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회사라 생각하게.”
“그럼 오늘 쉰다.”
한 컷의 그림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출근하기 싫은 어느 날 상상해봄 직한 과장된 행동, 컴퓨터 화면 가리고 홀로 껄껄 웃고 싶은 재치의 문구…. 최근 출간된 <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허밍버드)에 실린 그림이다. 직장생활의 애환을 담은 그림 에세이집이다. 직장생활을 소재를 다룬 그림책들은 이미 여럿 나왔다. 이 책이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사원부터 대표까지 각 직급의 실존 인물을 모델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저자들이 심상찮다.
“그럼 오늘 쉰다.”
한 컷의 그림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출근하기 싫은 어느 날 상상해봄 직한 과장된 행동, 컴퓨터 화면 가리고 홀로 껄껄 웃고 싶은 재치의 문구…. 최근 출간된 <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허밍버드)에 실린 그림이다. 직장생활의 애환을 담은 그림 에세이집이다. 직장생활을 소재를 다룬 그림책들은 이미 여럿 나왔다. 이 책이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사원부터 대표까지 각 직급의 실존 인물을 모델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저자들이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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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 인터뷰를 하기로 한 장소에 그들이 나타나자 첫눈에 ‘화력을 지닌 개미들’임을 직감했다. 이 책의 저자들은 페이스북 페이지 ‘불개미상회’를 운영하고 있는 디자인 회사 불개미 커뮤니케이션 직원들이다. 박은수 대표(31)는 “어차피 (개미처럼) 열심히 일한 것인데, 열정을 담을 수 있는 이름을 찾아보자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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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이 뉴스 헤드라인을 채울 때인 2016년 하반기, 회사 업무량이 급격히 줄었다. 2012년 강원도 춘천에서 문 연 이 회사는 문화·예술사업을 기획하거나 관공서 등의 문화사업 디자인 업무를 위탁 받아 수익을 낸다. 엄혹한 시국 자연히 문화 행사는 줄어들었다. 덕분에(?) 불개미상회가 탄생했다. ‘불개미’들은 페이스북에 한 두 컷씩 그림을 올리기 시작했다. 재치 있는 그림과 글에 공감한 독자들이 생겨났다. 지난해 네이버 그라폴리오 출판 서바이벌 프로젝트에서 1등을 했다. 책은 그 글과 그림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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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개미상회에는 무대표부터 방실장, 주차장, 미팀장, 백과장, 나대리, 주주임, 정사원까지 총 8명이 등장한다. “등장인물 중 다섯 명은 우리를 본떠 만든 캐릭터예요. 각자 생활하면서 느낀 것들, 우리 회사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들, 주변 직장인들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모아서 아이디어 회의를 했죠. 스토리가 완성되면 이영민 팀장(32)이 그림을 그리죠. 마지막에 카피라이터가 문구를 넣는 작업을 했고요.”(박은수 대표)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가족 같은 회사라 해서 들어가고 보니 정말 가족들로 꾸려진 회사였다.’ 불개미 커뮤니케이션은 창업할 때 서로 알고 지낸 사람들로 멤버를 구성했다. 정광순 실장(42)는 “마치 컬링 팀킴의 영미, 영미 친구, 영미 동생 친구 이렇게 이어지는 관계”라며 웃었다. ‘가족 같은 회사’는 때론 비합리적인 회사 구조를 비꼰 표현이지만, 이 회사에선 팀워크를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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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와 직원들은 수평 관계를 유지한다. 소규모 회사에 구성원들이 비슷한 연령대에, 비슷한 성향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한다. 박 대표는 “밖에서 보기에 우리 회사에서 하는 일이나 분위기가 ‘장난스럽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불개미상회의 그림에는 과도한 업무량에 대한 비판이나 직장 상사의 ‘꼰대’스러움을 풍자하는 장면들도 여럿 등장한다. 박 대표와 정 실장에게 ‘불쾌한 적 없었으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대답한다. 책에는 기성세대나 상급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그림들도 등장한다. “소상공인 사장들이 얼마나 힘들지 알기 때문에 고용인의 근심까지 표현할 수 있었죠. 서로 입장 차이를 인정하고 그림을 그리죠. 그림들엔 우리 이야기뿐만 아니라 주변의 아이디어를 더하다보니까 실제보다 과장된 측면도 있고요.”(정광순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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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독자들에게 가장 호응이 좋았던 그림은 ‘빅엿’이란 제목의 그림이다. 인수인계 과정에서 후임이 받는 스트레스를 표현한 그림이다. 카피라이터 김은선씨(33)는 “비속어도 조금 쓰고, 인터넷 조어도 쓰는데 현실에서 실제로 쓰지 못하는 말이기 때문인지 속시원하다는 독자들이 많았다”고 했다. 김씨는 “어쨌든 밥벌이를 해야 하는 직장인이라면, 버티는 거든, 즐기는 거든, 다니는 동안엔 조금 즐겁게 다녔으면 좋겠고 이 책도 도움이 되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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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나부터 챙기자’는 말엔 ‘생존’해야 한다는 절박함도 담겨 있다. 업무 처리 대응법, 스트레스 해소법 등 직장생활 노하우들을 책에 넣은 이유도 여기 있다. 직장생활을 다룬 콘텐츠가 인기 있는 이유를 두고 박 대표는 “회사가 불합리하면 퇴사하기도 하고 문제의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문화가 발전적으로 변한 것 같다”고 했다. 불개미상회가 인기를 얻은 후 회사에 들어온 김현태 차장(36)은 “직장에서 느끼는 기쁨과 슬픔, 애로사항이 포함돼 큰 공감을 얻은 것 같다”면서 “책으로 나왔으니 오프라인에서도 빛을 보면 좋겠다”며 ‘욕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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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개미 커뮤니케이션의 사무실은 춘천시 후평3동의 한 ‘후미진 골목길’에 있다. 이 팀장은 “우리가 책을 낼 수 있었다는 건, 괜찮은 콘텐츠가 꼭 서울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지역의 경계 없이 재능과 노력·시간 투자로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고” 책 표지 모델이기도 한 한미애 과장(31)은 “처음엔 뜬구름 잡는 게 아닐까 걱정도 했는데, 어느 순간 이렇게 책까지 내놓게 됐다. 저 스스로 ‘헛소리’를 많이 했는데, 팀의 아이디어로 살려낸 것이 많다. 이 모든 게 팀워크의 결과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조용하던 한 과장이 사뭇 진지한 태도로 말하자, 모두가 껄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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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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