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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고 장자연 사건

[장자연 재수사론] '미투' 열풍에 청원 20만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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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세계] 정치권 여성단체들도 한목소리 촉구

2009년 3월7일, 경기도 분당 이매동의 한 빌라. 신인 배우 고(故) 장자연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그의 나이는 30세.

그는 당시 인기 드라마였던 KBS2의 <꽃보다 남자>에 출연하며 막 이름을 알리던, 아직 다피지 못한 신인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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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는 목숨을 끊기 직전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로 끝맺는 이른바 ‘장자연 문건’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어느 감독이 골프 치러올 때 술과 골프 접대를 요구받았다.” “룸살롱에서 술 접대를 시켰다.” “접대해야 할 상대에게 잠자리를 강요받아야 했다.”….

장씨는 진실 규명을 원하는 듯 문건에 글을 쓴 날짜와 이름, 주민등록번호, 사인, 지장까지 남겼지만, 9년이 지난 현재까지 사건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수사 당국은 사건 당시 유력 언론사 사주나 방송사 PD, 경제계 인사 등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지만 ‘혐의없음’ 처분을 하고 장씨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만 재판에 넘겨졌다.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열풍이 대한민국을 강타하면서 9년 전 제대로 진실이 밝혀지지 못한 ‘장자연 사건’에 대한 재수사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무려 2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장자연 사건의 재수사를 요구하고 나섰고 정치권과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장씨의 진실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 20만명 청와대에 ‘장자연 사건’ 재수사 청원

지난달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고 장자연의 한 맺힌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사회적 영향력, 금권 기득권이 힘없고 빽 없는 사람의 생을 꽃다운 나이에 마감하게 하고도 버젓이 잘 살아가는 사회, 이런 사회가 문명국가라 할 수 있느냐”며 “어디에선가 또 다른 장자연이 고통을 받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우리 일상에 잔존하는 모든 적폐는 청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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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글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서 지난 8일 2만여명의 동의(추천)를 받았고 지난 15일 10만명을 넘어서더니 23일 오전 9시25분 기준 20만350명을 기록 중이다.

청와대는 30일 동안 국민 20만명 이상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선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청원 마감 이후 30일 이내에 공식 답변을 내놓도록 하고 있는데, 그 기준을 충족한 것이다.

◆정치권도 촉구 “신속히 재수사해야”

정치권에서도 장자연 사건의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공개적으로 이 사건을 언급하며 검찰 재수사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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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대표는 지난 9일 열린 제194차 최고위원회에서 “검찰은 고 장자연 양 사건에 대해 하루빨리 수사해 할 것”이라며 “추악한 권력의 타락을 온몸으로 막고자 했지만 끝내 숨져간 장자연 양 사건에 대해 여지를 두지 말고 과감히 수사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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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성남시장도 이미 지난해 12월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법무부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장자연 사건 재조사를 검토 중이라는 기사와 함께 “꼭 재수사해야 한다”고 적었다.

◆여성단체들도 잇단 촉구...검찰 재수사 여부 주목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여성단체들도 미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1월 ‘장자연 리스트’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지목된 사람들을 검찰이 왜 무혐의 처분을 했는지 철저하게 재수사해야 한다”며 “진정으로 검찰 개혁을 하고자 한다면 검찰이 여성 인권 관련 권력형 비리와 성 착취 문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미례 성매매 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연예계에 만연해있던 권력 관계에 의한 접대, 성 상납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구도 나서지 못하던 상황에서 힘들게, 옳게 살아온 장씨가 선택한 것이 자살”이라며 “사회적으로 의제화된 만큼 철저한 재수사를 통해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적폐 청산을 위해 과거사위원회가 만들어진 만큼 반드시 재수사에 착수해 진실이 밝혀지고 가해자가 처벌받기 바란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과거 인권침해나 검찰권 남용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발족된 법무부의 ‘검찰과거사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장자연 사건이 재조사 대상이 돼 재수사가 이뤄질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최근 발표된 1차 재조사 대상에서 ‘장자연 사건’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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