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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인터뷰①] 인교진 "`저글러스` 밉지 않은 악역? 일상의 어수룩함 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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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인교진은 `저글러스`에서 미워할 수 없는 악역 조상무로 열연했다. 제공| 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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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드루와'는 아는 형님이 취하실 때 한잔 달라고 할 때 하는 말이었어요. 대사로 써먹으면 재밌겠다 싶었죠. 어느 순간부터 저도 모르게 막 쓰고 있더라고요. 음하하."

KBS2 드라마 '저글러스' 종영 후 만난 배우 인교진(38)은 드라마 화면을 옮겨 놓은 듯 익살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는 '저글러스'에서 조상무 YB광고기획부 전무 역을 맡았다. 남치원(최다니엘 분), 좌윤이(백진희) 앞길을 가로막았으나 빈틈이 많은 밉지 않은 악역이었다.

"'신나서 춤을 춘다'라는 지문을 보면 제작진이 조상무가 코믹하게 춤추는 것을 바라는 듯했어요. 춤을 못 추는 데도 정말 발악하듯이 온몸으로 표현하려고 했죠(웃음). '까뜨'라는 유행어도 촬영하면서 해본 건데 반응이 좋았어요."

조상무는 출세를 위해 YB그룹 내 비리를 저지르다가 결국 감옥 신세를 졌다. 교도소에서 참회하고 부모님을 생각하며 눈물을 떨궜다. 권선징악 결말이었다. 인교진이 웃음 외에 다양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배우라는 것도 보여줬다.

"조상무의 뒷이야기와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연기여서 신경 썼죠. 부족하고 어수룩해서 악역치고는 미워보이지 않은 듯해요(웃음). 일상에서 묻어나는 것도 있죠. 아내(소이현)는 제가 '속이 다 보이는 해파리 같은 남자'라고 해요. 허당기 있는 제 모습이 캐릭터에 녹아든 거죠."

인교진의 배우 인생이 달라진 건 2016년 KBS2 '백희가 돌아왔다' 홍두식 역을 맡은 이후다. 걸쭉한 사투리를 쓰며 사내들끼리 치고받는 홍두식의 모습은 그동안 인교진이 보여주지 않았던 연기였다. 이후 '쌈, 마이웨이', '란제리 소녀시대'를 통해 얄밉지만, 작품에 꼭 필요한 감초 역할을 맡았다.

"허세 있는 홍두식을 하면서 너무 재밌었죠. 저와 닮은 부분이 있어요.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역할이요? 백수죠(웃음). 최근 그런 역할을 하다 보니 백수로 보여줄 수 있는 재밌는 연기가 떠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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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가 돌아왔다'는 인교진에게 배우로서 새로운 삶을 열어줬다. 제공| 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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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교진은 2000년 MBC 29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2011년까지 '도이성'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다가 이듬해 본명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활동명을 바꿀 정도로 인교진은 배우로서 자신 만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다가 최근에야 재조명받고 있다.

"지금까지 방송 생활을 하면서 주목받은 역할을 한 게 몇 년 안 됐어요. 공채로 시작해 단역을 하는 내내 쉽지 않았죠. 그러다가 '백희가 돌아왔다' 이후 제가 심각한 얘기를 하더라도 사람들이 웃어요. 싫지 않더라고요."

인교진은 잠시 진로에 대한 고민에 잠겨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가기도 했다. 공채 탤런트 중 가장 어린 21세로 데뷔해 힘든 나날을 견뎠지만, 한계에 이르렀던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 오겠다"며 미국으로 가서 비디오 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영화 '신기전'에 캐스팅돼 귀국했다.

"고민을 수백만 번 했죠. 어젯밤에 '때려치운다'고 했다가 다음 날 일어나서 '내가 할 일은 이거지'라고 생각하는 걸 반복했어요. 점점 노하우도 생기더라고요. '잘하려고 하지 말고 버텨보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배우 일이 중독성이 있어서 버텼던 것 같네요."

공채 탤런트를 거쳐 드라마 주연, 그리고 악역 조연까지 배우로서 두루 경험한 인교진은 후배들을 향한 조언에는 말을 아꼈다. "신인 배우들에게 연기에 대한 말은 하지 않아요. 주눅 들면 100%를 보여줄 수 없어서죠. 상처받지 말고, 묵묵히 이겨내면 능력을 발휘하는 날이 올 거예요."

인교진은 '지금이 배우 인생 전성기가 아니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있지만, 지난해 나름의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도 있어서였다. 연기대상 조연상 수상이었다.

"전성기요?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지난해 KBS연기대상 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됐다는 말을 듣고, 샤워하다가 수상 소감이 생각나더라고요(웃음). 아내와 아이들 이름을 부를 생각에 울컥했죠. 상을 받는다면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지 않을까요?"

in999@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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