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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화합' 뒤에 '숨은' 갈등…평창올림픽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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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단일팀·이상화·고다이라 등 화합의 장…'팀추월 논란' 및 갑질사태 등 갈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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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선수들이 20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순위결정전을 마치고 서로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강릉=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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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축제 올림픽은 화합이 키워드다.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는 평창올림픽도 '평화올림픽'에 걸맞게 하나 된 국제사회의 모습을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다.

가장 빛난 화합의 장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다. 남북단일팀은 북한 응원단이 대한민국을 방문하며 한반도를 응원하기도 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초대장을 받는 등 잠시나마 국제적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시발점이 됐다.

그러나 시작부터 순탄한 건 아니었다. 북한선수 유입으로 출전이 어려워진 기존 한국 선수들의 호소와 한 정치인의 '원래 메달 못 딸 팀'과 같은 발언 등으로 국내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았다. 급조된 팀의 조직력과 팀워크도 우려 대상이었다.

하지만 일본전에서 1득점을 성공하면서 기존의 팀워크 논란을 불식시켰다. 남북단일팀이 보여준 투지와 열정은 하나된 '팀 코리아'의 것이었다. 사라 머리 남북단일팀 감독은 20일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행정적인 결정은 정치인이 내렸지만 우리는 한팀이었다"며 "이 스포츠를 통해 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가 큰일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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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오른쪽) 선수가 이상화 선수를 안아주고 있다. /강릉=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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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에 이어 한일관계도 평창올림픽에서는 화합으로 수렴됐다. 미국이 전략적 이익을 토대로 중재를 시도해도 이루지 못한 일을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두 명이 해낸 것이다. 지난 18일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 이후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가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며 한·일 간 정서적 장벽이 흔들렸다.

고다이라는 이상화에게 '존경한다'고 말했고 이상화는 '자랑스럽다'고 화답하며 국경을 초월한 우정을 과시했다. 태극기와 일장기를 든 두 선수는 포옹하며 경기장을 같이 돌며 스포츠 안에서 만국은 하나라는 화합의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는 정작 화합이 필요한 곳에서 분열된 모습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19일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팀추월에서 팀과 함께 움직여야 할 김보름·박지우 선수가 노선영 선수를 버리고 질주하자 대한빙상경기연맹 내 '왕따' 및 파벌 논란이 불거졌다.

빙상연맹은 20일 급히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했지만, 노선영이 반박하면서 분열과 상처만을 드러내는 진실 게임 공방으로 사태가 번졌다. '숙명의 라이벌'이라 불리는 한·일간 화합을 보여준 이상화·고다이라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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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영(오른쪽)이 지난 19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준준결승에서 김보름(왼쪽), 박지우에 뒤처지면서 '팀워크 불신' 논란이 불거졌다. /강릉=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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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올림픽이 화두가 되며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한국 사회의 그림자가 드러났다. 지난 15일 이기흥 대한체육 회장 일행이 다른 사람이 예약한 좌석에 앉으려는 것을 자원봉사자가 제지하자, 대한체육회 고위 관계자가 "이분이 누군지 아느냐"를 외치며 좌석에 앉은 사건도 있었다.

지난 16일 스켈레톤 금메달을 획득한 윤성빈을 만나러 간 박영선 의원의 '특혜 입장' 역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허가가 없으면 윤성빈 선수의 가족마저도 출입금지인 구역을 국회의원이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손 쉽게 입장할 수 있었던 사건으로, '갑'의 월권이 묵인되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줬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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