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균은 한화의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1년 전 이 시기만 해도 그는 프로 데뷔도 치르지 못한 중고 신인이었다. 2017년 6월 29일 청주 kt전을 통해 프로 첫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서균은 현재 한화 불펜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이미 지난해 경기수(14→26)를 넘었으며 첫 세이브 및 첫 홀드도 경험했다. 서균은 팀 내 최다 구원 등판 투수다.
정우람(왼쪽)은 마무리투수 중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한화는 25일 문학 SK전까지 49경기를 치렀다. 구원 등판 투수는 총 15명이었다. 지난해 49경기 기준과 같은 숫자다.
그러나 얼굴이 바뀌었다. 서균은 물론 20번 이상 호출된 박상원(21경기), 박주홍(20경기)도 지난해 5월 1군에 없었다. 2000년 태생 신인 김진욱(2경기)도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해 불펜의 중심축은 정우람(21경기)을 비롯해 송창식(28경기), 박정진(22경기), 심수창(18경기), 권혁, 윤규진(이상 14경기), 장민재(12경기)였다. 25일 현재 1군 엔트리에는 이 중 정우람와 장민재, 2명만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던 송창식과 심수창은 3경기씩 뛴 뒤 2군으로 내려갔다. 박정진과 권혁은 1군 엔트리에 한 번도 등록되지 않았다. 네 명의 투수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출전한 경기는 735경기였다. 숨고르기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한화의 뒷문은 더욱 견고해졌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3.37로 1위다. 3점대 평균자책점은 한화가 유일하다. 2위 kt도 4.49다.
불펜은 25일 현재 단독 3위에 올라있는 한화가 고공비행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뒷문이 단단하니 뒷심이 세졌다. 한화는 28승 중 16승이 역전승이었다. 10개 팀 중 최다 기록이다.
한화 불펜은 19세이브(1위) 26홀드(2위)를 기록했다. 베테랑의 활약은 변함없다. 정우람은 18세이브(2승)로 이 부문 단독 1위다. 안영명도 8홀드(2승)로 투심을 장착한 송은범(4승 4홀드)과 더불어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49경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1년 전 한화 불펜은 7세이브 11홀드에 그쳤다. 정우람이 6세이브, 송창식과 권혁이 5홀드씩을 기록했다. 안영명은 홀드가 하나도 없었다.
이길 기회가 마냥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한화는 지난해 49번째 경기에서 20승 고지를 밟았다. 아홉 번째로 늦었으나 5위 롯데, 넥센과 승차는 4.5경기였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4.97이었다. 올해보다 1.30이나 높았다.
올해는 내용이 알차다. 특히 볼넷도 상당히 적은 편이다. 181⅔이닝 동안 볼넷 60개만 허용했다. kt(50개) 다음으로 적다. 단, 한화 불펜은 kt(168⅓)보다 13⅓이닝을 더 던졌다. WHIP 1.30으로 1위다. 상당히 깔끔했다.
서균은 달라진 한화 불펜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사진=김영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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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최재훈은 “1년 사이 투수의 기량이 향상된 부분도 있으나 무엇보다 타자와 싸울 수 있다는 게 긍정적이다. 지난해만 해도 승부를 피하다 볼넷을 내줬고 곧이어 홈런을 맞았다. 올해는 볼넷이 줄었다. 건강하고 씩씩하게 던지는 투수들이 고마울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불펜 관리는 어느 팀이나 한다. 최대한 연투를 피하며 투구수도 관리한다. 그러나 ‘정도’가 있기 마련이다. 지난해 한화는 3연투 이상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49경기를 치르는 동안 정우람, 송창식, 박정진, 권혁, 장민재, 윤규진, 김범수 등 7명은 최소 한 번씩은 3경기 연속 등판했다. 박정진과 윤규진은 5경기 연속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3경기 연속 등판한 투수는 정우람, 서균 등 2명이다. 3일 연속 등판한 경우는 정우람 밖에 없다.
송진우 투수코치는 “시스템은 어느 팀이나 비슷하나 그 시스템을 계속 따르고 있다. 모양새가 갖춰지게 됐다”라며 “장민재와 이태양을 선발투수 뒤에 붙이는데 티가 나지 않을 뿐 잘해주고 있다. 서균을 스페셜리스트로 활용하면서 안영명, 송은범, 정우람까지 이어가도록 한다. 박주홍과 박상원은 데미지를 안 받도록 신경을 쓴다. 분명한 것은 절대 무리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정우람이 철벽을 자랑하는 부분도 크다. 올해도 변함없는 마무리투수 수난시대에 정우람은 0점대 평균자책점(0.82)을 자랑하고 있다. 세이브 2위 함덕주(두산), 정찬헌(LG·이상 10세이브)과 격차도 크다.
송 코치는 “우리는 마무리투수 불안이 없다. 정우람이 있기에 8회까지만 잘 버티면 된다”라며 “선발투수가 6회까지 책임지면 6,7명 투수로 7,8회를 막으면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불펜에 뚜렷한 전력 보강은 없다. FA 투수가 영입된 것도 아니다. 신인 박주홍을 제외하면 ‘있는 자원’으로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한용덕 감독은 이에 대해 “다른 곳에서 바라봤을 때 투수들의 기량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역할 분담이 잘못돼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그 단추만 잘 끼워 맞추면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는데 잘 맞아 떨어졌다. 각자 주어진 역할에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선수들이 그 책임감을 느끼며 움직이니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태양도 “코칭스태프와 불펜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뤄진다. 불펜에서 상황을 빨리 파악한다. 누가 나갈 차례라는 걸 다들 인지한다. 그렇게 체계적으로 준비하니 선수들도 좋은 컨디션으로 마운드에 오른다. (선수들도 머릿속으로)계산이 다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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