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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Y터뷰] 유해진 "생명체 같은 작품, 잘 살아가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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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배우요? 저는 벅차요. 부담도 되고요. 나날이 어깨가 무거워지네요.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이 온 느낌도 있고요.(웃음) 당연히 행복하죠. 운이 좋은 놈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겁이 나기도 합니다."

'믿고 보는 흥행 배우 중 한명'이라는 말에 배우 유해진은 이렇게 답했다. 중학교 때 우연히 접한 故 추성웅의 모노드라마를 보고 "내가 하고 싶은 게 저것"이라고 확신한 유해진은 꾸준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단역과 조연을 거치며 영화계에서 신스틸러로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냈고, 2016년 '럭키'를 통해 697만 관객을 동원하며 '원톱' 배우로도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후 '공조'(781만) '택시운전사'(1218만) '1987'(723만)까지 완벽한 흥행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대중들의 믿음을 지켜내는 것이 내 일"이라면서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그렇지만 어느 배우든 다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해진이 지난 9일 개봉한 영화 '레슬러'(감독 김대웅)에서 20년차 '프로 살림러' 귀보 역으로 다시 한 번 '유쾌한 유해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전직 국가대표 레슬링 선수에서 이제는 홀로 아들 성웅(김민재) 뒷바라지에 전념하는 귀보 앞에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닥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자식과 부모의 성장이 느껴지는 시나리오라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부모님을 생각하는 시간이 됐어요. 홧김에 던진 한마디가 엄마의 가슴에 못을 박았겠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예전의 저를 돌이켜보고 반성도 많이 할 수 있었죠."



극중 귀보는 '프로 살림러'다. 아내 없이 아들을 홀로 키운, 엄마 같은 아빠다. 호르몬은 넘치고 자식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유해진표 생활 연기의 진수를 엿볼 수 있다. 실제로 귀보와 본인이 비슷하다고 한 그는 "영화에서 제가 빨래를 야무지게 잘한다. 그건 촬영 때 배운다고 되는 게 아니다. 티가난다"고 웃으며 "평소 집에 있을 때 빨래해서 널어놓고, 겨울이(반려견) 밥 주고, 밥 해먹고, 청소하고, 운동가는 것이 일상이다"고 이야기했다.

아들 역으로 호흡을 맞춘 김민재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그는 "나는 레슬링 기본만 배웠는데도 엄청 힘들었는데, 민재는 정말 열심히 했다"고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민재는 대역도 하나도 안 쓰고 본인이 모든 걸 소화했어요. 몸 좀 생각하면서 하라고 말했을 정도였죠. 첫 영화라서 그런지 몰라도 정말 열심히 했고 든든했어요. 아들이 아니라 동생 같더라고요. 나이보다 성숙한 게 있거든요. 말도 잘 통하고 궁합도 잘 맞았죠. 듬직했어요. 이러니까 꼭 아들 자랑하는 거 같네. 하하."



조연에서 주연으로. 그리고 관객들이 신뢰하는 배우가 되기까지. 유해진은 뚜벅뚜벅 천천히 걸어왔다. 때문에 분량이 늘었다고 연기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책임감이 강해졌다. 타이틀롤의 무게가 만만치 않음을 고백했다. 그는 "마음을 계속 졸이고 있다"며 "본래 가진 그릇이 크지가 않다. 속에서 들들들 끓는 거 같다. 요즘은 큰 작품들이 많은데, 작품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제가 찍은 작품이 형체가 없는 생명체 같은 느낌이에요. 자식 같다는 표현도 있는데, 솔직히 자식 같지는 않아요.(웃음) 표현에 따라 다르지만 공을 많이 들인 생명체라는 생각은 들죠. 새끼 반달곰을 자연으로 보낼 때 '좀 잘 살아' '꿀도 잘 따고' 이런 애달픈 마음이 들잖아요. 저에게도 작품의 의미가 그러네요. '레슬러'도 좀 잘 살아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자리까지 오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생명체 같은 작품이 힘을 발휘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무서운 현실에 대한 기억이 있다"던 그는 "영화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게 정말로 힘들다는 걸 안다.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으려고 뭉치는데, 어떤 공식이 있는 게 아니지 않나. 매번 다르기 때문에 더 어렵고 힘든 거 같다"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쉽지 않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1997년 데뷔해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해왔지만 어려운 게 연기란다. "이제 자신 있어 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취채진의 너스레에 "같이 연기하는 친구들을 만날 때 단 한 명도 '나 이제 자신 있어!' '할 만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며 "저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익숙해지지 않은 작업이다. 맨날 다른 얘기, 매번 다른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더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유해진은 멈추지 않는다. 코미디 연기에 특출하다고 거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김치찌개를 잘 끓인다고 그것만 주구장창 만들면 질릴 수 있잖아요.(웃음) 스스로 두려움이 느껴지는 작품도 있어요. 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들기 전에, 재미있게 읽었다면 피하지 말자는 마음이 있습니다. 영화는 대중에게 보여주는 결과물이잖아요. 저랑 어울리지 않더라도, 의미가 있고 필요한 작품이라면 선택해야죠."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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