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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부영이 전국 각지에 지은 ‘사랑으로’ 아파트를 찾아 다녔다. 입주 4달째에 접어든 곳부터 15년을 훌쩍 넘긴 오래된 곳까지 부영 아파트 입주민들은 하나같이 하자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아파트의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고, 입주민들은 곰팡이와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심지어 변기에서 오물이 역류해 거실까지 침범하는 등 끔찍한 일을 겪은 세대도 있었다.
여기서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은 부영의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태도다. 부영은 역류한 변기 밑동에 백색 시멘트를 대충 발라 보수 완료 처리를 해버렸고, 외벽에 노출된 녹슨 철근에 실리콘을 덕지덕지 발라 가리는 이른바 ‘땜질’ 보수를 하고 있었다.
15일 방송되는 ‘PD수첩’이 취재한 부영 아파트의 하자를 살펴본 전문가는 혀를 내두르며 이대로 두면 입주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심각한 진단을 내렸다.
취재 중 부영의 ‘사랑으로’ 아파트 공사현장에 참여한 협력업체 제보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하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부영의 충격적인 공사 현장의 실태를 증언했다. 한 협력업체 직원은 부영을 ‘갑질’로 말하자면 건설회사 100군데 중 1위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부영은 협력업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공 중간 단계를 과감히 생략하고, 공사 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하는 등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아파트를 지었다. 경기도의 한 부영아파트는 입주 후 8만 건이 넘는 하자 민원이 무더기로 접수될 정도로 당시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됐다. 취재 결과 서로 부실 책임을 떠맡기려는 지자체와 감리업체의 실상이 드러났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 속에 발생한 피해는 입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각종 민원과 의혹 속에서도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부영의 힘은 무엇이었을까. 부영은 국가의 땅을 싸게 매입하고 국민의 돈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을 독식해 부실한 아파트를 짓는다. 이후 입주민에게 과도한 임대료를 책정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며 단숨에 재계 16위까지 올라섰다. 이러한 부영의 전횡 속에 국가는 두 손 놓은 채 특정 건설사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던 작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부영이 부를 축적한 또 다른 수법을 발견해 검찰 고발까지 강행했다. 사실 확인 결과, 숨겨져 있던 계열사들은 이중근 회장의 친인척이 소유주였고, 차명주주로 신고한 이 회장의 회사들도 드러났다. 그 동안 계열회사를 누락 시키고 차명으로 주주를 등록해 회사를 운용하는 등 교묘히 감시망을 피했던 부영. 현재 검찰은 부영의 이중근 회장에게 총 12개의 혐의를 적용해 부영 그룹을 집중 겨냥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5월 8일, 부영 그룹 이중근 회장의 1차 공판이 진행됐다. 그는 4300억 원대의 횡령, 배임 등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앞으로 펼쳐질 치열한 법정 공방을 주목하며, 피눈물 흘리는 서민들의 외침 속에 성장한 부영 그룹과 그 중심에 서있는 이중근 회장의 실상을 고발한 ‘PD수첩’은 오는 15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서경스타 김주원 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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