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고승아 기자]"이번 앨범이 어떤 분에게는 인생의 BGM이 됐으면 해요."
밴드 안녕바다라는 이름보다는 "별빛이 내린다~ 샤랴랄라라랄라"라는 가사와 멜로디가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다. 데뷔곡 '별 빛이 내린다'는 예능 프로그램에 노출되며 큰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명성은 유효하다.
2006년 데뷔해 'Boy's Universe'를 시작으로 총 다섯 장의 정규 앨범을 낸 안녕바다. 십여 년 넘게 음악을 같이 하고 있는 세 사람 나무, 우명제, 우선제를 만나 정규 5집 'A-side'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규앨범은 그때그때 살아가는 안녕바다의 일기장 같아요. 지난 정규앨범도 들여다보면서 당시에 이런 생각을 했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지표 같은 거예요. 이번에 2년 만에 정규가 나왔는데 저희 스스로 이 기록 같은 존재가 되게 뿌듯해요. 2년 동안의 일기를 발표하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은 독특한 구성이다. 한 앨범에 곡을 전부 싣지 않고 첫 번째 이야기 '701 A-side', 두 번째 이야기 '701 B-side'로 나눠서 발매한다. "올 한 해 동안 계속 앨범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봄, 가을에 나눠서 출시하는데 A-side는 봄에 듣기 편한 음악들, B-side는 가을에 어울리는 우울하고 센치한 노래들로 구성했어요."
'701'이라는 앨범 명도 특이하다. 이에 나무는 "명제와 선제가 이사를 간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살았던 곳이 701호라고 하더라고요. 이사를 간다는 게 아쉬움과 설레임, 두 가지가 공존하지 않나요? 그래서 '701'이라는 앨범명을 제가 먼저 제안했죠. 앨범 첫 곡의 가사에도 '너 없는 701호'라고 등장해요. 앨범 제목으로 하기에 딱 맞고, 가장 신선하고 마음에 든다고 생각해요"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시작과 그리움과 설렘'이라고 표현한 우선제에 이어 우명제는 "밴드적으로도 환경이 변한 게 있고, 오랫동안 정들었던 회사를 나오고 변화된 것도 있어요. 다른 방식으로 앨범을 진행하는데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예전이 그리울 때도 있고, 복잡미묘해요"라고 털어놨다.
"과거와 현재, '러브콜'과 '안녕안녕'('A-side'의 타이틀곡 및 수록곡)은 십여 년 전에 썼는데 이번에 빛을 보게 됐어요. 안녕바다의 과거와 현재가 딱 '701'이라는 지점과 기가 막히게 떨어졌다고 생각했죠. 지금 이렇게 새로운 곳에 정착하는 게."(나무)
안녕바다를 관통하는 코드는 '위로'라고 말할 수 있다. 안녕바다만의 독특한 감성은 위로라는 대중적인 요소와 만나 더욱 편안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저도 음악으로 위로를 받고 있으니까 저희가 음악 하는 목적도 '스스로 위로하고 다잡게 해주고, 누군가에게 위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의 모토와 같죠. 처음 미니 앨범 '별 빛이 내린다'도 그런 의미와 같아요. 그걸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위로'가 밴드의 주제와도 같아요."(나무)
"바다를 봤을 때 보는 감정이 다들 다르겠지만, 전 대자연이 주는 압도감이 있더라고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가진 고민이 하찮게 느껴질 때도 있지 않나요. 음악 작업을 할 때 일상 속에 스며들어서 행복할 때 찾게 되는 그런 걸 만들어 내고 싶어요."(우명제)
특히 안녕바다의 '별 빛이 내린다'는 방송에 노출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2009년 발표된 안녕바다의 첫 미니앨범 타이틀곡인 '별 빛이 내린다'가 각종 예능에서 주로 화려한 등장을 알릴 때 BGM으로 쓰인 것.
"사실 그렇게 뜬다는 건, 제 몫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노래가 발표된 뒤에 누군가가 적재적소에 쓰여서, 의외의 장소에서 빛을 발하더라고요. 우리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니 재미도 있었어요. 그러니 저희의 노래들이 각자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 갈 거라 생각해요."(나무)
또한 이에 대한 부담감, 압박감을 묻자 나무는 "'별 빛이 내린다' 발표 이후부터 압박감에 대한 질문을 들었어요. 만약 우리가 만든 곡이 아니고, 준 곡이면 그런 생각이 들 것 같아요. 그런데 어차피 '별 빛이 내린다'는 우리 자식이에요. 우리가 앨범 5집까지 자식을 다섯째까지 낳았는데 막내가 첫째를 뛰어넘어야지 이런 생각 안 들잖아요. (웃음) 각자 노래가 알아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해요"라고 밝혔다.
안녕바다의 보컬 나무는 MBC '복면가왕'에도 최근 출연, 걸의 '아스피린'을 소화해 시선을 모았다. 특히 신봉선은 나무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채기도. 방송에 자주 출연하지 않았기에 특별한 행보였다.
"'별 빛이 내린다' 이후 음악적 고집이 생겼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어요. 사회적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도 하고 싶었고, 스스로 만족은 했는데 우리를 좋아해 주셔야 할 대중분들과 거리감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4집 발표 후에 고민도 했죠. 대놓고 사랑 얘기를 써본 적이 없는데 이번 '러브콜'은 사랑이 주제기도 하고요. 여러 측면에서 대중과 가까이 호흡하고 싶었어요."(나무)
"저희가 엄청난 의미를 갖고 그러진 않지만 나름대로 길을 생각하면서 움직여요. 조금 왼쪽으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다시 가기도 하고. 계속 선택을 하고 있는데 '그때는 만족, 지금은 틀리다'라는 문구와 맞는 것 같아요. 지금은 (방송 등 이런 행보가) 나쁘지 않아서 선택하게 됐어요."(우명제)
2006년 밴드 결성 이후 10년 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안녕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노래의 분위기도, 내용도 달라졌지만 안녕바다가 주는 정서는 그대로다.
"주제가 많이 바뀌었죠. 2009년에 첫 앨범으로 소년이 탄생하고 이어 소년의 탄생, 사회 나왔을 때 콤플렉스, 성장 과정을 담았죠. 이후 핑크빛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그런 혁명적인 부분을 표현하려 했고, 사춘기를 겪고 상처도 받는 소년을 그리고 있어요. 점차 커지는 것 같아요. 아마 '701'을 겪으면 이제 우리 나잇대 청년이 될 것 같아요. 이 안녕바다라는 청년이 앞으로 어떻게 자랄지 궁금해요. 그리고 소년의 이야기에서 청년이 됐고,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될 때까지 열심히 하고 싶어요."(나무)
이처럼 안녕바다 세 사람이 꾸준히 음악을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나무, 우명제, 우선제는 가만히 생각하더니 이내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피드백'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들어주시는 분들이 있는 한 계속할 거에요. 영원히 하겠다는 말입니다. (웃음) 피드백을 받는다는 게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안녕바다의 노래에 대해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주시죠. 뭔가 한 것에 대해 칭찬이든 비난이든 해주신다는 게."
끝으로 우명제는 "이런저런 것들이 재밌고 음악적 욕심도 있었고, 정신없이 집중해서 하다 보니까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렀어요. 데뷔한 지 몇 년 됐는데, 앞으로가 더 궁금하기도 하고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어떤 결과물을 낳을지 저희도 기대가 되고 그래요"라고 전했다.
'러브콜'로 돌아온 안녕바다가 올 한 해 어떤 음악으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같이 공감하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기대감이 더해진다.
사진=이엘뮤직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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