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대한테니스협회 |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비록 부상으로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차세대 황제’의 등장을 알리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총상금 약 463억원)에서 ‘4강 신화’를 작성하며 일천했던 한국의 테니스 역사를 새롭게 쓴 22살 젊은 청년 정현(58위·한국체대)이 세계 테니스를 주름잡을 새로운 스타로 부상했다. 지난 연말 스포츠서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자신의 꿈을 “메이저 우승”이라고 밝혔던 그는 이번 호주오픈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도전과 활약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의 도전은 아쉽게 4강에서 멈췄다. 26일 호주 멜버른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호주 오픈 테니스’ 준결승에서 2세트 중반 발바닥 부상으로 더는 경기를 이어갈 수 없었다. 24일 남자단식 8강전에서 돌풍의 주역이었던 테니스 샌드그렌(미국)을 3-0으로 완파하고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의 꿈의 대결을 성사시켰던 정현이었지만 2주간의 강행군은 그의 발에 부담이 됐고 결국 부상으로 인해 경기 중간 포기를 선언해야 했다. 비록 우승의 꿈은 실현시키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 그의 활약과 성과는 그 이상이었다. 이번 대회서 내딛은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은 한국 테니스의 새로운 역사가 됐기 때문이다.
‘충 온 파이어!’ 이번 호주오픈에서 4강 진출을 확정하고 카메라에 남겼던 표현처럼 그는 활활 타올랐다. 메이저 대회 1승에 목말라하던 예전의 정현이 아니었다. 64강, 32강, 16강, 8강 고지를 차례로 점령했고 파죽지세로 4강까지 올라 세계 테니스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보다 순위가 높은 강자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1회전에서는 미샤 즈베레프(35위·독일)를 상대로 2세트까지 일방적인 경기를 펼친 끝에 기권승을 거뒀고, 2회전에서는 다닐 메드베데프(53위·러시아)를 3-0으로 가뿐히 제압했다. 그리고 3회전에서는 세계랭킹 4위인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를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제압했다. 처음으로 세계랭킹 10위 이내 선수에게 거둔 승리이자 생애 첫 그랜드슬램 16강 진출이었다. 이는 이덕희(1981년 US오픈)와 이형택(2000년과 2007년 US오픈)이 세웠던 한국 선수 그랜드슬램 최고 성적(16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기록이었다.
정현의 도전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22일 마침내 자신의 우상이었던 거함 조코비치까지 무너뜨리며 한국선수 누구도 밟지 못했던 ‘메이저 8강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조코비치는 불과 2년 전만하더도 코트의 ‘절대강자’로 통했던 전 세계랭킹 1위다. 현재도 세계 테니스의 ‘빅4’로 통하는 강자를 상대로 정현은 3-0(7-6<4> 7-5 7-6<3>) 완승을 거둬 TV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세계 테니스 팬들을 경악케 만들었다. 한국 최초의 메이저대회 8강 진출이라는 신기원을 이룬 정현은 8강전에서는 돌풍의 주역 테니스 샌드그렌(미국)을 3-0(6-4 7-6<5> 6-3)으로 완파하고 준결승에 진출해 한국 테니스의 역사를 또한번 새로 고쳐썼다.
정현은 29일 발표 예정인 세계랭킹에서 30위내 진입이 확실하다. 이형택이 남긴 세계 36위 기록을 뛰어넘어 역대 한국 선수 최고 랭킹 선수를 예약했다. 여기에 총상금에서도 이형택을 앞질렀다. 2015년 은퇴한 이형택은 20년 동안 총상금 235만5686달러(약 25억1000만원)를 벌었지만, 2014년 프로에 데뷔한 정현은 호주오픈 4강 진출 등으로 7억7700여만원을 벌어들여 4년간 약 26억1000만원을 수확해 맨 앞으로 나서게 됐다.
정현은 이제 한국을 넘어 아시아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쓸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선수중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에서 정현보다 나은 성적을 기록한 선수는 2014년 US오픈 준우승을 차지한 일본의 니시코리 케이가 유일하다. 20대 초반의 한국선수 정현은 이제 그 기록을 깰 수 있는 유일한 선수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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