 자사 로고를 새기는 대가로 연간 수십억~수백억 원을 지불한다. 게다가 이들의 계약은 거의 모두 다년 계약으로 이루어져 총액 규모는 1000억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번 러시아월드컵에서는 아디다스가 나이키를 간발의 차이로 앞섰다. 하지만 그야말로 간발이었다. 반대로 4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는 나이키가 간발의 차로 앞섰다.
러시아월드컵 본선 32개국 중 12개국 유니폼인 아디다스의 간판은 지난 대회 우승팀이자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인 독일이다. 연간 지원 금액 기준으로 독일 대표팀에 대한 아디다스의 후원 규모는 4250만파운드로 한화로 환산하면 600억원을 훌쩍 넘는다. 단연 전 세계 최고다. 둘 사이 관계는 아디다스가 독일 회사라는 점도 분명 일정 부분 역할을 했을 것이다. 독일 축구대표팀의 가슴에는 60년 이상 아디다스 로고가 박혀 있었다. 이렇게 장기간 최고 수준의 대우로 스폰서와 협회가 인연을 맺는 것은 전 세계에서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독일 외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인 스페인과 아르헨티나가 아디다스를 입는다. 금번 러시아 직전 두 대회의 우승 팀들은 모두 아디다스 유니폼(2014 독일 우승·2010 스페인 우승)을 입고 있었다. 이번에도 아디다스가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고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의 라인업은 아디다스 못지않게 화려하다. 브라질, 프랑스, 잉글랜드 그리고 대한민국이 나이키를 입는다(참고로 한국이 속한 F조에서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의 유니폼 후원사는 아디다스다). 특히 나이키는 잉글랜드와 2016년 역대 최대 규모인 12년간 총액 4억파운드라는 천문학적 금액에 계약했다. 나이키는 2012년에 8년 계약함에 따라 24년간 대한민국 대표팀을 후원해 오고 있다.
앞서 얘기했지만, 나이키는 러시아월드컵에서 본선 참가 팀 기준으로 아디다스에 간발의 차로 밀렸다. 그리고 지난 브라질월드컵에서는 대회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결승 경기에 후원 팀을 배출하지 못했다(나이키의 간판이자 개최국인 브라질이 4강에서 1대7로 패하는 참사를 겪었다). 전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인 나이키로서는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제외하고 많은 대표팀을 배출한 브랜드는 푸마다. 하지만 푸마는 지난 대회에 비해 후원하는 국가대표팀이 절반(6개→3개)으로 줄었다. 하지만 연속으로 월드컵 진출 팀을 배출하고 있는 브랜드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외에 푸마가 유일하다.
이들 외에는 뉴발란스가 눈에 띈다. 뉴발란스는 미국에 본사를 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유수의 스포츠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축구 시장에 진출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월드컵 첫 데뷔전에서 2팀(파나마·코스타리카)이나 배출했다. 지난 챔피언스리그에서 후원팀인 리버풀이 결승에 오르는 등 분위기가 좋다. 향후 글로벌 축구 시장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월드컵은 아무나 갈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전 세계 200개가 넘는 FIFA 가맹국이 있지만, 4년에 한 번밖에 기회가 없으며 32개국만이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소위 '강팀'들이 계속 올라감을 감안할 때 그 기회는 더욱 적다. 실제로 지난 브라질월드컵 당시 본선에 출전 못했던 팀들 중 새롭게 출전하게 된 팀은 12개 팀으로 전체의 3분의 1을 조금 넘는다. 바꿔 말하면 20개 팀은 두 대회 연속으로 진출한 단골 팀인 것이다. 그런데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후원하는 팀은 이보다 많은 22개 팀이다. 축구 스포츠 브랜드 시장에서 그들의 영향력은 그만큼 막강하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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