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권료 메우려 시청률 집착
지상파 3사, 중복·동시 편성에 세계적 선수 보고 싶어도 못 봐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메달 획득이 유력하거나 인기 있는 한국 선수 경기만 중계하는 중복편성 문제가 여전하다는 시청자 불만이 높다. 평소 해외 스포츠 중계를 널리 접하게 된 시청자들이 국내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맞아 TV를 통해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를 보려고 하지만 이를 접할 기회가 차단돼 있다는 지적이다. “TV만 보면 올림픽이 아니라 전국체전”이라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심씨는 19일 “스키나 스노보드 종목은 박진감 넘쳐 보는 재미가 있는데 중계를 잘 하지 않는다”며 “출전한 한국 선수가 메달을 딸 가능성이 사라지면 더 잘 하는 다른 나라 선수들 경기가 남았는데도 다른 종목으로 중계를 넘기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모씨(31)는 “여자 아이스하키는 남북 단일팀이 구성돼 관심이 쏠리면서 중계됐지만 남자 아이스하키는 한국 경기뿐 아니라 캐나다·미국·러시아 등 수준 높은 팀의 경기도 TV에서 찾아볼 수 없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박모씨(25)는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게 되면 하루 종일 그 경기만 다시 보여주는 것 같다”며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경기를 중계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12월 KBS·MBC·SBS에 “과다한 중복·동시 편성으로 시청자들의 선택을 제한하지 않도록 채널별·매체별로 순차적으로 편성할 것”을 권고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3사가 중계권료 등에 들어간 과도한 비용을 메우기 위해 광고수익으로 연결되는 시청률에 집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3사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지불한 중계권료는 약 350억원으로 알려졌다.
한석현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협상 방법 개선 등을 통해 중계권료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을 방지해야 중복편성 문제의 원천적인 해결이 가능하다”며 “특히 공영방송은 시청률 경쟁보다는 여러 종목을 소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팀장은 “영국 BBC 등 해외 언론은 최대한 모든 경기를 인터넷, 모바일, 케이블 채널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소화하려고 노력하는 경향”이라며 “자국서 펼쳐지는 대회인 만큼 시민들이 다양한 동계 스포츠에 관심을 가질 기회인데 여전히 국가간 대결에만 중계방송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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