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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하노이 수만명 "박항서" 외치며 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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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3 챔피언십 이라크 꺾어… 동남아팀 최초로 4강 진출

전엔 '슬리핑 원' 조롱 받았지만 현지 언론·팬, 朴감독에 "영웅"

베트남 축제의 밤이었다. 20일 밤 하노이와 호찌민 등 대도시 도심은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수만 명의 시민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금성홍기(베트남 국기)'를 흔들며 경적을 울리는 오토바이 행렬이 끊이지 않았고, 일부 팬은 버스를 흔드는 것도 모자라 버스 위에 올라가 격렬하게 환호했다. 거리 곳곳에선 폭죽이 터졌다. 마치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우리 모습을 보는 듯했다.

베트남 사람들을 광란에 빠지게 한 건 중국 쿤산에서 날아든 승전보였다. 베트남 축구 대표팀은 이날 AFC(아시아축구연맹) U―23(23세 이하) 챔피언십 8강전에서 이라크와 3대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5대3으로 이기고 준결승에 올랐다. 베트남은 2013년 창설해 3회째인 이번 대회에서 역대 최초로 4강에 오른 동남아시아 팀이 됐다. 베트남이 꺾은 이라크는 2013년 초대 대회 챔피언이다.

경기는 이번 대회 최고 명승부라고 할 만했다. 1―1에서 맞이한 연장전에서 베트남과 이라크는 두 골씩 터뜨려 승부차기로 흘러갔다. 승부차기에서 이라크는 첫 키커가 실축했고, 베트남은 키커 다섯 명이 모두 골망을 가르며 긴 승부를 마무리했다.

조선일보

이번 대회에서 일약 '베트남의 히딩크'로 떠오른 박항서(59·사진) 베트남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TV 인터뷰에서 감격에 겨워 또 한 번 울먹였다. 지난 14일 강호 호주를 이기고 목멘 목소리로 "베트남 국민에게 기적을 선사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던 박 감독은 이번엔 "기적이 더 일어날지도 모른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에서 최고 화제의 인물이다. 골을 넣을 때 어퍼컷을 날리는 것도 화제가 됐고, 벤치에서 열정적인 동작으로 작전을 지시하는 모습도 화제다. 이번엔 베트남 마지막 키커가 승부차기를 할 때 가슴이 떨린 듯 이영진 코치 뒤에 숨어서 보다가 승리가 확정되자 두 팔을 번쩍 든 모습도 화제가 됐다.

작년 10월 베트남 대표팀을 맡아 새 역사를 쓴 박 감독에게 언론과 팬들은 앞다퉈 '영웅' 칭호를 붙이고 있다. 베트남 감독에 선임됐을 때만 해도 박 감독은 주제 무리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별명인 '스페셜 원(special one·특별한 자)'에 빗댄 '슬리핑 원(sleeping one·조는 자)'이란 조롱을 들었다. 상무 사령탑 시절 벤치에서 조는 듯한 모습이 인터넷에 퍼진 탓이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장에 박 감독이 들어서자 베트남 취재진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베트남은 한국 시각 23일 오후 8시 30분 카타르와 4강전을 벌인다. 8강전에서 말레이시아를 2대1로 꺾은 한국은 23일 오후 5시 우즈베키스탄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우즈베키스탄은 8강전에서 막강 화력으로 일본을 4대0 대파한 팀이다. 한국과 베트남의 대결은 3·4위전이나 결승에서 가능하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베트남을 2대1로 이겼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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