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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백조된 보니야와 맙소사된 소사, 변화구로 성패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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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삼성 선발투수 보니야가 10일 대구 LG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 삼성 라이온즈 제공



[대구=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나고 있는 삼성 리살베르토 보니야(28)가 올시즌 최고 투수 LG 헨리 소사(33)를 넘어섰다. 두 투수는 각각 장기인 커브와 스플리터를 적극적으로 구사했는데 보니야가 커브로 임무를 완수한 반면 소사는 스플리터를 난타당해 고개를 숙였다.

보니야와 소사는 10일 삼성과 LG의 대구 경기에 나란히 선발 등판했다. 경기 전만 해도 LG가 괴력을 발휘하고 있는 소사를 마운드에 올려 시리즈 스윕(3연전 모두 승리)을 달성할 것 같았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소사가 1회부터 4실점하며 올시즌 최악의 투구를 펼친 반면 보니야는 4회까지 실점없이 굳건히 마운드를 지켰다. 결과적으로 소사는 6이닝 7실점으로 무너져 삼성 원정경기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했다. 보니야는 7이닝 3실점(2자책)으로 4승째를 올리며 어느덧 삼성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시즌 초반 퇴출 1순위로 꼽혔던 것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보니야다.

두 투수의 희비는 변화구로 인해 갈렸다. 보니야가 현란한 커브로 LG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은 반면 소사의 스플리터는 마음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올시즌 낙폭이 커진 스플리터로 쉽게 타자를 돌려세웠는데 이날 소사의 스플리터는 결정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타자들이 치기 쉽게 가운데로 공이 몰려 정타로 연결됐다. 슬라이더 또한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을 예리하게 통과하지 않았다. 삼성 타자들은 소사가 흔들리자 자신 있게 배트를 돌리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소사는 통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방어율 5.79로 좋지 않았는데 이날도 부진을 끊지 못했다.

반대로 보니야의 커브에 LG 타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타자들은 몸쪽으로 떨어지는 커브의 움직임에 당황하며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커브로 자신감을 찾은 보니야는 커브와 직구 두 구종으로 완급조절하며 차분하게 이닝을 소화했다. 또 하나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비중을 줄이면서 동료 타자들이 만들어낸 리드를 지켰다. 6회초 박용택과 김현수에게 연달아 커브를 공략당해 위기에 처했지만 이천웅과 양석환을 내리 범타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피했다.

4월 중순까지만 해도 보니야는 누구보다 미래가 어두운 외국인선수였다. 시범경기부터 극심한 제구 부진에 시달리면서 삼성 외국인투수 잔혹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추가할 것 같았다. 그러나 보니야는 점차 볼넷을 줄여갔고 자신의 장점을 살려 반등에 성공했다. 삼성이 보니야에게 기대했던 강렬한 무브먼트와 지구력을 고스란히 펼쳐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보니야는 최근 7경기 중 4경기서 7이닝 이상, 6경기서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삼성 선발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과 승리를 기록하며 미운 오리가 아닌 백조로 거듭났다.

경기 후 보니야는 “상대가 체인지업을 노리고 나오는 것 같아 커브를 많이 구사했는데 잘 통했다. 원정보다 홈에서 더 잘하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팬의 응원 덕분인 것 같다”고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이어 그는 “포수 이지영과 오키나와부터 호흡을 맞췄는데 그래서 결과도 좋은 것 같다. 상대팀 선발투수로 마주한 소사와는 전날 연락을 해서 서로 잘 해보자고 했다”고 웃었다. 삼성 김한수 감독도 “보니야가 경기 초반을 잘 막아주면서 우리가 앞서 나갈 수 있었다”고 보니야의 호투에 엄지를 세웠다.

한편 이날 삼성은 12-3으로 LG를 꺾었다. 박해민, 김헌곤, 이원석, 김상수 등이 멀티히트로 맹활약하며 KBO리그 첫 번째로 통산 4만3000안타와 2만3000득점을 돌파해 기쁨은 두 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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