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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격전지 르포②충남] 연이은 '미투' 폭풍 지나간 中原의 승자 누가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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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추문과 추락으로 상처를 입었지만, 충남은 여전히 ‘중원(中原)’이다. 위치상으로도 한국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으며, 수도권과 남부지방의 가교 역할을 통해 선거의 전체적인 흐름을 결정하는 요충지다.

충남지사를 두고 격돌하고 있는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충남도지사 후보와 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도지사 후보의 대결은 그래서 더 흥미롭다.

25일 오전 충남 아산시의 온양온천 전통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이었다.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41세의 한 도민은 “충청도는 선거 끝날 때까지 모른다”면서도 “민주당이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양승조 후보의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4선인 만큼 지역 현안 해결을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며 “그에 비해 이인제 후보는 ‘올드보이’, ‘흘러간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했다. 이어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추문도 대세에 크게 영향은 없다”고 했다.

42세의 박 모 씨는 이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 그는 “충남은 자민련의 텃밭이었던 만큼, 토박이들은 보수 세가 강하다”며 “더구나 안 전 지사의 미투사건을 용납할 수 없어 민주당에 도저히 표를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상점을 운영하는 할머니 역시 “중요한 건 당장 하루 벌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같은 정책으로 자영업자를 말려 죽이는 민주당 후보를 찍어줄 생각은 없다”고 했다.

지금까지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20%포인트 내외의 격차를 보였다. 25일 발표된 중앙일보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양 후보 41.9%·이 후보 21.5%였고, 전날 MBC와 코리아리서치센터의 조사에서는 양 후보 40.3%·이 후보 20.2%였다. 충남지사 선거와 관련된 각종 여론조사와 그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https://www.nesdc.go.kr)를 참고하면 된다.

조선일보

양승조 후보 캠프/김하나 인턴기자


이같은 지지율 격차를 바탕으로 양 후보 측은 승리를 장담했다. 양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원하자는 심리가 양 후보에 대한 표로 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충청도의 민심은 구들장과 같다”며 “며칠 새 급변하는 다른 지역과 달리 천천히 지지세를 형성하고,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양 후보측은 이전 유력 충남지사 후보였던 안 전 지사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추문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지율 격차가 꾸준히 20%급으로 나오는 만큼 이 후보 측 역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지만, 선거운동이 계속될수록 이 부분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는 양 후보 지지율이 충남지역의 민주당 지지율보다 낮지만, 선거 막판에는 후보 지지율이 당 지지율을 추월하리라 예상했다.

반면 이인제 후보 측은 아직 역전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아직은 우리가 불리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이 후보의 승리를 100% 장담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요즘 샤이 보수(자신이 보수성향임을 드러내기 꺼리는 유권자층)가 많은데, 충청권은 특히 자신의 속내를 쉽게 밝히지 않는만큼 샤이 보수 비율이 더 높다”며 “지난 24일의 충남지사 후보 여론조사에서 34.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 부동층 중 10~15% 정도가 샤이 보수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 지지율 차이는 10%포인트 수준인 만큼 샤이 보수를 결집시킨다면, 그 여세를 몰아 막판 대역전을 이룰 수 있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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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후보 캠프/김하나 인턴기자


그는 또 “광역지자체장 선거는 기초지자체의 선거와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데 15곳의 충남 기초지자체 중 당진·계룡·금산 등을 제외하면 한국당 기초지자체장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 후보 측은 “구본영 천안시장의 경우 검찰에 기소를 당한 상태고, 아산의 경우에도 복기왕 전 시장이 민주당 충남도지사 경선에 나서며 사퇴했기 때문에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역 여론이 좋지 않다”고도 했다. 더구나 양 후보가 천안·아산을 제외하고는 이 후보보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만큼, 충남 남부 지역을 석권할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올드 보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그만큼 경륜과 경험이 풍부한 검증된 후보라는 뜻”이라며 “민생·경제 메시지를 통해 지지층을 결속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상대적 약세 지역인 천안·아산 등지에서 역전을 일궈낸다는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설령 천안·아산에서 역전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박빙 열세 수준이라면 충남 전체에서는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아산=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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