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외신도 놀란 정현의 승리

한국인 최초로 테니스 메이저대회 8강에 오른 정현.

'조코비치가 교수님에게 무너졌다.' (미국 CNN)

'한국의 신예가 세계 무대로 향했다.' (영국 인디펜던트)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기대주다.' (프랑스 레퀴프)

정현(22·한국체대·세계 58위)의 선전에 외신들도 놀랐다. 정현은 22일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16강전에서 메이저 대회 12회 우승을 차지한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14위)를 세트스코어 3-0으로 꺾었다. 한국 선수가 메이저 대회 8강에 오른 건 정현이 최초다.

인디펜던트는 "한국의 신예(youngster)가 세계를 향해 크게 나아갔다. 놀라운 퍼포먼스로 조코비치를 이겼다"고 했다. 호주 언론 '디 에이지'는 "치명적이고 무자비한 힘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끈질긴 정현이 조코비치가 구사하는 샷을 모두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고 놀라워했다. 레퀴프는 "정현이 닉 키르기오스(호주·17위)나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4위)보다 덜 알려졌지만 세계적인 테니스 기대주"라고 설명했다. 호주오픈 공식 홈페이지는 대회 블로그를 통해 "스타가 탄생했다. 정현이 자신의 어릴 적 우상이던 조코비치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고 전했다.

미국 CNN은 '조코비치가 교수님에게 무너졌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도 '교수'라는 별명을 소개했다. 정현의 안경 때문이다. 정현은 심한 약시 때문에 테니스를 시작했다. 녹색을 많이 보면 눈에 좋다는 의사의 말에 실업 테니스 선수 출신이었던 아버지 정석진(52)씨가 테니스를 권유했다. 두꺼운 렌즈의 스포츠 고글을 착용하는 정현의 모습이 스포츠맨보다는 교수 같다는 평이다. 정현도 교수란 별명에 대해 "좋은 별명"이라며 만족스러워 했다.

정현(오른쪽)과 노박 조코비치가 3시간21분간의 혈전을 마친 뒤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세트스코어 3-0으로 완승한 정현은 ’어릴 때부터 우상이었던 조코비치의 플레이를 보면서 많이 배웠고 그 덕분에 오늘 구석구석 찔러넣는 공격을 할 수 있었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멜버른 AP=연합뉴스]

정현의 승리만큼 조코비치의 투혼도 큰 주목을 받았다. 조코비치는 오른 팔꿈치 부상 탓에 6개월간 투어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다 이번 대회에서 코트에 돌아왔다. 오른팔엔 압박 토시를 끼고, 3회전 경기 도중에는 메디컬 타임을 부르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서브 속도도 보통 때보다 10㎞ 정도 느린 180㎞대에 머물렀다. 경기 내내 인상을 쓴 조코비치는 고통을 이겨내려는 듯 큰 기합소리를 내며 스트로크를 날렸다.

AFP통신은 "조코비치가 지난해부터 고생한 팔꿈치 부상 때문에 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했다"고 패인을 짚었다. 뉴욕타임스는 "조코비치가 6개월 동안 치료했지만 첫 대회에서 부진했다. 어쩌면 수술을 받아야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조코비치는 "1세트 끝날 때부터 점점 아파 참고 뛰었다. 경기를 끝까지 마친 내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완전히 나을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서 내 기량을 찾겠다. 나는 테니스를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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