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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대걸레를 닮은 컬링 브룸, 왜 '비질'한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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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 개최된 제 1회 동계올림픽인 프랑스 샤모니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컬링선수들 모습. 당시까지만해도 컬링 브룸은 빗자루 형태였다.(사진=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https://www.olympic.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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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평창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컬링 대표팀이 연전연승을 거두며 4강에 진출하면서 최근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컬링 열풍'이 불고 있다. 보통 로봇청소기를 컬링 스톤으로, 대걸레를 컬링 브룸으로 삼아 가정에서 컬링경기를 흉내내는, 이른바 '클링' 패러디물이 인기다.

하지만 대걸레처럼 생긴 '브룸(broom)'의 원 뜻은 '빗자루'다. 컬링 선수들이 브룸으로 바닥을 문지르는 행위 역시 빗자루로 바닥을 쓴다는 의미의 '스위핑(sweeping)'이란 용어를 쓴다. 컬링경기에서 스위핑하는 두 선수를 그래서 스위퍼라고 부른다. 외형도 대걸레처럼 생기고, 경기에서도 빗자루로 쓴 다기 보다는 바닥을 문지르는 모습이지만 왜 '빗자루질'을 한다고 표현하는 걸까?

의문을 풀기 위해선 컬링이란 경기가 처음 만들어진 16세기 스코틀랜드로 시점을 옮겨야한다. 스코틀랜드에서 컬링과 관련한 최초기록은 154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보통 16세기 초반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컬링스톤 또한 1511년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5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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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대한민국(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과 러시아 출신 올림픽선수단의 예선 8차전이 21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렸다. 대표팀 김은정, 김선영, 김경애가 스위핑하고 있다./강릉=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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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과거 컬링경기 사진을 보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브룸이 아닌, 정말 빗자루 모양의 브룸을 들고 경기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올림픽 경기에서 컬링 경기가 처음 종목으로 등장했던 1924년 제 1회 샤모니 올림픽 때의 사진을 봐도, 컬링선수들은 모두 빗자루를 들고 있다. 16세기부터 컬링은 옥수수대를 모아 만든 빗자루를 브룸으로 사용했으며, 오늘날처럼 탄소섬유 재질의 대걸레 형태의 브룸이 만들어진 것은 스코틀랜드 이민자들의 영향으로 컬링경기가 캐나다로 넘어간 이후부터라고 한다.

실제 현재 쓰이는 브룸은 엄밀히 따지자면 빗자루도 대걸레도 아닌 '브러시(Brush)'의 일종이다. 브룸의 스틱부분은 속이 빈 섬유유리, 탄소섬유 재질이 사용되며, 하단의 브러시의 경우에는 직물이나 돼지털, 말총 등으로 제작된다. 이제는 브룸이 아니라 브러시 스틱이 완전히 컬링 주요 도구로 대체가 됐지만, 여전히 브룸이 통일된 명칭으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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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걸레와 로봇청소기를 이용한 컬링 패러디(사진=유튜브 동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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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과거처럼 빗자루로 쓸거나, 현재처럼 브러시를 이용해서 바닥을 문지르거나 유도하려는 효과는 동일하다. 바로 컬링 경기장 얼음 표면에 보이지않는 미세한 얼음알갱이인 '페블(pebble)'을 제거해 컬링스톤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것. 열심히 스위핑을 해서 페블을 많이 제거할수록 마찰력이 작아져서 더 빠른 속도로 멀리 나가며, 반대로 적게할수록 속도가 느려진다.

컬링스톤을 공처럼 이동시키는 경기특성으로 인해 컬링은 빙상에서 펼쳐지는 경기이긴 하지만, 빙상종목이 아니라 구기종목에 속한다. 역시 공으로 취급되는 퍽(Puck)을 골대에 넣어서 승부를 겨루는 아이스하키 역시 빙상에서 하는 경기지만 빙상종목이 아닌 구기종목으로 취급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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