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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전 세계 축구팬 열광시키는 챔피언스리그 4강 의미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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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의 간판 골잡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11일 (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유벤투스와 2차전에서 페널티킥을 성공한 뒤 상반신을 드러내고 세리머니하고 있다. /사진=마드리드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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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85] 지난주 8강 2차전이 마무리됨에 따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팀들과 4강 대진표가 드디어 완성됐다. 홈 1차전에서 AS 로마를 4대1로 가볍게 돌려세웠던 FC 바르셀로나는 원정 2차전에서 0대3 충격의 패배를 당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고,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노리는 레알 마드리드는 경기 종료 직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극적인 PK골로 천신만고 끝에 4강행을 확정 지었다. 올 시즌 리그에서 한 번도 지지 않고 무패로 1위 독주를 하고 있는 FC 바르셀로나와 2위는커녕 3·4위를 오가며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직행 티켓조차 위협받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의 희비가 극명하게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반면 전통의 강호이자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빅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 영구 소장 구단인 리버풀 FC와 바이에른 뮌헨은 무난하게 4강에 진출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는 유럽 프로축구 클럽들 꿈의 무대다. 참가 자격은 UEFA 소속 유럽 클럽들에 한정돼 있지만, 전 세계 축구팬들이 즐기고 환호한다. 챔스의 총상금은 지구상에 현존하는 스포츠 대회 중 가장 많다. 우승상금만 20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우승상금은 결승전 1경기에서 이겼을 때 지급되는 상금일 뿐이다. 각 라운드 거액의 승리수당이 지급되며, 마케팅, 중계권으로 인한 수익 배분은 또 별도다. 2017년 레알 마드리드가 챔스 우승으로 번 수익은 경기수당 및 상금으로만 700억원이 넘었으며, 마케팅 인센티브를 합치면 1000억원이 훌쩍 넘었다. 월드컵 우승이나 월드시리즈 우승 시 받는 상금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전 세계 축구인들과 스포츠 팬들이 챔스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월드컵 우승 시 상금 및 수당계: 475만달러(약 510억원) ※2018 러시아월드컵 기준

이 때문에 유럽 축구클럽들에 있어 궁극적인 목표는 챔스 진출이자 우승이다. 사실 보통의 클럽에 챔스는 목표라기보다 평생 이룰 수 없는 꿈과 같은 것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유로 등의 국가대항전과 달리 챔스는 매년 열리지만 아무나 갈 수도, 넘볼 수도 없는 무대다.

올 시즌을 포함해 지난 10년간 챔스의 4강 진출 팀은 총 16개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로는 40개 팀이 가능하지만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이 3팀만의 4강 진출 횟수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21회이고, 3회 이상 진출한 첼시와 AT 마드리드를 합하면 5개 팀의 4강 진출 횟수가 전체의 3분의 2를 넘는 67.5%를 차지한다.

각 국가 리그별로 따지면 이 같은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하다. 소위 유럽의 빅 5리그라 할 수 있는 라리가(스페인), 분데스리가(독일), 프리미어리그(영국), 세리에A(이탈리아), 리그앙(프랑스) 외에 다른 그 어떤 리그의 팀들도 지난 10년간 챔피언스리그 4강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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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은 말할 것도 없다. 라리가(스페인)가 절대적으로 많은 6회(FC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각각 3회), 프리미어리그(영국)가 2회(첼시, 맨유), 분데스리가(독일)와 세리에A(이탈리아)가 각각 1회씩(바이에른 뮌헨, 인터밀란) 빅이어를 가져갔다.

참고로 지난 10년간 분데스리가, 세리에A, 리그앙은 절대강자에 의해 지배됐다.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10년간 7번 우승했고, 이번 시즌까지 6시즌 연속으로 리그를 제패했다. 6시즌 연속으로 리그 우승을 하는 동안 뮌헨과 2위 팀 간 승점 차는 무려 평균 18.2점이나 된다. 1·2위 팀 간 승점 차가 18점이 넘는다는 것은 양팀 간에 최소 6승 이상의 차이가 벌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분데스리가의 시즌 전체 경기 수가 34경기임을 감안할 때 그만큼 압도적으로 리그를 지배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하지만 이런 '최강' 뮌헨이 지난 10년간 챔스를 제패한 것은 단 1번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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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치러진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세비야와 2차전에서 4강 진출에 성공한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이 팬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뮌헨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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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에A(이탈리아)의 유벤투스와 리그앙(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맹도 마찬가지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유벤투스가 올 시즌에도 리그를 제패할 경우 7시즌 연속 우승을 기록하게 된다. 유벤투스는 기간 중 2번 챔스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레알과 바르샤에 번갈아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지난 시즌 역대 최고 이적료로 네이마르를 영입한 파리 생제르맹은 지난 수년간 그 어떤 유럽 빅클럽 못지않게 많은 투자를 해온 팀이다. 그 결과 지난 6시즌 동안 5번 리그 우승을 차지했으며, 2015~2016시즌 우승할 당시에 2위와의 승점 차가 무려 31점이었다. 유럽 5대 리그에서 최근에 2015~2016파리 생제르맹보다 압도적으로 우승한 팀은 없었다. 하지만 파리는 지난 10년간 챔스 우승 및 결승 진출은커녕 단 한 번도 4강에조차 진출하지 못했다.

이들에 비해서는 사정이 좀 낫기는 하지만 사실 영국 프리미어리그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00년대 들어 EPL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가 리그를 지배했지만, 지난 10년간 이들의 우승 횟수는 각각 1번에 불과하다. 2000년 이후로 범위를 넓혀봐도 EPL의 챔스 제패는 1회(2004~2005시즌 리버풀)가 더 추가될 뿐이다.

대개의 경우 스포츠에서 과감한 투자는 성적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특히 축구는 다른 프로 종목들에 비해 좀 더 투자에 정직하다. 바이에른 뮌헨, 파리 생제르맹, 유벤투스 또한 그랬다. 과감한 투자로 각국 리그 최고의 팀으로 거듭났고 그들은 챔스라는 원대한 큰 꿈을 꾸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들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챔스는 만만한 곳이 아니다. 만만하지 않은 챔스에 어떤 팀은 도전자로서, 또 어떤 팀은 기존의 강자로서 4강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그 결전의 순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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