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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성빈아, 네가 몰래 흘린 눈물이 올림픽 역사 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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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빈 스켈레톤 입문시킨 고교 은사의 편지

305㎝나 되는 농구 골대를

제자리 점프로 잡는 모습 보고

썰매 개척자 강광배 교수에 추천

“모든 게 끝났으니 환하게 웃자”
한국일보

지난해 3월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테스트 이벤트 당시 김영태(왼쪽)교사와 윤성빈. 김영태 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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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내 제자 성빈아! 네가 한국 최초로 썰매 종목 금메달을 따며 한국 올림픽의 역사를 새로 쓴 지도 벌써 이틀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다니는 대회마다 우승을 거머쥐며 이미 세계 최강이 돼 있던 너였지만, 올림픽을 앞두고서는 네 어머니와 함께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걱정했던 게 민망해질 정도로 너무나도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는 널 보면서 현장에서 이를 지켜보던 나도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정말 대견하다.

너를 처음 본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을 워낙 좋아해서 쉬는 시간 마다 장난 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어느덧 늠름한 금메달리스트가 돼 있구나.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항상 해맑게 웃는 너의 모습이 지금의 너를 만든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도 대학시절까지 운동 선수의 꿈을 키웠고, 운동을 유독 좋아한 너와 함께 방과 후에 몸을 부딪치면서 우리는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지. 앞으로도 그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그 웃음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네가 고등학교 2학년 말, 체대 입시반에 들어오면서 우리의 인연은 시작됐지. 다른 학생들이 제자리 멀리 뛰기를 270㎝ 뛸 동안, 너는 별 다른 연습도 안 하고 300㎝씩 뛰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305㎝나 되는 농구 골대를 제자리 점프로 잡는 모습을 보고서는 ‘운동을 위해서 태어난 아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학창시절 농구선수로 활동했기에 그 장면은 더욱 더 인상적이었다. 이후 우연한 기회에 너를 강광배 교수에게 소개하게 됐고, 강 교수는 이 분야에서 워낙 전문가이시니 너를 훌륭한 선수로 키워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성빈아, 스켈레톤 국가대표가 되고 나서 빡빡한 대회 일정 가운데 틈날 때 마다 찾아와서 이야기 들려주고 전화해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어디 다친 데는 없는지, 컨디션 조절은 잘 하고 있는지, 음식은 입맛에 맞는지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는데 시합에 방해 될 까봐 마음대로 연락도 잘 하지 못했다. 가끔씩 연락이 닿았을 때 힘든 건 없느냐고 물어볼 때 마다 힘든 내색 한 번 안 했던 성빈아, 겉으로는 씩씩한 척 했지만 속으로 왜 힘든 게 없었겠니. 1,2차 주행 후에 언론과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기사를 보니 남몰래 속으로 했을 마음고생이 느껴져서 나도 코끝이 찡했다.

보름 전, 올림픽경기에 나서기 전 너에게 따뜻한 밥이라도 한 끼 먹이고 싶어 연락을 취했는데 선수촌에서 나가기가 힘들다는 대답을 듣고 마음 한 켠에 미안함 마음이 있었는데, 너의 금메달로 모든 게 해소된 것 같다. 이제는 모든 게 끝났으니 긴장을 풀고 환하게 웃어보자. 수고했다, 내 제자 성빈아!

김영태 관악고 교사
한국일보

윤성빈의 재능을 알아보고 스켈레톤 입문을 권유한 김영태 교사가 16일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를 방문해 윤성빈의 금메달 레이스를 지켜봤다. 김영태 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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