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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tvN ‘라이브’ 경찰의 강제진압 장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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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총장실 점거 시위’ 상처 아직 아물지도 않았는데…

제작진 “미화 취지 아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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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토일 드라마 <라이브>가 출발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일선 현장 경찰의 고충·애환을 그리면서 2016년 이화여대 총장실 점거 시위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을 넣었기 때문이다. <라이브>는 노희경 작가의 신작으로 지난 10일 첫 방송됐다.

11일 방송된 <라이브> 2회를 보면, 한정오(정유미)와 염상수(이광수) 등 신입 순경들은 한 대학 집회·시위 현장에 투입된다. 학생들은 경영비리를 저지른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총장실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정오와 상수 등 경찰은 총장실 앞 복도에서 노래를 부르는 학생들과 대치한다. ‘해산시키라’는 윗선 지시에 경찰은 학생들을 건물 밖으로 억지로 끌어낸다. 카메라는 경찰의 고충을 집중 조명한다. 정오는 학생들 손톱에 얼굴을 긁힌다. 상수는 해산을 거부하는 학생에게 “다쳐요. 버티지마”라고 말하며 끌고나간다. 방송은 느린 화면으로 두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드라마는 시위 현장을 여대가 아니라 남녀공학 등으로 일부 설정을 바꿨다. 하지만 농성 중인 학생들이 소녀시대 노래 ‘다시 만난 세계’(다만세)를 부르는 등 이화여대 시위를 연상하게 한 것은 경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위에 참여했던 이화여대 재학생 ㄱ씨는 “공학으로 바뀌었다고 허구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나는 아직 트라우마를 극복하지도 못했는데 경찰의 고충을 표현하겠다고 가져다 쓰는 것은 경솔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드라마와는 달리) 당시 여경이 끌어내면서 웃고 있었다. 나는 그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청자 게시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11일 밤부터 제작진 사과를 요구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트위터리언은 “학생들이 기억하는 경찰은 이광수(상수)와 정유미(정오) 같은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그들은 아직 형광색 조끼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시위와 관련된 단어만 보아도, 다만세라는 노래만 들어도 진정제를 먹어야 한다”고 썼다. 또 다른 트위터리언은 “너무 쉽게, 이화여대 시위를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그날 100여명의 여대생들에게 1600명의 경찰이 해머를 들고 투입되었다는 사실은 왜 간과했을까. 이렇게 미화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작진 측은 이화여대 시위를 왜곡하거나 경찰을 미화하려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한다. tvN 관계자는 “삶의 진한 무게나 사회적 메시지를 다루는 노 작가의 색깔상 절대 미화가 아니다”라며 “노 작가는 농성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해산을 명령한 수뇌부를 찾는 게 중요하고, 잊지 말자는 의도에서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뇌부의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 향후에 구체적으로 전개되는지를 두고는 “대본 작업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학·이유진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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