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가족 재결합 금지법 제출…좌파당, '인종차별 본색' 비판
법안 통과 가능성 없어도 논란 통해 AfD 존재감 부각
독일 하원 AfD 의석 [AFP=연합뉴스] |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지난해 9월 독일 총선에서 '반(反)난민'을 기치로 제3정당 자리를 차지한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의회에서 본격적인 '난민 옥죄기'에 나섰다.
AfD가 난민 정책 가운데 먼저 손대려 하는 부분은 연립정부 협상 과정에서 최대 난제로 떠올랐던 난민 가족 재결합이다. 독일에 정착한 난민이 분쟁지역에 있는 가족을 데려오는 것에 대한 문제다.
AfD는 최근 극단적으로 난민 가족의 유입을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연방 하원에 제출했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고트프리드 쿠리오 의원은 지난 18일 하원에서 "독일로 오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끝내야 한다"며 말했다고 공영방송 도이체벨레가 20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는 이 제도가 독일에 정착한 난민의 친척이 아닌 같은 마을 출신들을 독일로 오게 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원에서는 이 법안이 제출되자 45분간 논쟁이 벌어졌다.
울라 제프케 좌파당 의원은 "인종차별주의 정당이 의회에 들어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주는 사안"이라며 "반인륜적인 의도를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프케 의원의 격한 발언에 사회민주당 소속의 토마스 오퍼만 하원 부의장은 "인종차별주의자와 우익 증오 발언, 나치 등의 용어를 자제해달라고 각 당 지도부에 요청했다.
독일 등으로 향하려다 마케도니아 국경 철책에 막힌 난민 [연합뉴스 자료사진] |
AfD가 제출한 법안은 '차위 보호' 대상자가 가족과 친척을 데려오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독일은 정치적 박해로 망명하려는 난민을 제네바 협정에 따라 '우선 보호' 대상자로 수용했고, 여기에 해당하지 않은 난민은 '차위 보호' 대상자로 받아들였다.
'차위 보호' 대상이 되면 난민 지위를 얻더라도 '우선 보호' 대상과 달리 가족을 데려오는 것이 2년간 금지되고, 거주 허가도 1년만 받은 뒤 매년 갱신해야 한다.
'차위 보호' 대상자의 가족 입국이 처음으로 시작되는 시점은 오는 3월 16일부터다.
이를 놓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은 연정 협상에서 연기를 주장해왔다.
반면, 사회민주당은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결국 예비협상 타결안에서 매달 1천 명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절충했다.
그러나 사민당 지도부는 당내에서 너무 양보했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이 부분에 대해 재협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이 20일 보도했다.
일단 기민·기사 연합 측은 난민 가족 재결합의 시행 시기를 7월 31일로 연기하는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지난해 기민·기사 연합, 녹색당과의 연정 협상 테이블을 깨고 나왔던 자유민주당은 난민 가족 재결합을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당시 협상이 결렬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난민 가족 재결합에 대한 의견차였다.
녹색당은 난민 가족 재결합에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찬성파는 난민 가족 재결합은 사회통합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최근 독일 연방가족부의 지원 속에 취리히대학 연구팀이 난민 범죄 문제를 분석한 결과, 젊은 이민자의 가족을 입국시켜 가족이 결합하도록 하는 게 젊은 이민자들의 행동을 제어하고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fD의 입법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기성 정당은 모두 AfD과 공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천명해왔다.
기존 보수정당도 난민 가족 재결합을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지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었다.
그러나, AfD로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시도로 보인다.
의회에서 논란을 일으키며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고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다.
AfD는 총선 과정에서도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이 되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사용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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