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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모든 난민 환영" 트뤼도 대인배 트윗의 혹독한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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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쪽에서 국경 넘어오는 난민 신청자 넘쳐 골머리

야당 "당장 트윗 철회하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작년 1월 트위터에 '모든 난민을 환영한다'고 쓴 이후 캐나다의 일부 주(州)와 대도시들이 미국 쪽에서 국경을 넘어와 난민 신청을 하는 외국인들로 홍역을 앓고 있다.

트뤼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무슬림 7개국에 대한 비자 발급 중단 조치를 내리자 작년 1월 29일 트위터에 '박해와 테러, 전쟁 난민 여러분, 신앙에 관계없이 캐나다는 환영합니다. 다양성은 우리의 힘입니다. #웰컴투캐나다'라고 썼다.

트뤼도는 이 트윗으로 국제사회에서 '대인'소리를 들었지만 대가는 컸다. 수많은 이가 미국과의 뻥 뚫린 국경을 걸어 넘어 입국했다. 두 나라 사이엔 출입국 신고를 하는 공식 통로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동네 길들이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길이 미 뉴욕주 북부와 캐나다 퀘벡주 사이의 '록섬(Roxham) 로드'다. 공식 출입국 통로에서 정식으로 난민 신청을 하는 이들과 달리 도보 월경(越境)자들은 국경 근처까지 버스를 타고 와 이민 가방을 끌고 록섬 로드를 걸어 캐나다로 넘어온다. 그곳에서 기다리는 캐나다 경찰에 연행되면 입국 절차는 끝난다. 몬트리올의 난민 대피소에서 수주 간 구금돼 난민 심사를 받고, 그동안 자녀의 공립학교 교육과 건강보험 혜택도 받는다. 이들의 난민 신청은 공식 절차를 밟아 접수된 신청 서류에 포함돼 일종의 '새치기' 접수가 된다.

트뤼도 총리의 트윗 이후 무려 2만7000명이 이렇게 무작정 걸어서 넘어왔다. 일간지 토론토선은 지난 25일 "올해 1~4월에만 도보 월경 난민 신청자가 7600명을 넘었다"며 "미국에서 오는 이런 '새치기' 난민만 받아도 캐나다의 올해 난민 할당 숫자(2만600명)는 금세 넘는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은 전쟁·테러 난민이 아니라 미국 내 불법 체류하는 아이티인들이나 미국을 경유해 캐나다로 이민하려는 나이지리아인들이었다.

난민들이 넘쳐나자 퀘벡주 야당인 퀘벡당 의원들은 지난 8일 트뤼도 총리에게 '캐나다가 난민 자격도 따지지 않고 무조건 환영한다는 잘못된 희망을 주고 있다"며 "당장 트윗을 철회하라"고 항의했다. 연방의회에선 야당인 보수당이 "근시안적인 트윗 하나로 캐나다가 불법 입국자들의 침략을 받는다"고 비난한다.

급기야 지난 13일 캐나다 정부의 아흐메드 후센 이민·난민 담당 장관은 나이지리아를 방문했다. 트뤼도 총리의 트윗은 '잊어 달라'고 당부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캐나다 정부도 작년에 53%였던 도보 월경자의 난민 자격 부여 비율을 올해 1~3월엔 40%로 낮췄다.

[이철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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