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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金과 0.01초 차이…차민규, 韓빙속 단거리 에이스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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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 평창 ◆

매일경제

차민규가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500m 경기에서 입술을 깨문 채 질주하고 있다. [강릉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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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3위 안에만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은메달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금메달까지 바라볼 수 있었는데… 아쉽긴 아쉽다."

차민규(25·동두천시청)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깜짝 은메달을 따내며 '차세대 단거리 에이스'로 우뚝 섰다.

차민규는 19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500m 경기에서 14조로 출전해 34초42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올림픽 신기록이자 1위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34초42는 2002년 솔트레이크올림픽에서 미국의 캐시 피츠랜돌프가 세운 올림픽 기록과 타이다.

차민규는 초반 100m를 9초63으로 무난하게 통과한 뒤 가속도를 이어가며 앞선 선수들을 모두 제치는 데 성공했다. 차민규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짐작한 기록이 있었는데 그 기록이 나와서 성공했다고 느꼈다. 좋은 기록이어서 금메달까지도 바라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호바르 로렌첸(노르웨이)이 차민규보다 0.01초 빠른 34초41의 기록을 세우며 차민규 눈앞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다시 갈아치웠기 때문이다.

불과 0.01초 차. 물론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다리가 짧아서 그런가보다"라며 웃은 차민규는 로렌첸이 자신보다 불과 0.01초 빠른 기록을 냈을 때 머리를 감싸쥔 것에 대해선 "그 선수가 이겨서 놀랐지만 그래도 목표는 순위권이어서 담담하게 잘 받아들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쉬움은 잠시. 은메달의 기쁨이 차민규를 웃게 했다. 차민규는 "일단 순위권 안에 든 것이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벅차고 좋다. 순위권 안에 드는 것이 목표였다. 기쁘다"며 "3위 안에 들었으면 했다. 은메달이란 결과가 나왔다. 동메달보다는 은메달이 더 좋은 것이니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이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메달을 딴 것은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모태범이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무려 8년 만이다.

이날 차민규는 두 가지를 떠올리게 했다. 사실 차민규는 쇼트트랙 선수였지만 몸싸움이 싫어 대학 진학과 함께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한국 남자 장거리 에이스 이승훈과 똑같다. 차민규는 "처음에는 스케이팅이 달라 고생했는데 스케이팅 자세를 바꾸면서 좋은 기록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한 뒤 "전향이 '신의 한 수'인 것은 맞는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0.01초의 아쉬움'은 1992년 알베르빌올림픽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한국의 김윤만은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덜컥 은메달을 따냈다. 당시 김윤만도 0.01초 뒤진 2위였다.

스케이트를 시작한 계기도 눈에 띈다. 바로 '몸이 약해서'. 차민규는 "코피가 많이 나서 부모님이 걱정해 집앞 스케이트에서 특강을 시켰다. 재미가 붙으면서 계속 하게 됐다"고 말했다.

게다가 '깜짝 은메달'을 안겨준 차민규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자신의 첫 올림픽 무대다. 하지만 샛별은 아니다. 차민규는 올해 25세로 중고참급이다.

이유가 있다. 차민규는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국내 선발전을 앞두고 오른 발목 인대를 심하게 다쳐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는 TV로 동료 선수들을 지켜보며 각오를 다져야 했다. 이날 차민규는 '소치올림픽 때 아픔이 도움됐나'라는 질문에 "당시 다쳐서 선발전도 참가하지 못했다"라면서 "평창올림픽에서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철저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차민규의 독기는 이후 기록을 보면 된다. 힘겨운 재활 과정을 이겨낸 뒤 2016년 12월에 열린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모태범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한 뒤 기세를 이어 지난 1월 제98회 전국동계체전에서 또다시 모태범을 꺾고 금메달을 획득하며 국내 일인자로 우뚝 섰다.

차민규의 질주를 만든 원동력도 있다. 앞서 남자 1500m에서 김민석이 아시아 최초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연히 자극이 됐다. 차민규는 "김민석이 동메달을 딴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 나도 한번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차민규의 질주는 이제 시작이다. 차민규는 "그동안 아쉽게 0.01초 차로 2등을 한 경우가 많았는데 더 철저히 준비해서 그런 실수가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에 기분 좋은 희망을 남긴 차민규와 함께 이날 금메달도 의미가 깊다. 로렌첸의 우승으로 노르웨이는 1948년 생모리츠대회에서 핀 헬게센이 500m 금메달을 따낸 이후 무려 70년 만에 정상 탈환에 성공하는 기쁨을 맛봤다.

또 중국도 가오팅위가 동메달을 차지하면서 동계올림픽 남자 500m에서 역대 처음으로 메달을 수확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김준호(한국체대)는 스타트 초반 중심이 흔들리는 악재에도 100m 9초68로 통과하며 선전했지만 35초01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0 밴쿠버대회 금메달리스트 모태범은 초반 100m에서 9초61을 기록하고 막판 스퍼트에 나섰지만 35초15에 그쳐 16위를 차지했다.

[강릉 =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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