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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인가 무고인가? 남녀전쟁터 된 '양예원 사건' 세 가지 쟁점

조선일보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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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인가 무고인가? 남녀전쟁터 된 '양예원 사건' 세 가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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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쪼개진 ‘양예원 사건’
“무고 특별법 만들라” VS “성범죄 촬영이 문제”
양예원은 누드촬영 알고 찍었나
카카오톡 대화창 공개 이후 논란 커져

“강제로 음란 사진을 찍었고, 집단 성추행도 당했다”는 유명 유튜버 양예원(24)씨. 양씨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가 나왔을 때 대중은 분노했다. 예술을 빙자한 ‘스튜디오 비밀 촬영’에 대해서 조사하라는 여론도 비등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비밀촬영’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스튜디오 실장 정모(42)씨가 양씨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서부터다. 여기에는 양씨가 먼저 “이번 주 일할 것(사진 촬영) 없을까요?”라면서 정씨에게 먼저 촬영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 30일 정씨는 ‘무고죄’로 양씨를 맞고소했다.

‘양예원 사건’은 성(性)대결 양상으로 번졌다. “무고죄 특별법(일명 양예원법)을 제정하라”고 외치는 대다수는 남성, “애초에 성범죄와 가까운 촬영을 한 것이 문제”라고 항변하는 쪽은 주로 여성들이다. 여론은 반으로 갈리고 있다.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이 쟁점을 짚었다.

지난 16일 양예원(24)씨가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성범죄 피해사실을 털어놓고 있다./유튜브 캡처

지난 16일 양예원(24)씨가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성범죄 피해사실을 털어놓고 있다./유튜브 캡처


쟁점 1. 양예원이 먼저 촬영 요구했나
“저는 성범죄 피해자입니다. 꼭 한 번만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지난 16일 양씨는 유튜브를 통해 성폭력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2015년 ‘피팅 모델’ 일로 알고 갔던 스튜디오에서 실장 등의 협박으로 음란사진을 찍었다는 것이다.

양씨는 “극도의 공포와 수치스러움을 느꼈지만 ‘살아서 나가자’는 마음에 어쩔 수 없이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영상은 조회 수 600만 회를 넘어설 정도로 여론의 관심을 받았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 22일 ‘스튜디오 비밀 촬영’을 주도한 혐의로 정씨를 소환 조사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정씨가 지난 25일 언론을 통해 양씨와의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공개한 것. 양씨가 보낸 메시지에는 스스로 원해서 촬영했다고 비칠 만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번 주에 일할 거 없을까요?”(2015년 7월 27일) “몇 번 더 하려고요. 일 구하기 전까지”(8월 1일) “혹시 금요일 낮에 촬영할 수 있나요?”(8월 26일) “뭘요~유출 안 되게만 신경 써주시면 제가 감사하죠”(9월 2일) 등이다.


또 △한 차례 촬영이 진행된 이후에도 양씨가 ‘일감’을 달라고 한 점 △대화 분위기가 부드러운 점 △양씨가 ‘돈이 필요하다’며 적극적으로 일감을 달라고 하는 점은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추행당했다”는 양씨 주장과 배치된다.

반면 양씨는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씨가 공개한 대화 내용은 본인에게 유리한 내용만 남긴 ‘편집본’이라는 것이다. 양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공개된 대화가 처음 시작된 것은 7월 5일인데, 그 이후 대화는 7월 19일로 나온다”면서 “그 사이(7월5일~19일) 모두 2번의 촬영이 있었는데 카톡이든 전화든 중간 내용이 없을 리 없다. (정씨가) 중간 내용을 떼 먹고(공개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화내용이 담긴 휴대전화를 정씨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쟁점 2.누드촬영 내용, 사전에 알았나
초점은 ‘양예원이 촬영 내용을 사전에 알고 응했느냐’에 맞춰져 있다. 누드촬영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임했다면 “강압적 분위기에서 당했다”는 양씨 폭로는 거짓이 되기 때문이다.


양씨는 “몰랐다”고 한다. “(피팅모델) 면접 때는 그냥 벽에 서서 (평범하게) 촬영했어요. 첫 면접 때 스튜디오 실장 정씨가 ‘일반 콘셉트 촬영’이라고만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계약서도 따로 주지 않고 스튜디오 측이 보관하겠다고 했어요. 그때까지 한 번도 계약서라는 걸 써 본 적이 없어서 그런 줄 알고 넘어갔습니다.”

정씨는 경찰에서 “계약에 따라 정상적으로 촬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촬영에 앞선 면접에서 보수는 얼마 줄지, 촬영 콘셉트는 어떻게 될지 등을 양씨와 상의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한 차례 촬영 이후에도 양씨가 계속해서 (촬영)일을 원했다는 점만 봐도 강제추행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별 변호사는 “계약서에 ‘선정적인 자세로 누드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고, 양씨가 동의했다면 성추행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대로 △양씨가 계약해지 의사를 보이며 거부했거나 △계약서에 ‘노출’ 등의 조건이 명시되지 않았다면 성범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전 변호사 설명이다.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양씨는 촬영 과정에서 거부 의사를 밝혔을까. 이 대목에서는 진술이 엇갈린다. 양씨는 “그 사람들(정씨와 사진 작가들)에게 내 몸을 만지라고 한 적도, 그런 옷을 입겠다고 한 적도 없다. 싫다고도 이야기했다”라고 말하고 있다.

반면 정씨는 “스튜디오에서 노래도 틀어놓고 좋은 분위기에서 (촬영을) 잘 했다. 문을 잠그거나 강제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사진 작가들을 상대로 거부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쟁점 3. 사진 작가가 찍은 누드, 유포해도 되나
양씨의 사진이 어떻게 유출·유포되었는가는 사건의 또 다른 갈래다.
양씨가 누드 촬영에 동의했고, 현장에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유포는 별개의 범죄로 다뤄지는 것이다. 현행법은 무단으로 촬영물을 유포하거나 판매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로선 양씨가 유포에 동의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실제 양씨는 카카오톡 대화에서 “유출 안 되게 신경 써달라”며 정씨에게 부탁했고, 정씨도 “신경 많이 쓰고 있다”라고 답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23일 양씨의 노출 사진을 파일공유 사이트에 올린 혐의로 강모(28)씨를 대전 주거지에서 긴급체포했다. 강씨는 재(再)유포했을 뿐이며 최초 유포자는 아니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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