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스타로 뜬 女 컬링팀/경북 의성여고 선후배로 의기투합/방과 후 활동으로 시작 13년 ‘인연’/코치까지 모두 김씨… ‘팀 킴’ 불려/세계 1·2·4·5위 연파 예선 단독 1위/韓, 올림픽 사상 첫 4강행 ‘청신호’/“별명과 달리 마늘은 안 좋아해요"
“4강 가자”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 선수들이 19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6차전에서 스웨덴을 7-6으로 제압한 뒤 관중의 환호에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미, 김선영, 김은정(스킵), 김경애. 강릉=AP연합뉴스 |
스톤 던지기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의 김경애(가운데)가 19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6차전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스톤을 던지고 있다. 강릉=남정탁 기자 |
경북 의성여고 선후배인 이들은 2006년 경북 의성군에 국내 최초의 컬링전용경기장이 생긴 뒤 의기투합했다. 이 덕분에 경북 의성의 특산품인 ‘마늘’을 따 별명도 ‘마늘 소녀들’이다. 또 코치부터 선수까지 모두 성이 ‘김’씨로 같아 ‘김 시스터스’ 또는 ‘팀 킴(Team Kim)’으로 불린다. 외국인들이 멤버를 구분하지 못해 애니(김은정), 스테이크(김경애), 서니(김선영), 팬케이크(김영미), 초초(김초희) 등 음식 이름으로 애칭을 짓기도 했다.
대표팀은 조직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비결은 컬링 대표팀 구성이 팀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멤버 간 호흡이 중요한 컬링은 우수한 기량의 선수들을 각 팀에서 차출하는 대부분의 종목과 달리 1개 팀을 대표로 정한다. 경북체육회에 둥지를 튼 선수들은 고교 시절부터 방과 후 활동으로 취미 삼아 하던 운동이 팀원 간 끈끈한 애정이 생기면서부터 떼놓을 수 없는 천직이 됐다.
이날도 스스로 ‘가족보다 진한 사이’라고 밝히는 대표팀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됐다. 대표팀은 1엔드에 득점에 유리한 후공을 잡았지만 작은 실수에 발목을 잡혀 1점을 내줬다. 선공 팀이 득점하는 ‘스틸’을 당한 것이다. 불안하게 출발한 대표팀은 시소게임을 벌이다 선공이던 4엔드에 2점을 스틸하면서 3-1로 달아나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후 6엔드와 8엔드에서 나란히 2점을 따낸 대표팀은 스웨덴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승리를 지켜냈다. 이번 대회 무패가도를 달리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급부상한 ‘바이킹 군단’ 스웨덴을 한국이 처음으로 격침하는 순간이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의 김은정(가운데) 스킵이 19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6차전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스톤을 던지고 있다. 강릉=남정탁 기자 |
경기 뒤 선수들은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대회 전 미디어데이서 “목표는 금메달이다”라고 당차게 포부를 밝히던 김민정 코치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 올림픽이 끝나지 않았지만 이들이 매 경기마다 눈물을 쏟아내는 이유는 그간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한컬링경기연맹이 지난해 초 연맹 집행부 간 법적 다툼이 심해 대한체육회 관리 단체로 지정되면서 선수들은 연맹으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 특히 홈 이점을 살려 올림픽 컬링 경기장인 강릉컬링센터에서 많은 훈련을 하고 싶었지만 지난해 11월에야 9일 남짓 훈련한 것이 전부다. 이후에는 올림픽을 앞두고 빙질을 점검한다는 이유로 경기장을 쓰지 못했다.
김은정은 “힘든 시간이었지만 결국 해내야 했다. 연맹 파행에 휩싸여서 성적이 좋지 않으면 우리만 바보가 된다는 생각을 했다”며 “상대가 누구인지는 생각 안 하고 우리 샷에만 집중하는 것이 선전의 비결이다. 대회 중 집중력이 흔들리지 않도록 선수촌에서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가 있다. 대표팀 측근에 따르면 선수들은 ‘마늘 소녀들’이라는 별명에 걸맞지 않게 마늘은 즐겨 먹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체력이 중요한 만큼 소고기 등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편이다. 또한 틈틈이 미술 스포츠 심상 훈련, 개인 성향 테스트 등 심리 훈련으로 집중력을 다진다.
강릉=안병수 기자 rap@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