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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커밍아웃' 켄워시, 경기는 졌지만 '승리자'였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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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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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기회를 모두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프리스타일 스키 슬로프스타일 선수 거스 켄워시(27·미국)에게 패배자라고 욕하는 이는 없었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힌 뒤 맞은 첫 올림픽에서 그는 용기를 냈고, 승자라는 찬사도 받았다.

켄워시는 18일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슬로프스타인 결선에서 3차 시기 모두 연기를 제대로 끝내지 못했다. 점수는 35.00점. 결선에 오른 12명의 선수 중 최하위였다.

그러나 패배자라는 오명보다는 그의 용기있는 표현에 대한 찬사가 많았다. 피겨스케이팅 선수 애덤 리펀(29)과 함께 미국의 ‘유이’한 게이 커밍아웃 선수인 켄워시는, 이날 예선 경기에 앞서 자신의 남자친구 매튜 위커스와 입을 맞췄다. 이 장면이 방송 카메라에 잡혀 전파를 탔다.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켄워시는 “방송이 된 줄은 몰랐다”며 “그런 장면이 방송을 탄다는 게 나에게는 조금 무서웠지만, 방송이 된 건 소중한 경험”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좋은 추억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켄워시는 “게이가 올림픽에 나와 연인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건 내가 어릴 때만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며 “고정관념이나 성소수자 혐오를 무너뜨리는 건 내가 표현하는 일 뿐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켄워시는 2014 소치 올림픽에서 같은 종목 은메달을 땄지만, 그 때는 커밍아웃하기 전이었다. 자신의 가족에게도 성정체성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마침 그 때 러시아에서는 ‘반동성애법’이 이슈로 떠올랐다. 켄워시는 그 때 남자친구와 공개적인 애정표현을 할 생각도 갖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용기가 없어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러나 손가락 부상과 둔부 혈종을 앓으며 우여곡절 끝에 참가한 올림픽 무대에서 그는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표현했다. 스스로를 동성애자라고 밝힌 운동선수들은 있었지만,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의 연인과 애정을 표현한 경우는 여전히 드물다.

미국 언론들은 켄워시의 행동을 높이 샀다. USA투데이는 “켄워시가 올림픽 승자가 되는 데는 메달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시사주간 타임은 “LGBT(성소수자) 커뮤니티에겐, 켄워시의 올림픽 패배마저도 큰 승리였다”고 전했다. 켄워시의 친구이자 성소수자 활동가이기도 한 타일러 오클리는 “켄워시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저항의 상징이 됐다”고 평했다.

물론 켄워시에게도 올림픽 성적은 아쉽기만 하다. 그는 “1차 시기에서는 마지막 점프까지는 좋았는데, 무엇 때문에 점프가 실패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3차 시기에서는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려고 했는데 잘 안됐다”고 했다. 하지만 “올림픽 무대에 선 것만 해도 자랑스럽다. 가족들과 남자친구,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와줬다”며 “경기에서 지더라도 그보다 소중한 것들은 많다. 다음 기회도 있을 것이다”라고도 덧붙였다.

<평창|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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