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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스포츠피플] 절망의 끝에서, 박항서 감독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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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예순을 바라보는 남자가 있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공식처럼 '중년의 위기'라는 수식어를 곧잘 사용하곤 한다. 세월의 흐름은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그것도 반강제적으로 절망이라는 감정과 마주하게 한다. 20대 젊은이들은 종종 말한다. 모든 것이 어렵다고. 열정과 목표만 보고, 그저 앞만 보고 달리면 언젠가 꿈이 현실이 됐던 세상은 그들에게 다른 나라의 이야기다. 기회가 없어서, 실패할 것이 너무 뻔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의 많은 20대는 꿈을 꾸는 대신 어딘가 안주할 수 있는 '현실'을 찾고 있다.

그런데 지난 1월, 중국에서 열린 '2018 AFC U-23 챔피언십' 대회에서 베트남 23세 이하 축구 국가대표팀과 그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항서 감독이 내놓은 답은 달랐다. 약해도 이길 수 있다, 절망은 끝이 아니라고. 60대를 눈앞에 두고 국내 무대에서 완전히 설 자리를 잃었던 노장 감독과 아시아 축구계에서는 존재감조차 미비했던 약체 베트남의 젊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기적을 일으켰다. 우리는 거기에서 2002년의 향수를 찾으려 애썼다. 어쩌면 우리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그 '기적'의 이유를.

3월 초 다시 베트남으로 출국을 앞두고 있던 박항서 감독을 SBS스포츠는 지난 2월 서울 모처 호텔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SBS스포츠의 '스포츠피플'과 만난 박항서 감독은 만나기 전에도 수차례 인터뷰를 고사했던 것처럼 만나서도 수차례 "베트남 축구의 성공은 제가 혼자 이룬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성공은 연기처럼 사라질 수 있어요. 2002년의 그것도 그랬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이고 또 겸손했다.

박항서 감독이 지금의 기적에 흥분하지 않는 것은 그가 기적을 믿지 않아서는 아닐 것이다. 단지 축구계, 아니 스포츠의 영역에서 '우연히' 일어나는 기적이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2002년 히딩크 감독을 통해 철두철미한 계획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는 사실을 배운 감독 박항서는 지금도 그때 적어놓은 노트들을 들추며 위기에 대처하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다.

거둔 성공보다는 앞으로 거둬야 할 성공이 더 많아야 한다는 도전의식. 동시에 결국 성공하는 팀의 가장 큰 원동력은 '신뢰'라는 또 한 번의 강조. 절망의 끝에 서 있는 당신에게 박항서 감독은 말한다. 달라진 것은 없다고,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 다음은 박항서 감독과의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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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엄청난 성공을 거두셨습니다. 부담이 더 커졌을 것 같은데요.
실감이야 뭐 베트남 가서 호치민 가서, 하노이가서 알게 됐죠. 당시 중국에서 대회를 치를 때도 못 느꼈었는데, 막상 베트남에 들어가서 보게 되니 도리어 책임감 하고 이런 게 더 앞서요. 왜냐면 베트남 국민들이 너무나 기대치도 커졌고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기 때문에 그 기대치에 어떻게, 눈높이에 맞출 것인가 그런 책임감 그런 게 더 앞서죠.

Q. 베트남 현지에서 달라진 위상을 실제 피부로 느끼는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우리 코치들하고 고기가 맛있어서 가끔 먹으러 가는 고기집이 베트남에 있어요. 저희가 중국 대회를 치르기 한달 전에 갔을 때만 해도 거기분들 반응이 '뭐, 그냥 한국 사람이 오나보다…' 이정도 였거든요. 그런데 대회를 마치고 갔더니 대우가 달라지더라고요. '아니 사장님 한달전에 올 때는 이렇지 않더니 왜 이렇게 달라졌습니까'하고 웃었습니다. 밥값도 안받으시더라고요. 옆에 있던 우리 이영진 코치가 '아이고, 감독님 한 달 새에 이렇게 바뀌었습니다'하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요, 그런 것은 말이죠, 그런 인기라는 것은 어느날 연기처럼 사라집니다.

Q. 한국에서 휴식기를 가지는 동안에는 히딩크 감독과도 다시 만나 화제가 됐습니다.
제가 베트남에 있을 때 히딩크 감독님이 한국에 평창 올림픽 때문에 오신다고 미리 통화를 했었어요. 그래서 만날 일정이 미리 잡혀있기는 했었는데 마침 홍명보 전무도 협회에 있고 하니 축구협회에서 다 같이 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죠.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것도 뭐 나쁘지 않겠다 싶더라고요. 2002년 그때 멤버의 주장이 축구협회 전무가 됐고, 또 그때 대표팀 통역을 담당했던 전한진씨가 이제는 축구협회 사무총장이 되어 놓으니까 만나서 옛날 생각도 나고 그랬죠. 뭐 농담삼아 그때 멤버들이 이제 빅2, 빅3다 히딩크 감독님이 조크도 많이 하시고요. 재미있었어요. 대표팀에서 통역했던 친구가 협회 사무총장이 되었으니까 격세지감을 느끼는 거죠. 4명이서 16년 전 그때 이야기도 하고, 추억을 되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Q. 히딩크 감독님과 함께하던 시절에 만들었던 전술 노트를 지금도 참고한다고 들었습니다. 주로 어떤 내용입니까?
지난 중국 대회 때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거기에 훈련 프로그램 같은 것도 있고 일기식으로, 감독님이 하신 말씀이나 대처하신 행동 등을 일기식으로 정리해 놓은 것이어서 제가 감독으로서 지금까지 이런 저런 계획할 때마다 참고하곤 하는거죠. 우리 히딩크 감독님 장점이 철저한 계획이지 않습니까, 조직을 만들고 하시는 이런 부분에서 제가 볼 때는 그런 역량이 뛰어나신 분인데 그런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참고를 하고, 가끔은 문제점에 막히면, 쭉 읽어보다 보면 비슷한 상황에서 대처했던 것이 있으면 힌트를 얻기도 하고 그렇죠.

Q. 협회에서 중책을 맡은 후배 홍명보 전무이사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셨는지.
저는 뭐 제가 홍감독한테 특별히 주문한 것은 없고 좀 주변에서 들어보면 학원 스포츠 문제가 많이 대두되니까 학원 지도자들, 현장 지도자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 그런 이야기는 했죠. 이런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귀담아 들어봐라, 이런 이야기는 뭐 제가 할 수 있는 사이니까. 제가 뭐 사심에 그런 것은 아니고, 홍명보 감독이 그런 중책을 맡았기 때문에, 좋아하는 후배가 그런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그런 걸 조금, 자기가 직접 듣지 못한 사항인 것 같으면 귀담아 들어보라고 가끔씩은 이야기를 해주는 편입니다.

Q. 축구협회는 지난해 말부터 지속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외부의 시선에서 볼 때 바뀔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당연히 바뀌지 않겠습니까. 어찌됐든 지금 뭐 하루 아침에 사람이 바뀌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바뀌리라고 너무 큰 기대를 해서는 안 되고요. 하지만 조금씩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있고, 당연히 변화를 가져가기 위해서 그렇게 개혁을, 개혁이라고 해야 하나요, (시도를) 한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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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시 감독님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사실 한 지도자가 평생에 한 번 경험하기도 힘든 큰 성공을 감독님은 재임 시절 이미 두 번이나 경험하셨습니다. 그런 큰 성공을 경험하는 기분은 어떤 것인가요?
그런데 저는 좀 생각이 다릅니다. 그것은 각각의 상황에 따른 관심의 차이일 뿐이지 저는 상주에서도 우승을 해봤고, K리그에서 플레이오프 진출 했을 때도 있고, 그게 어떤 기준의 차이이지 성공은 매번 있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사실 따지고만 보면 이번에도 베트남 대표팀이 우승은 하지 못한것 아니겠습니까. 다만 우리 아이들이 기대치 이상을 한거죠. 또 거기에는 베트남 국민들이 갑작스럽게 자국 대표팀 선수들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이 있었기 때문에 베트남 국민들이 보는 느낌은 더 다를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기대치 이상을 한 것에 대해서, 아니면 다른 시각에서 보면 변화된 모습을 봤다는 것에서 더 큰 만족도를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성공이라는 것은 늘 있을 수 있고 그때 그때 의미가 다를 뿐인거죠.

Q. 성공으로 인한 동요는 없다는 의미입니까?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성공도 결국 언젠가는 사라지게 되어있습니다. 2002년에 저는 코치였죠. 역할도 미비했습니다. 여기 베트남에서도 제가 감독을 맡고 있지만은 우리 선수들, 코치들, 스탭들이 각자 다 역할을 한 거고 그래서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단지 제가 감독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부분이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성공에 대한 관심도의 차이는 있겠죠. 없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에요. 하지만 말씀드린 것처럼 2002년도의 인기라는 것도 그렇고, (인기가 사라진다는 것은) 제가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그렇게 연연 하지도 않고요. 물론 중요하기는 하죠. 하지만 지금은 현재는 제가 우리 조국 한국에서 한것도 아니고 일하는 곳이 베트남이고 거기에서 성과를 낸 것이고 하기 때문에 그래서 더 자제를 하고 있습니다.

Q. 처음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으로 간다고 했을때 한국에서는 야인으로 생활하다 결국은 변방인 베트남행을 택했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처음에 제가 갔을 때 베트남 현지에서도 그런 반응이었습니다. 아시아권의 감독, 한물 간 감독, 창원 아마추어 팀 감독으로 있던 사람이라는 냉소적인, 비판적인 시각이 있었죠. 그런데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축구 밖에 없기 때문에 나를 불러주는 곳은 그래도 나를 인정해 주는 곳이지 않겠습니까. 물론 축구말고 다른 잘하는 것이 있으면 다른 것을 해야되겠죠. 하지만 불러주는 곳이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입니다. 창원시청 갔을 때 국내에서도 왜 그런 곳으로 가지 그런 반응이 있었어요. 그때 이미 국내 K리그에도 젊은 유능한 지도자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어서 우리 나이 정도되면 정년퇴직해서 휴식기에 들어가는 그런 연령층이 됐구나 싶었죠.
'이제는 나도 정상의 레벨에서, 현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흐름이구나. 정상의 리그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겠구나…' 그래서 해외쪽으로 눈을 돌려야겠다 생각하게 됐던 거고요. 하지만 누군가로부터 선택을 받았을 때는 선택한 사람들에게도 분명히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이유가 있을 때 그 기대를 충족을 시켜주기 위해서는 저는 최선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1차적으로는 저를 선택한 베트남 축구협회에 조그마한 보답은 했는데 이제 다음이 더 문제죠.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그런 책임감과 부담감이 많고 제가 더 노력을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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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약체로 분류됐던 베트남 대표팀, 그것도 어린 나이의 연령별 대표팀을 단기간에 바꿀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어디에 있었다고 보십니까.
베트남에 돌아가고 나서도 높은 장관분들이나 그런 분들을 만나면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몇 개월만에 애들을 바꿨냐'고 이야기를 하고 질문들을 했어요. 그런제 저는 특별한 것은 없었어요. 단지 베트남 선수들이 뭔가 조금 닫혀있었던 것 같아요. 꽝하이라고 지난 중국대회에서 골을 가장 많이 넣은 선수가 있는데 본인은 위의 세대에서부터 계속, 그러니까 할아버지때부터 줄곧 '너희는 체력이 약하다' 그런 소리만 들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자기들은 당연히 체력이 약하다고 생각했다고, 어딘가 그런 부분에서 좀 닫혀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선수들의 그런 부분, 아주 작은 구멍을 열어준 것 같고요. 물론 앞으로 그런 자신감이랄까, 그런 닫혔던 부분이 더 활짝 열려야 겠죠. 그런데 제가 보기에 베트남 선수들이 일종의 혼동을 해 온 것 같아요. 체력과 체격을 같이 생각한거죠. 축구선수로서 베트남 선수가 갖고 있는 체격은 확실히 작아요. 그런데 베트남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민첩성, 기술력 같은 부분은 좋은 점도 있거든요. 체력과 체격은 불리해야 하는데 그런 것을 혼동한 것 같아요. 체격이 작아도 체력은 올리면 되니까요. 저는 중국 대회때 마지막에 폭설이 왔을 때도 선수들한테 그랬어요. 눈 오는 것도 변명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키 큰 선수들이 더 불리하다. 너희는 이런, 이런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단점은 이야기 할 필요도 없다. 단지 너희들이 잘 할 수 있는 이런 이런 부분을 활용하면 된다. 제가 해 준 것은 그런 것들을 깨우칠 수 있도록 이야기 해 준 정도입니다.

Q. 팀을 하나로 묶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택했는지가 궁금합니다.
선수와 우리 코칭스태프 사이에 신뢰라는게 우선적으로 생겼다는게 중요했다고 봅니다. 그런 부분이 과연 신뢰가 어떻게 생겼을까에 대해서는 저도 작은 것에서부터, 감독이라고 밥을 먹을 때 특별한 음식을 먹는 것도 아니고 똑같이 시작해서 똑같이 생활했어요. 훈련만 못 따라갈 뿐이지 자고, 먹고 하는 시간 모두 똑같이 지내고 그러다보니까 아마도 선수들한테는 그런 작은 부분에서 신뢰가 생긴 것 같고, 그런 것이 밑바탕이 된 것 같아요…. 이건 뭐 제 생각입니다.

Q. 베트남의 나이가 어린 선수들과는 어떤 식으로 빠른 시간에 벽을 허물수 있었는지요.
한국에서는 뭐든지 빨리 하는 급한 성격이었습니다.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일단 말이 안 통하잖아요. 그래서 내가 잔소리를 해야 할 것도 '아, 여기는 원래 이렇게 늦는 모양이다', 우리 코치들이 '아…왜 이런가'하면 제가 '여긴 원래 늦는가 보다' 그냥 그럴 수 밖에 없었죠. 또 그렇게 생각하니까 편했어요. 말이 거의 안통하니까 선수들도 본인들이 잘못했다 싶으면 '헤드코치 쏘리' 이렇게 하고 내가 또 뭐하라면 '땡큐' 이렇게 하고. 조금씩이라도 스킨십을 해가면서 그렇게 다가갈 수 밖에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것들이 베트남 선수들한테는 조금 더 따뜻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드네요, 지금 생각해보니까…. 아, 그렇다고 가식적으로 한 것은 아니고요.(웃음)

Q. 선수들의 나이가 어린 만큼 갑작스러운 성공이 오히려 팀에 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 걱정되는게 자신감이 넘쳐서 교만이 되지 않을까 이런 부분이 염려가 되어서 제가 SNS 메시지로 선수들한테 주의도 줬습니다. 우리 채팅방을 통해서 우리 코치들하고 선수들한테 새롭게 인사도 전하면서 제가 두 번을 메시지를 줬어요. 내가 한국에서도 이런 기회를 통해서 추락하는 선수들을 많이 봤다. 거기에는 본인이 관리를 잘못한것도 있고, 주변의 부추김에 의해 추락하는 선수를 많이 봤다. 그래서 이제는 빨리, 본인의 모습으로,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또 절대 이번 23세 대회 결과로 인해서 너희들에게 기득권은 없다. 더 엄격한 기준에서 선수를 평가할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뭐 실제로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고요.

Q, 선수를 선발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시 하는 감독 박항서만의 철학이 있다면요?
뭐. 선발 기준은 사실 기술 뛰어난 선수가 최고로 좋겠죠.(웃음) 어떤 선수를 선발하는 기준에 일단 그 선수가 기량적인 면에서, 그 포지션에서 가장 뛰어나면 가장 좋을테니까요. 다만 제 나름대로 한 가지 기준이 있다면 약간 사회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 사회성이라는 것은 우리 팀에 들어오면 내가 우선이 아니고 우리가 우선이 되어야 하는, 팀원 간의 그런 부분을 우선시 하는 선수를, 같은 수준에 있는 자원이라면 저는 그런 선수를 선호합니다. 왜냐면 그래야 우리가 조직력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그 팀이 정말로, 원팀이라는 게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약간 자기 주관도 필요하지만 팀이 목표를 설정할 때는 거기 따라갈 수 있는 사람, 같이 갈 수 있는 사람 그런 것을 보고 저 나름대로 사회성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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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도자 생활 내내 정말 많은 유형의 선수들을 봐 오셨습니다. 성공하는 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자기관리, 선수들도 절제력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베트남 선수들이 게임을 많이 합니다. 아이들이 너무 착한데… 핸프폰으로 게임을 많이 해요. 어떻게 보면 한편으론 애처롭기도 합니다. 대회를 나가면 한 달 넘게 호텔 안에서만 생활하는데 스트레스 풀 공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것도 오래하게 되면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어떨때는 핸드폰을 뺏기도 해요. 어찌됐든 자기절제가, 내가 이것을 해서 훈련이나 시합에 지장이 있다고 하면, 스스로 관리를 해야 하거든요, 사실 그게 쉽지는 않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뭐 성공한다 장담하는 것까지는 모르겠지만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Q. 베트남에서 홀로 생활하다 보면 외로운 시간도 많을 것 같으신데요.
제가 베트남에서는 이방인이잖아요. 외국사람이니까 저는 오히려 그쪽에 가서 베트남 분들 만나도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많이 알아보시지만 처음에는 알아보시는 분들도 적어서 의식할 일도 별로 없었니까요 시선이 별로 없으니까 뭐 편하게.. 처음에 현지에서는 오토바이 택시도 가끔 바쁠때는 타고 다니기도 했어요. (이제는 못 타시겠네요?) 뭐, 못 탈 건 없죠. 바쁘면 타고 가는거고. 제가 뭐 특별히 달라질 건 없어요. 그런데 이제는 베트남 협회 팀장이 그런 이야기는 하더라고요. '오토바이는 타지 말라고 위험하다고' 뭐, 제가 조금은 중요해졌다 이거죠. 그거는 그냥 농담하는 이야기고요…. 도리어 훨씬 제가 책임있는 행동은 하지만 제가 조금 유명해졌다고 해서 생활이 달라지거나 그럴 건 없습니다.

Q. 외로운 타지 생활에 가족들이 큰 힘이 되어주실 듯 합니다. 실제로는 어떠신지요?
제가 우리 집사람하고 우리 아들한테 그렇게 다정스러운 표현을 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그냥 뭐 잘 있나 이정도고, 우리 와이프도 한 30년 이상 저를 축구바닥에서 따라오다 보니까 축구를 하는데 그렇게 관여는 안 하고요, 제가 혹시 중심을 못 잡을까 싶어서 잔소리 하는 거고, 우리 아들도 표현은 잘 안 해요. 단지 가끔 보면 상대팀에 유능한 선수를, 그런 거 정보를 저한테 넣어주기는 해요, 영어도 좀 하고 하니까 AFC나 FIFA에 들어가서 저도 모르는 것도 있고 그러면 뭐, 서로 남자다 보니까 살갑게 그렇게는 안 하고, 아버지가 직업이 그러다보니까 관심은 있죠.

Q. 그렇게 보면 세상에 축구대표팀 감독이라는 직업 만큼 힘든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베트남에 축구 기자가 '350만' 이래요. 350만이 축구 감독이랍니다. 그만큼 다 각자의 생각이 있고 입장이 다 다르다는 거죠. 우리 베트남 코치한테 들은거예요. 베트남에서는 350만이 다 감독이랍니다. 그 정도로 열기가 대단해요. 물론 감독의 입장이 다 다를 수 있죠. 선수 하나를 뽑아도 '아 저 선수는…' 하고 의견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감독이 얼마나 소신을 갖고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물론 남의 이야기를 안 들을수는 없겠지만.

Q. 올 여름 한국 축구는 러시아 월드컵에 나섭니다. 신태용호에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신태용 감독은 제가 잘 아는 후배고, 좋아하는 동생입니다. 저하고 또 특별한 인연이 있고 한국에 있으면서도 문자를 하고 축하한다는 이야기도 했고 한데요. 사실 저는 지금 대표팀이 어떻게 준비하고, 만들어지고 있는지 하는 것은 전혀 모릅니다. 단지 제가 신태용 감독에게 선배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눈치보지 말고, 갖고 있는 소신과 철학 이런 것을 가지고 하기를 바란다고 이야기 하고 싶어요. 너무 외풍이나 그런 것을 신경쓰지 말라고요. 충분히 능력도 있고 굉장히 영리한 감독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잘 했으면 하는 선배로서의 바람이죠.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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