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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오왠 "철도학과 자퇴하고 버스킹…간절히 노래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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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막 남친' 주목받는 싱어송라이터…사랑의 감정 담은 앨범 '웬 잇 러브스'

연합뉴스

싱어송라이터 오왠 [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싱어송라이터 오왠(본명 신진욱·25)이 미국 록밴드 그린데이의 음악을 듣고서 엄마에게 "노래하고 싶다"고 말한 것은 초등학교 때였다. 학업이 중요하다며 부모의 반대에 부딪히자 반항심이 생긴 그는 중학교 시절 비트박스를 몰래 연습하며 음악에 대한 갈증을 풀었다.

그러나 고등학교로 진학해도 무대에 서 있는 상상이 떠나질 않았다. 그는 "때론 상상만으로도 눈물이 날 정도로 노래가 너무 하고 싶었다"고 한다.

철도 공무원이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동양대학교 철도운전학과에 입학했지만 역시 적성에 맞지 않았다. 학과에 흥미가 없자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원입대였다. 그는 2014년 군 복무를 마친 뒤 결국 대학을 자퇴하고서 부산의 거리에서 아는 형과 함께 버스킹(길거리에서 연주하고 노래하는 것)을 시작했다.

"버스킹을 하면 반응이 꽤 좋았어요. 자작곡과 커버곡을 고루 섞어 하다 보니, 행사도 들어오고 작은 공연도 하게 되고 그때부터는 부모님이 별다른 말씀 없이 저의 길을 지켜봐 주셨어요. 지금은 신곡을 보내드리면 피드백도 해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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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미니앨범 낸 오왠
[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부산 인디신에서 활동하던 그가 지금의 기획사 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와 인연을 맺은 것은 이곳 소속이던 빌리어코스티의 음악을 듣고서다. 그는 2015년 기획사 홈페이지 지원란을 통해 데모 파일을 보냈고 얼마 뒤 상경해 오디션을 보고서 둥지를 틀었다.

꿈을 포기하지 않은 덕에 그는 23살이던 2016년 비로소 데뷔 미니앨범 '웬 아이 비긴'(When I Begin)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후 '콜 미 나우'(Call Me Now)와 '없네', '폴 인 러브'(Fall In Love) 등의 싱글을 잇달아 낸 그는 어쿠스틱 팝이 강점인 싱어송라이터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 두 번째 미니앨범 '웬 잇 러브스'(When It Loves)를 발표한 그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났다.

6곡 모두 자작곡으로 채운 이번 앨범에서 그는 사랑의 여러 감정을 풀어냈다.

그는 "많은 분이 사랑 노래를 하는데, 제 노래 중에는 아직 많이 없는 것 같아 사랑을 테마로 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데뷔 앨범과의 차이점은 사운드가 한층 밝아지고 어쿠스틱 팝부터 록, 발라드, 재즈 스타일까지 장르적인 외연을 확장했다는 점이다. 솔직한 가사와 부드러운 음색, 전달력이 좋은 창법은 그가 '고막 남친'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첫 트랙 '웰 아이 세이'(Well I Say)는 20살 때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가사를 썼다.

"저를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는데 전 자신이 없었어요. 연애할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미안하다' 말하고 연락을 끊었는데 그 감정을 적어가다 보니 노래로 완성됐죠. 사랑의 행복감이 아니라 '네가 싫은 건 아닌데 자신이 없다'는 싱숭생숭한 감정을 담았어요."

후렴구를 쓰는 데만 5개월이 걸렸다는 타이틀곡 '처음이니까'에서도 그는 감정의 과잉 없이 차분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누군가에겐 처음 겪는 감정일 수 있는 이별의 슬픔 앞에서 '괜찮다'고 위로하기보다 '한숨만 길게 늘어지는 날은/ 우린 모두 똑같으니까'라고 공감하는 방식으로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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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잇 러브스' 재킷
[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뒷 트랙에서는 오왠이 경쾌한 비트를 타는데도 재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랑을 시작하며 상대가 예뻐 보이는 상황을 애교 섞인 노랫말에 담은 '예쁘잖아', 재즈 스타일의 편곡으로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드림'(Dream)에선 그가 같은 스타일의 음악을 답습하지 않으려 한 노력이 엿보인다.

그는 "예명이 오른쪽·왼쪽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음악을 하겠다는 의미"라며 "어쿠스틱 팝이 대표 장르로 알려졌지만 어린 시절 콜드플레이부터 에릭 베넷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팝을 즐겨 들어 사운드에 호기심이 많다. 트로이 시반처럼 사운드로 죽이는 음악도 해보고 싶은데 아직은 독이 될 수 있어서 혼자서 꾸준히 재미처럼 만들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작곡을 시작한 건 기타를 잡기 시작한 20살 때. 처녀작인 '없네'를 첫 앨범에 실었던 그는 "지금은 기타와 건반을 오가면서 곡을 쓴다"며 자작곡을 부르는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친구들에게 직접 하면 쑥스러운 말도 가사로 쓰면 멋진 말이 돼서 좋아요. 사람들에게 제 감정과 생각을 노래로 전할 수도 있고요. 재미있게 만들다가도 발표를 위해 다듬을 때는 난관이 있지만, 어려운 것이지 힘들지는 않아요. 곡 작업하면서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가 가장 행복한 과정이니까요."

데뷔 2년도 안 돼 각종 페스티벌에 초대된 그는 지난 연말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400석짜리 단독 공연을 치렀다.

그는 "중반부가 지나면서 긴장이 풀리자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며 "마치 관객들이 나와 놀아주는 느낌이었다. 첫 번째 꿈을 이룬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 "내가 가진 목소리가 변하지 않고 오래오래 노래하는 것이 가장 큰 꿈"이라며 지금은 이 생각이 간절하다고 강조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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