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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시청률 낮다?…‘패럴림픽의 감동’ 외면하는 공중파 방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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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현 선수가 동메달 딸 때 KBS1·2에선 예능프로 방송

유튜브로 몰려간 시청자들, 해설자 없자 ‘중계 품앗이’도

동계올림픽과 달리 찔끔 편성…문 대통령 “시간 늘리길”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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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시간.’

지난 11일 KBS, MBC, SBS 방송 3사가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이하 ‘평창 패럴림픽’) 경기 중계에 할애한 시간이다. ‘금메달 기대주’로 꼽히던 크로스컨트리 좌식 부문 신의현 선수가 참가한 경기가 열리던 이날 오전 10시 KBS1·2 채널에서는 예능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었다. 패럴림픽 경기 시청을 원하는 사람들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로 몰렸다. 유튜브의 평창 패럴림픽 중계 페이지에서는 경기 영상만 나오고 해설자가 없다. 시청자들은 채팅을 통해 ‘중계 품앗이’를 하며 경기를 시청했다. 이날 장애인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15㎞ 좌식 부문에서 동메달을 딴 신의현 선수는 메달 시상식 후 인터뷰에서 “패럴림픽에 좀 더 많은 관심을 쏟아주셨으면 좋겠다”며 “방송 중계도 늘려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중복편성까지 해가면서 경쟁적으로 경기 중계에 열을 올리던 방송 3사가 평창 패럴림픽 중계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지난 9일 개막한 평창 패럴림픽은 18일까지 10일간 열린다.

경향신문

KBS, SBS, MBC 방송 3사가 12일 밝힌 중계시간은 각각 34시간, 30시간, 18시간이다. 앞서 평창 동계올림픽 중계에 KBS는 283시간, SBS와 MBC는 각각 200시간을 썼다. 평창 패럴림픽 중계 시간이 평창 동계올림픽 중계 시간의 10분의 1 수준이다. 지상파 3사는 10·11일 이틀 동안 바이애슬론(SBS)과 아이스하키 한·일전(KBS) 등 2경기만 중계했다.

패럴림픽 종목과 경기수가 올림픽보다 적고 주목도도 낮기 때문에 중계시간도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해외 방송사들은 올림픽 주최국인 한국의 방송사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경기 중계에 쓸 계획이다. 지난 6일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일본 NHK는 2014년 소치 올림픽보다 30시간 가까이 중계시간을 늘려 총 62시간을 평창 패럴림픽 중계에 쓸 예정이다. 프랑스의 ‘프랑스 텔레비지옹’은 100시간, 미국의 NBC는 94시간, 독일 ZDF·ARD는 60시간을 계획하고 있다.

감동적인 개막식 후에 경기를 볼 기대에 한껏 부풀어있던 사람들은 아쉬움을 넘어 분노를 표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패럴림픽 중계 늘려주세요’ ‘자국에서 열리는 패럴림픽 중계도 안 해주는 게 말이 됩니까’라는 청원 글만 수십 개 올라왔다.

KBS1·2 두 개 채널을 가진 공영방송 KBS가 패럴림픽 중계에 소홀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KBS는 중계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자 12일에 “기존 중계편성 시간 25시간에서 34시간으로 편성시간을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KBS 측은 “시청자들의 지적이 타당하다고 생각해 중계시간을 확대하기로 했다”며 “지난주부터 방송시간 확대에 대해 논의해오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방송시간을 적게 편성한 것을 두고 “패럴림픽 경기가 아닌 기존 편성 프로그램들을 그대로 해달라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커서 경기 중계를 다 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텔레비전에서는 경기 중계가 다 되지 않았지만 ‘my K’와 같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는 경기를 중계하고 있었는데 그걸 모르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적어도 공영방송인 MBC와 KBS는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경기 중계에 더 많은 시간을 썼어야 했다”고 말했다. 방송법 제2조에서는 일반 국민이 방송을 시청할 권리인 ‘보편적 시청권’에 대해 정의하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되는 스포츠 경기나 행사에 대해서는 공영방송을 포함한 방송사가 주요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방송권을 확보해서 많은 시청자에게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심 교수는 “그동안 방송사들이 인기경기 중복편성 등 방송사 위주로 편성을 해왔던 관행이 있다”며 “시청자들이 방송사들의 관행에서 보장받지 못하던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더 강하게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 방송의 패럴림픽 대회 중계가 외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장애인 크로스컨트리스키 15㎞ 종목에서 동메달을 딴 신의현 선수가 호소한 것처럼, 우리 방송들도 국민들께서 패럴림픽 경기를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더 많은 중계방송 시간을 편성해줄 수 없는지 살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혜인·김지환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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