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강민호(왼쪽)가 지난해 10월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 경기에서 후배 투수 박세웅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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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를 피하면 호랑이를 만난다. 박찬호는 LA 다저스 시절 포수 마이크 피아자를 불편하게 여겼다. 자신보다 다섯살 위고 다저스의 간판 선수였던 피아자와는 소위 궁합이 잘 맞지 않았다. 피아자는 공격형 포수였다. 투수 리드보다는 타석에서의 결과에 더 신경을 썼다.
피아자는 1998년 시즌 도중 플로리다 말린스로 트레이드됐다. 아마 박찬호는 화장실로 가 남몰래 웃었을 것이다. 그런데 웬걸, 또 다른 공격형 포수가 다저스에 둥지를 틀었다. 여우 대신 안방을 차지한 호랑이 토드 헌들리였다.
박찬호는 헌들리와도 엇박자였다. 공격형 포수는 아무래도 자신의 타율이나 홈런에 더 마음을 쏟는다. 투수 리드는 그 다음이다. 헌들리는 통산 202개의 홈런을 기록한 강타자. 박찬호의 마음을 눈치 챈 짐 트레이시 감독은 헌들리 대신 채드 크루터를 파트너로 삼게 배려했다.
박찬호는 2000년 18승(자신의 최다승) 평균자책점 3.27의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그해 34경기에 나선 박찬호는 대부분 채드 크루터와 호흡을 맞췄다. 토드 헌들리와는 단 3경기뿐이었다. 크루터와의 31경기 평균자책점은 2.91, 헌들리와는 7.91을 기록했다.
2002년 텍사스로 옮긴 박찬호는 또 다른 공격형 포수 이반 로드리게스를 만났다. 역시나 궁합이 잘 맞지 않았다. 텍사스는 이듬해 사실상 은퇴 기로에 놓여있던 크루터를 영입했다. 오로지 한 가지 이유, 박찬호를 위한 조치였다.
롯데는 지난해 5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이대호의 가세로 타선이 두터워졌고, 박세웅(23), 김원중(25), 박진형(24) 등 신인투수들이 눈부시게 성장했다. 박세웅은 12승6패 평균자책점 3.68로 에이스급 성적을 냈다.
김원중은 처음으로 주축 투수에 이름을 올렸다. 7승을 기록했고 100이닝 이상(107⅓)을 소화했다. 박진형은 45경기에 출전해 4승2세이브10홀드를 남겼다. 중간과 마무리로 팀의 기둥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롯데는 팀 평균자책점 3위(4.56)에 올랐다.
올해는 어떨까? 롯데는 포수 강민호를 잃고 외야수 민병헌을 얻었다. 공격력의 득실은 따지기 쉽지 않다. 둘 다 우타자이고, 정확도에선 민병헌, 파워에선 강민호가 조금 앞선다.
그러나 포수라는 수비 비중을 감안하면 염려가 된다. 강민호는 공·수 모두 뛰어난 포수다. 롯데 마운드에는 앞서 언급한 투수들 외에도 좌투수 김유영(24), 부상에서 회복 중인 윤성빈(20), 용마고 출신 신인 이승헌(19)을 비롯한 유망주들이 꽤 있다. 이들이 홀로서기를 할 때까진 이끌어줄 포수가 필요하다.
롯데도 그런 점을 감안해 FA 강민호의 보상선수로 나원탁을 지명했다. 나원탁은 삼성의 2차 라운드 2지명 선수였다. 삼성에서 은밀히 공을 들여온 유망주 포수다. 이밖에도 김사훈, 나종덕, 안중열을 비롯한 안방마님 후보군이 있다. 국가대표 포수를 잃은 롯데 마운드는 여전히 탄탄할까.
texan50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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