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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남녀 동등하게”…그래미 뒤덮은 백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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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우리를 침묵하도록 만드는 이들에게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고 싶다.”

가수 겸 배우 자넬 모네의 연설에 박수가 쏟아졌다. 이어진 무대에서 팝가수 케샤는 눈물을 쏟았다. 신디 로퍼, 카멜라 카베요, 줄리아 마이클스, 안드라 데이 등 여성 뮤지션들이 그를 끌어안았다. 케샤가 부른 노래 ‘프레잉’(praying)에는 전 프로듀서인 닥터 루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패소했던 케샤의 아픔이 담겨 있었다. 청중들은 기립 박수로 그를 위로했다.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인 ‘미투’(#MeToo) 운동은 29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제 60회 그래미 어워드에서도 이어졌다. 케샤를 소개한 모네는 “우리는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딸이자 어머니, 아내”라면서 “이제 여성과 남성이 모두 동등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서로를 믿으며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레드카펫은 백장미로 뒤덮였다. 레이디 가가, 마일리 사이러스, 켈리 클락슨, 리타 오라 등 여성 가수들은 백장미를 드레스에 달거나 손에 들고 레드카펫을 밟았다. 칼리드, 샘 스미스, 더 체인스모커스 등 남성 가수들도 함께했다. 할리우드 업계에서 시작한 미투 운동을 지지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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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지난 7일 개최된 제 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었다. 할리우드 업계 종사자로 결성된 단체 ‘타임즈 업(Time’s Up)’은 성추행·성폭력·성차별을 타파하자는 의미에서 골든글로브에서 ‘검은 옷 입기’ 캠페인을 벌였다. 이에 영감을 얻은 미국 음반업계는 유사한 단체인 ‘보이시즈 인 엔터테인먼트’(Voices in Entertainment)를 만들었다. 이들은 연대의 상징으로 백장미를 택했다. 그동안 음반업계는 할리우드와 비교해 미투 운동에 소극적이란 지적을 받았다. 이로써 음반업계 역시 뜻을 함께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남녀 연대는 이데올로기의 연대로 이어져 눈길을 모았다.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깜짝 등장하는 사전 녹화 영상이 방영됐다. 트럼프 백악관의 내막을 파헤친 화제의 저서 ‘화염과 분노’에서 발췌한 구절을 존 레전드, 스눕 독, 셰어, 카디 비, DJ 칼리드 등 유명 음악인들과 함께 낭독하는 오디션 패러디 영상이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맥도날드 사랑’을 꼬집는 구절을 직접 읽었다. 스크린에 처음 등장할 때 책으로 얼굴을 가렸던 클린턴 전 장관이 책을 아래로 내리면서 모습을 드러내자 청중은 크게 환호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그는 오랫동안 독살당할까봐 두려워했다. 그가 맥도날드에서 먹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아무도 그가 오는 것을 모르고, (맥도날드의) 음식은 안전하게 미리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낭독했다.

CNN에 따르면 그래미 프로듀서들은 1∼2주 전부터 클린턴 캠프와 접촉해 출연을 타진했다. ‘화염과 분노’ 중 다른 구절들도 후보에 올려 검토한 끝에 맥도날드 부분을 낭독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한다. 당초 2∼3명의 다른 인사들도 낭독 오디션에 캐스팅할 계획이었으나 시간이 촉박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턴 전 장관의 그래미 시상식 깜짝 출연에 트럼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트위터를 통해 “난 항상 그래미를 사랑해왔다. 그러나 예술인들이 ‘화염과 분노’를 읽게 한 것이 그래미를 망쳤다”고 적었다.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트위터에서 클린턴 전 장관을 겨냥, “그래미에서 가짜뉴스 책의 발췌본을 읽게 한 것은 대선에서 패배한 데 대한 위로상처럼 보인다”고 반격했다.

연대와 변화가 이날의 화두였지만, 정작 그래미는 이와 거리가 있었다. 보수적이란 평판을 받은 그래미는 올해도 힙합에 인색했다. 최다 노미네이트된 래퍼 제이지는 무관에 그쳤다. 강력한 후보였던 켄트릭 라마도 본상 대신 베스트 랩송 퍼포먼스, 베스트 랩 앨범 수상 등에 만족해야 했다. 대신 브루노 마스가 상을 휩쓸었다. 마스는 올해의노래, 올해의레코드, 올해의앨범 등 주요 3개 부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베스트 R&B 송, 베스트 R&B 앨범, 베스트 R&B 퍼포먼스, 베스트 엔지니어드 앨범 논 클래식까지 챙겨 총 7관왕에 올랐다. 마스는 “15세 때 하와이에서 1천명이 넘는 관객 앞에서 노래했다. 관광객들이 즐거워 하더라. 그때처럼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하고 싶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신인상은 캐나다 출신 알레시아 카라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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