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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평창특별취재팀 조희찬 기자]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올림피언’들이 지난 4년간 흘린 땀방울. 야속하게도 이들의 노력에 대한 평가는 빠르면 1분 안에 결정되기도 한다. 선수들은 기쁨의 눈물, 때로는 허탈함의 눈물을 왈칵 쏟아낸다. 이들의 눈물의 무게를 감히 가늠할 수 없지만, 그 눈물 속에 담겨 있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는 우리 모두 알 수 있다.
◇ 아쉬움의 눈물
쇼트트랙 여자 대표 최민정(20)은 이겨도 져도 항상 ‘무표정’으로 일관한다. 그의 별명은 ‘얼음공주’다. 얼음공주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두 번의 눈물을 쏟았다. 13일 그의 눈에서 처음 터져 나온 눈물은 아쉬움의 눈물이었다. 최민정은 자신의 첫 종목이었던 500m 결승에서 2위로 골인하고도 실격 처리됐다. 경기 과정에서 상대 선수를 밀었다는 심판의 판정이 있었다. 최민정은 한국이 유일하게 쇼트트랙 종목에서 정복하지 못한 여자 500m 결승에 진출한 유일한 한국 선수였다. 그는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할 정도로 감정에 복받쳤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지난 조별리그 B조 3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1-4로 패하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선수들의 눈물은 얼굴을 타고 내려와 얼음 위에 떨어졌다. 단일팀은 아시아 최강으로 평가받는 세계랭킹 9위 일본을 맞아 이번 대회를 통틀어 가장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 역사적인 올림픽 무대 첫 골을 기록했고 경기 막판까지 물고 늘어지는 끈기를 보였다. 하지만 패배의 맛은 썼다. 선수들은 아쉬움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수비수 엄수연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수는 인터뷰를 고사하고 눈물을 닦으며 라커룸으로 향했다.
전 종목 실격의 악몽을 딛고 기다린 4년. 영국 대표 엘리스 크리스티(27)는 또 다시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반바퀴를 남기고 미끄러졌다. 3위로 치고 올라갔다 네덜란드의 야라 폰 케르코프에게 추월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그대로 미끄러졌고, 4년을 기다려온 올림픽 메달의 꿈을 접고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 성취의 눈물
‘스노보드 천재’ 재미교포 클로이 김(18)의 눈물은 ‘행복의 눈물’이었다. 그는 지난 13일 평창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3차 시기에서 98.25점을 얻어 만점(100점)에 가까운 점수로 시상대 가장 위에 섰다. 완벽한 경기력을 펼친 클로이 김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시상대에 선 그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모두가 천재라고 부른 그는 사실 누구보다 연습량이 많은 선수였다. 18세의 어린 나이로 성인들도 힘들어하는 훈련량을 견뎌온 그였다. 클로이 김은 “오랫동안 훈련을 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한 사람으로서, 운동선수로서 이겼다는 생각에 행복의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미국)는 지난 14일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 3차 시기에서 결승선을 통과한 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하늘을 바라보며 포효했다. 전광판에 97.75점이라는 숫자를 확인한 그는 이내 고글을 벗어 던지고 눈 위에 무릎을 꿇었다. 고개를 숙인 그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그의 눈물은 지난 4년간 수차례의 수술을 견디고 재기에 성공한 자신에게 주는 ‘보상의 눈물’이었다.
화이트는 이번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지난해 10월 뉴질랜드에서 훈련 도중 얼굴 부상으로 이마를 62바늘 꿰매는 대수술을 해야 했다. 앞선 9월에는 훈련 도중 공중에서 떨어져 엉덩이와 간을 다치기도 했다. 올림픽 2연패(2006 토리노, 2010 밴쿠버) 후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의 부진(4위)을 설욕하기 위해 평창행을 준비하던 그에겐 선수생명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화이트는 쓰러지지 않았고 극적으로 평창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평창에서 재기에 성공하며 황제의 귀환을 알렸다. 피겨 페어의 여왕 알료나 샤프첸코(34·독일)는 금메달을 확정하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무려 올림픽 5수 끝에 정상에 섰다. 벅차오르는 감격으로 인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 보상의 눈물
최민정의 또 다른 눈물은 ‘굳은 결의’가 담겼다. 최민정은 17일 열린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골인 지점까지 1바퀴를 남겨놓고 경쟁자들을 일찌감치 따돌리는 완벽한 경기력을 뽐냈다. 결승선을 통과한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코치에게 안겨 또 한 번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나흘 전과는 다른 의미의 눈물이었다. 얼굴은 눈물범벅이 됐지만 이번엔 환하게 웃었다. 최민정은 “이제 부모님과 가족여행을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자 루지 1세대’ 성은령은 루지 여자 싱글에서 18위를 기록했다. 독일에서 귀화한 에일리 프리쉐가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한 상황이었다. 인터뷰 중 성은령은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며 자신의 오랜 열정의 끝을 기억했다.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인 ‘아이언 맨’ 윤성빈(24)도 연약한 인간이었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4년간 참아온 눈물을 원 없이 쏟았다. 그의 눈물은 ‘고마움의 눈물’이었다. 윤성빈은 지난 17일 공식 기자회견에 앞서 이용 한국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에게 금메달을 직접 걸어주었다. 소파에 앉아 있던 이 감독은 예상하지 못한 제자의 행동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메달을 걸어준 윤성빈도 순간적으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 감독은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눈이 부었다. 아침에 (윤)성빈이가 갑자기 금메달을 걸어줘서 울컥했다. 훌륭한 제자 덕에 행운의 지도자가 됐다”고 감격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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