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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연재] 매일경제 'MK포커스'

[MK포커스] “야구가 재미있다” 달라진 한화의 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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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한화가 이틀 연속 두산에 졌다. 선취점을 뽑고도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막판 집중력에서도 밀렸다.

익숙한 풍경인가. 적어도 올해는 다소 낯선 풍경이다. 연패는 지난 1일 4연패 이후 처음이다. 한화는 연패 경험이 많지 않은 팀이다. 루징 시리즈는 3번째. 하지만 위닝 시리즈도 3번 있었다.

한화는 2패를 추가하며 두 자릿수 패배(10)를 기록했다. 10팀 중 7번째로 느렸다. 한화는 여전히 승패 차감 ‘+1’이다. 3위 자리를 KIA에 내줬으나 4위다. 5위와 승차는 1.5경기다. 한때(1일) 9위까지 미끄러졌던 팀이 12일 이후 일주일 넘게 4위 안에 진입해있다. 만년 하위권이었던 한화라 더 놀라운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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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선수단의 표정은 상당히 밝아졌다. 사진=김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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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했다. 올해 한화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외형적인 변화는 뚜렷하다. 감독이 교체됐고, 코칭스태프 얼굴도 바뀌었다. 성적도 좋아졌다. 1년 전 한화는 21경기를 마쳤을 때 9승 12패를 기록했다. 순위는 공동 8위. 2016년에는 10위(5승 16패)였다.

초반 행보가 비슷한 시기도 있었다. 김성근 감독 부임 첫 시즌인 2015년에도 초반 21경기에서 11승 10패를 거뒀다. 그렇지만 3년 전과는 많은 게 다르다.

2015년에는 선발투수보다 불펜투수에 무게가 실린 운용이었다. 퀵후크 및 불펜 혹사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현재 한화는 감독보다 선수 중심으로 돌아간다. 짠한 야구와 작별하고 멋진 야구를 펼치겠다는 게 한용덕 감독의 출사표였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선발야구에 무게를 둔다. 한 감독은 선발투수가 6이닝을 막아주기를 희망한다.

부상 등 변수가 없는 한, 선발투수가 얼마 던지지도 않았는데 바꾸는 경우가 없다. 12일 대전 KIA전부터 18일 잠실 두산전까지 6경기 연속 선발투수는 최소 5이닝을 소화했다. 19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투구수 102개의 휠러는 5회 2사 1,2루 추가 실점 위기서 강판했다.

한 감독은 장기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 감독은 “예를 들어 3연전의 첫 경기는 무척 중요하다.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1경기에 무리한 수를 두고 싶지 않다. 이후 경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유연하기도 하다. 시즌 끝까지 믿음을 주겠다던 젊은 선발투수가 부진하자 틀을 바꿨다. 시행착오를 겪자, 빠르게 현실을 직시했다.

19일 현재 한화의 평균자책점은 5.23이다. 7위다. 6위 넥센(4.93)은 물론 리그 평균 기록(4.84)과도 거리감이 있다.

단, 선발과 불펜을 구분 지을 필요가 있다. 불펜 평균자책점 4.10으로 리그 1위다. 박정진, 송창식, 권혁이 없음에도 허리가 튼튼하다. 박상원, 서균, 박주홍 등 새 얼굴이 등장하고 있다. 송은범, 안영명, 이태양 등도 다시 일어섰다.

두 눈으로도 한화 마운드가 달라졌다는 걸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투수들이 도망가지 않는다.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는다. 교체될까봐 전전긍긍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승부를 즐긴다. 씩씩하게 공격적으로 투구한다. “붙어보자”는 ‘깡’이 있다.

한화는 두산과 3연전 내내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공·수·주에서 밀렸으나 확실히 짜임새가 있었다. 두산을 상당히 괴롭혔다. 타율(0.293) 3위의 타선도 한 방을 지녔다. 호잉은 로사리오에 대한 그리움을 지워버렸다.

아직 100%가 채워지지 않았으며 조금씩 나아지는 단계다. 선의의 경쟁의식은 팀을 발전시킨다. 후배의 성장에 선배도 긴장하고 있다. 시너지 효과를 낳는다. 한 감독은 선수들이 들뜨지 않도록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 것을 당부했으나 달라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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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고공비행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선수단 분위기다. 사진=김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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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분위기다. 무겁지가 않다. 오늘 1패를 해도 툭툭 털어냈다. 내일 1승, 모레 연승을 하면 된다는 마음이다. 144경기의 장기레이스에서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다음’이라는 여유가 있다. 내부적으로도 이 부분을 중요시 여겼다.

밝아졌다. 지난해 마무리훈련부터 즐겁고 활기차다. 선수들의 표정에 웃음기가 많아졌다. 변화의 물결은 예외가 없다. 한 감독은 “모든 선수가 변했다”라며 흐뭇하게 웃었다.

양성우는 “분위기가 정말 최고다. 더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형들이 솔선수범을 하니 후배들이 더욱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좋은 플레이가 나오니 자신감을 얻고 있다”라고 전했다.

더욱 똘똘 뭉치고 있다. ‘원 팀’이 되어가는 모양새다. 박상원은 “다들 하고자하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승리에 대한 욕구도 강하다. 그렇게 (예년보다)팀을 위해 하나로 뭉치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야수 맏형 정근우는 “후배들이 정말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그리고 다들 올해는 꼭 살아남겠다는 절박함이 강하다. 선배로서 고맙다. 자연스럽게 선배들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라며 “야구가 즐거운 게 정말 오랜만이다. 재미있다”라고 웃었다.

한화는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프로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쓴 김응용 감독, 김성근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어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잃은 게 더 많은 5년이었다. 중장기적인 계획 아래 복구 중인 한화의 현주소다.

한화가 시즌 끝까지 상위권을 유지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3년 전처럼 아래로 미끄러질 수도 있다.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러나 한화 변화의 핵심은 성적이 아니다. 척박한 토양이 비옥해지기 위한 긍정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는 요즘 야구 자체를 순수하게 즐기고 있다. 그리고 이 미완성의 팀은 ‘계획대로’ 하나씩 배우고 채워가며 ‘생물체’ 같이 성장하고 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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