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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유아인 ‘조민기 마녀사냥 암시’·조성규-정일우 ‘공개 추모’ 논란…뭐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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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조민기의 빈소에 다녀왔다. 하지만 그가 쌓아온 연기자 인생의 그 인연은 어느 자리에도 없었다. 뭐가 그리 두려운가? 조민기의 죄는 죄이고 그와의 인연은 인연인데….”

복싱선수 출신 배우 조성규가 12일 새벽 동료 배우 고(故) 조민기(53)의 빈소를 찾은 뒤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 중 일부다. 이날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전날 조민기의 빈소는 한산했다. 조민기의 지인 A 씨는 “여론 때문에 빈소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기는 지난 1993년 MBC 22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이제까지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해 왔다. 그러나 그의 사망 소식에도 연예계는 잠잠하다. 날선 여론 탓에 애도도 삼가는 분위기다. 앞서 조민기의 후배 배우 정일우는 조민기가 사망한 9일 “Pray for you(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라며 추모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됐던 조민기를 공개적으로 애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피해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행동이다” 등 비판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조성규의 글도 비슷한 이유로 도마에 올랐다. 12일 오전 현재 그의 이름은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라 있다.

한 누리꾼은 “애도하는 걸로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상황인 만큼, 소셜미디어에 올려가면서 공개적으로 애도하면 피해자에게 또 상처가 된다는 걸 알아주길. 일반인도 아니고 연예인인데 본인의 영향력을 생각해야지”라고 지적했다. 연예계는 이처럼 조민기에게 공개적으로 애도를 표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같은 날 배우 유아인은 직접적으로 고인을 추모하는 글을 올리지는 않았다. 대신 다른 방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의견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줄에 묶인 남성들이 화형을 당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는 1998년 개봉한 영화 ‘엘리자베스(Elizabeth)’의 도입부 장면으로, 가톨릭 신봉자인 메리 1세 여왕이 신교도인을 처형하는 모습이다. 영상에 별도의 코멘트는 없었다. 그는 게시물 댓글란도 닫았다.

중세시대 ‘마녀사냥’을 떠오르게 하는 이 장면을 유아인이 올린 것을 두고 “조민기의 죽음이 ‘마녀사냥’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 “‘미투’ 운동을 두고 마녀사냥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냐” 등 비판이 일었다. 어떤 이들은 “추모하려면 조용히 조문을 다녀올 일이지, 이런 영상을 올린다는 건 그냥 ‘관심종자’ 아닌가?” “마녀사냥이니 뭐니 가해자 옹호할 시간에도 누군가는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는 “‘미투’를 응원한다는 사람들이 익명성 뒤에 숨어 ‘미투’를 더럽히고 있다. 의혹만 나와도 일단 죽어라 욕부터 먹는 걸 보면, 유아인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조민기는 지난해 10월 청주대학교 공연영상학부 부교수 재직 시절 제자들을 성추행한 의혹으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고 사표를 냈다는 사실이 지난 2월 알려졌다.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의 증언이 잇따르며 경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었으나, 조사를 3일 앞둔 9일 숨진 채 발견됐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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