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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소년 같은 佛밴드 피닉스, 한국에 세레나데를 들려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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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보컬 토마스 마스는 바이브레이션 한 번 섞지 않고 청명한 목소리를 그대로 들려줬다. 40대에도 소년 같은 음색이 인상 깊었다는 평가다. <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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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대 세상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어 기뻤어요."

지난 21일 오후 6시 서울시 용산구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 무대에 올라선 피닉스(Phoenix) 보컬 토마스 마스(42)는 불혹을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순수한 사랑을 노래했다. 이날 그가 한국 팬들에게 들려준 첫 곡은 '제이보이(J-Boy)'. '단지 당신 때문에'라는 의미를 담은 'Just Because Of You'의 줄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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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피닉스가 4년 만의 내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베이스 드럼 한 가운데 위치한 하트 모양 네온 사인은 관객의 마음과 함께 일렁였다. <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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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가 프랑스 '얼터너티브 록(기존 록 음악의 구성 방식에서 탈피한 록 음악)'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건 2000년대 중반. 그때부터 십 수년이 지났는데도 이들은 20대 초반 밴드 마냥 위트 넘치고 장난스럽게 무대를 꾸몄다. 베이스 드럼 한 가운데 위치한 하트 모양 네온 사인은 빨라지는 비트에 따라 일렁였다. 이날 공연장은 '이프 아이 필 베터(If I Feel Better)', '트라잉 투 비 쿨(Trying to be Cool)', '띠아모(Ti Amo)' 등 국내서도 인기가 많은 피닉스의 히트곡을 들으려는 관객 1500여명이 모여들며 문정성시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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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가 데뷔한 지 어느덧 20여년. 하지만 이제 막 20살이 된 대학생 밴드마냥 무대를 휘젓고 놀았다. <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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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보컬 토마스 마스의 청명한 음색은 그의 오래된 팬들마저 감동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마스는 바이브레이션 한 번 섞지 않은 정직한 창법으로 소년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4년 만에 마스를 만난 한국팬들은 그가 어떻게 사는지, 앞으로 계획은 어떤지, 부인인 영화 감독 소피아 코폴라는 어찌 지내는지 듣고픈 말도 많았지만 그는 "땡큐(Thank you)", "감사합니다", "메흐시(Merci)" 등 감사 인사 외에는 별 말이 없었다. 그는 공연 후반 관객석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피오 디 라떼(Fior Di Latte)' '1901' 등 사랑에 대한 노래로 근황을 대신했다. 무대에 걸터 앉아 '굿바이 솔레일(Goodbye Soleil)'을 읊조리듯 부를 땐 연인에게 세레나데를 들려주는 남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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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후반 일곱 가지 색깔로 뻗어나간 'PHEONIX'. 음악으로 영생하고자 하는 피닉스의 열망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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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밴드가 롱런에 대한 열망을 팀 명에 심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피닉스('불사조'란 뜻)처럼 그 열망 그대로 살아가는 밴드는 흔치 않다. "코리아 사랑해요" 같은 립 서비스 한 번 없이도 한 시간 반 동안 관객을 집중시킨 피닉스. 밴드가 불사(不死)하는 비결은 결국 음악에 있다는 오래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한 공연이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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