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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화유기' 이세영 "다양하게 도전하는 이유요? 잘하는 게 딱히 없어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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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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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문수연 기자] "어제 인터뷰에서 기자님들이 명함을 주시는데 저는 드릴 게 없어서 급하게 만들어 봤어요. 안녕하세요. 이세영입니다."

이세영은 정장 차림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등장해 두꺼운 다이어리와 펜을 꺼내더니, 사진과 이름이 인쇄된 조금은 허술한 명함과 사탕을 건네며 인사를 전해 인터뷰 시작도 전에 웃음을 자아냈다.

tvN 드라마 ‘화유기(극본 홍정은·연출 박홍균)’에서 좀비 소녀, 진부자, 아사녀 역을 소화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세영은 1인 3역을 연기한 만큼 지쳤을 법도 했지만, 종영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도 놀라울 만큼 강한 에너지와 연기에 대한 열정이 뿜어져 나왔다. 첫 질문이 나오기도 전부터 펜을 쥐고 기자들을 바라보는 이세영의 눈빛은 비장해 보이기까지 했다.

“다이어리에는 연기할 때 느낀 점이나 배운 걸 적거나 일정을 적거나 그래요. 해마다 써요. 제가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바로 까먹거든요. 그래서 다 메모를 해요. 핸드폰 캘린더로 보면 하나도 모르겠어서 수기로 적는 게 편하더라고요. 일기는 잘 안 쓰고, 새벽에 감성이 폭발할 때는 시 같은 것도 써요. ‘화유기’에 대해서는 작품 끝나고 아직 개인적인 시간을 못 보내서 못 썼어요.”

다이어리에 적지는 못 했지만 ‘화유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1인 3역을 맡아 주인공을 뛰어넘는 활약을 펼친 이세영. 쏟아지는 호평에도 그는 아쉬움이 많아 보였다.

“준비할 게 굉장히 많았어요. 하루살이처럼 그걸 다 해야 했어요. 선배님들, 감독님, 스태프분들께 의견 많이 물어보고 최대한 도움 받아서 버티듯이 촬영했어요. 시청자분들이 호평해주셔서 감사하고 다행이에요. 전 정말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모니터링을 하면 아쉬운 부분도 많아요. 그래도 배운 게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컷 찍기 전에 선배님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내가 이런 걸 놓치고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어요.”

호평 일색일 만큼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이세영은 본인의 연기를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은 고민에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이세영은 본인이 느낀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또 나아가고 있었다.

“극 중 집안에서 여러 선생님과 어울리니까 다양한 것들을 많이 배우게 됐어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조언도 많이 받았죠. ‘화유기’는 제가 부족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 작품이에요. 그런데 그게 속상하기보다는 연기라는 게 참 해도 해도 배울 게 많고 신선하고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일을 하는 게 감사하더라고요. 더 배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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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유기’를 통해 많은 걸 배운 만큼 이세영에게 작품의 의미는 남달라 보였다. 그렇기에 방송 초반 이어진 송출 사고와 스태프 추락 등 연이은 사고가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이세영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어렵게 입을 뗐다.

“너무 속상한 일이고 마음이 아팠어요. 촬영이 재개돼서 촬영에 임하는데, 현장에 나오시는 스태프분들은 이 일이 좋아서 하시는 분들이잖아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보다는 작품을 빛나게 해주기 위해 애정을 갖고 일하시는 분들이고요. 그분들의 열정이 원동력이 되는데 원동력이 안 생길까 봐, 힘드실까 봐 걱정됐어요. 또 날씨도 추운데 준비할 것도 정말 많았거든요. 또 (부상 당한) 팀장님 걱정도 많이 됐었고요. 제가 첫 등장을 하기 전이었는데 ‘방송이 언제 재개되나’ 이런 건 크게 걱정되는 부분은 아니었어요. 그저 ‘우리 배우들, 스태프들 어떻게 하나’가 걱정이었어요. 그래도 어쨌든 선생님들, 선배님들이 에너지를 불어 넣어주려고 노력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다들 똘똘 뭉쳐서 잘 마무리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방송 재개 후 시청률은 7%를 돌파했다. 오히려 휴방 전보다 더 좋은 성적이었다. 회가 거듭될수록 우려보다는 호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세영은 이러한 반응을 체감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시청률 때문에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기보다는 부자나 하선녀(성혁), 저팔계(이홍기), 손오공(이승기)은 등장만으로도 촬영장에 웃음을 전파하는 매력이 있잖아요. 그래서 항상 힘 있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촬영하다 보면 바빠서 다들 모니터링을 잘 못하시잖아요. 저도 집 가면 자야 하는데 방송 돌려보고, 제 신 보고 그러니까 시청자가 어떤 반응인지는 볼 여력이 크게 없었어요. 방송 시간에 제가 촬영 중이면 저희 팀 스태프분들한테 물어봤어요. 제 연기에 잘못된 거 없는지 알려 달라고요. ‘그런 거 없다’고 하면 그 이상의 반응은 안 봤어요. 일단 제가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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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작품 활동과 다양한 캐릭터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이세영. 1996년 아역으로 데뷔해 오랜 세월 배우 생활을 하고 있지만 늘 신선하고 질리지 않는 매력을 가진 배우가 됐다. 이처럼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다른 배우분들도 다 안 해본 역을 하고 싶어 하실 것 같아요. 저는 잘하는 게 딱히 있는 것도 아니어서 안 해본 걸 계속 하는 게 재밌어요. 이미지가 계속 겹쳐 보이면 흥미나 재미가 떨어지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변화를 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배우 생활을 계속 하려면 계속 배워야 하고, 채워가야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어릴 때 많은 걸 배우고 싶고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안 해본 역할이 나왔을 때 매력이 있으면 하고 싶고요. 이번 작품은 시놉시스를 딱 받고 매니저 오빠한테 ‘저 이거 하고 싶어요. 저 나온 부분 대본은 없어요?’라고 했어요.”

작품을 통해 늘 성장해나가는 배우 이세영에게는 한 작품 한 작품이 큰 의미로 남을 듯싶었다. 이에 이세영에게 ‘화유기’는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 물었다.

“조심스러운 부분이긴 하지만 어쨌든 저는 현장에 계속 있을 사람이잖아요. 방송하면서 사고가 몇 번 있었는데, 남 일이 아니라 더 안타깝고 마음 아프고 속상해요. 많이 울었어요. 또 그거랑 별개로 촬영하면서 부담감도 있었고, 시청자분들이랑 한 약속이니까 힘내서 촬영해야 하는데 마음이 안 좋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모험이었고, 도전이었어요.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고마운 작품이기도 하고요. 소중한 작품인 것 같아요. 너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작품이에요.”

문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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