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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올림픽 NOW] '단일팀 지속?' 남과 북의 같으면서도 다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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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강릉, 조영준 기자] "우리는 하나다!" "조국통일"

강릉 관동하키센터로 향하는 길에는 많은 주민이 한반도기를 들고 서 있었다. 이들의 함성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태운 버스가 들어오자 한층 커졌다. 강릉 시민들과 관동대학생 여기에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소속 재일동포 응원단원들도 이곳을 찾았다.

경기 전부터 관동하키센터 주변은 축제 분위기였다. 마치 홈팀이 승리한 뒤 기뻐하며 경기장을 나오는 팬들을 보는 느낌이었다. 이런 점을 볼 때 이번 단일팀의 의미는 '승패'에 있지 않았다. 1991년 탁구와 청소년 축구 대표팀 이후 27년 만에 성사된 단일팀이라는 점에 큰 의미가 있었다. 지난해 남과 북의 갈등과 긴장 고조는 최고였다.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은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촉매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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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 스포츠의 의미로 단일팀이 구성됐는지의 여부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의 현실은 참담하다. 국내 실업팀은 한 개도 없고 선수층도 두껍지 않다. 운동에만 전념하면서 생계를 꾸린 선수는 많지 않다. 국가 대표 팀이 이들이 몸을 담을 유일한 둥지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 선수들은 운동 외에 다른 부업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선수 각자가 독특한 사연이 있다. 이런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 팀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빙판 위의 우생순'이라는 스토리가 탄생했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들의 스토리가 올림픽까지 계속 이어지기를 원했다.

그러나 북한의 올림픽 출전이 결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평화 올림픽'을 슬로건으로 내건 평창 올림픽은 단일팀을 추진했다. 결국 여자 아이스하키에 북한 선수가 가세할 것으로 결정됐다. 이러한 일은 일사천리에 진행됐다. 북한은 지난달 초 공식적으로 평창 올림픽 출전 의사를 밝혔다.

북한 선수 12명이 합류한 날은 25일이다. 2월 9일 개막하는 올림픽을 생각할 때 이들이 호흡을 맞출 시간은 매우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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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일은 10일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B조 조별예선 1차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단일팀 '코리아'의 첫 상대는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스위스였다. 단일팀은 1피리어드 초반 몸을 아끼지 않은 수비로 스위스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단일팀의 한수진(31)은 단독 골 기회를 잡았고 회심의 슈팅을 했다. 비록 이 슛은 빗나갔지만 스위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깬 이는 스위스의 기둥인 알리나 뮐러였다. 15살의 어린 나이에 스위스 국가 대표가 된 그는 세계적인 골잡이다. 탁월한 골 결정력을 지는 그는 4골을 기록했다. 단일팀 선수들은 개인기와 체력에서 스위스보다 떨어진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조직력이다.

남북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22명 엔트리 가운데 북한 선수 3명을 포함하기로 합의했다. 평가전에서 북한 선수들은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며 새라 머리(캐나다) 총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1차전에서 단일팀의 조직력은 흐트러졌다. 잦은 실수가 잦았고 패스도 어긋나기 일쑤였다.

단일팀의 에이스 박종아(22)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호흡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종아와 개회식에서 성화 공동 봉송자로 나섰던 정수현(22)은 "우리가 스위스보다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신력에서는 뒤지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림픽 첫 경기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 정수현은 "경기 전 두 쪽의 생각은 하나였다. 우리는 경기에서 감독 동지의 의도대로 했다. 그리고 북과 남 선수들은 한마음으로 경기를 치렀다"고 설명했다. 박종아는 "많은 국민들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았다. 앞으로 남은 두 경기에 집중하겠다"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경기가 열린 관동하키센터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이 참석했다. 또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 부장을 비롯한 북측 고위급대표단도 이 경기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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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역사적인 현장을 남과 북측 고위급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정치적인 질문도 몇 가지 받았지만 직접적인 견해는 피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의 마지막 질문은 "단일팀이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원하는가"였다.

여기서 남과 북의 시선은 조금 달랐다. 정수현은 "갈라진 둘보다 합쳐진 하나가 더 강하다"며 "단일팀으로 계속 갔으면 한다. 앞으로 하나로 나간다면 체육뿐만 아니라 무엇이든지 성과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박종아는 이번 단일팀의 장점도 말했지만 진행 과정에서 생긴 현실적인 문제도 꼬집었다. 그는 "긍정적인 면은 경쟁 구도가 아니다 보니 좋은 경쟁을 할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측면에서는 북측 선수 때문에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우리 선수가 생길 수 있다. 그런 점은 안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새라 머리 총감독은 단일팀을 이끌며 "시간이 아쉽다"는 말을 종종 남겼다. 현실적으로 새 멤버들을 받은 이후 보름 만에 경기를 치르기는 쉽지 않다. 조직력이 생명인 아이스하키에서 이런 점은 매우 치명적이다.

스위스와 경기에서 단일팀은 힘과 체력 기술은 물론 조직력에서도 완패했다. 과거 남북 단일팀이 안겨준 감동이 컸던 이유는 경기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단일팀으로 출전했다는 점에 의미를 둘 가능성도 있다.

박종아의 말처럼 선수들은 단일팀 얘기가 나올 때 "팀 전력이 중요하다. 선수들의 의견도 들어주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단일팀은 최상의 전력을 만들기보다 남북 선수가 함께 뛰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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