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쇼트트랙 1500m서 5위
연습삼아 시작한 스피드스케이팅, 소치서 1500m-팀추월 2관왕
“쇼트트랙은 이번이 마지막 출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을 오가며 경기를 펼친 네덜란드의 요린 테르모르스(29) 이야기다. 테르모르스는 평창 올림픽에서 유일하게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에 출전하는 선수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두 종목에서 테르모르스가 거둔 성적은 놀랍다. 14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에서는 1분13초56으로 새 올림픽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졌던 고다이라는 테르모르스의 벽을 넘지 못한 채 2위에 그쳐야 했다. 내친 김에 쇼트트랙에서 메달 획득을 노렸으나 최민정 등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하지만 1500m 세계랭킹 15위인 그가 올림픽에서 거둔 성적(5위)도 의미가 있다. 경기를 마친 그는 밝은 표정으로 “충분히 즐겼고 스스로 자랑스럽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네덜란드에서 테르모르스의 본업은 쇼트트랙이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도 쇼트트랙으로 데뷔했다. 세계무대의 벽을 실감한 테르모르스는 이듬해 코치의 권유로 스피드스케이팅 연습을 시작했다. 주행능력을 기르기 위해서였다. 2012년부터는 쇼트트랙 외에 스피드스케이팅에도 출전했다. 물론 ‘부업’이다.
하지만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거둔 성적이 월등했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테르모르스는 쇼트트랙 500m(6위), 1000m(5위), 1500m(4위), 3000m 계주(실격) 전 종목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테르모르스는 금메달 두 개를 목에 걸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와 팀추월에서 1위를 했다. 평창 올림픽에서 그를 단상 가장 높은 곳에 서게 한 종목도 스피드스케이팅이었다. 이로써 부업으로만 금메달 세 개를 획득한 선수로 남게 됐다.
테르모르스의 ‘겸업’은 평창 올림픽에서까지만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세월이 흘러 그도 어느덧 서른 줄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기 때문. 그는 “올림픽을 끝으로 앞으로 스피드스케이팅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경기가 사실상 그의 마지막 쇼트트랙 레이스였던 셈이다.
서로 다른 두 종목에서 세계 수준급 선수들과 경쟁해온 그가 본 종목별 특징은 무엇일까. 테르모르스는 “스피드스케이팅은 앞만 보고 달리면 돼 ‘빨리’라는 단어에 집중했지만 쇼트트랙은 주행뿐 아니라 몸싸움, 전략 등 다양한 걸 고려해야 해 무척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최민정, 박승희 등 한국 선수들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처럼) 선수층이 두꺼운 곳에서 경쟁력을 길러왔다면 해볼 만했을 것”이라고 웃었다.
강릉=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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