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뒤 빠른 승부, 받을 땐 긴 랠리... 다음 상대는 세계 4위 獨 즈베레프
정현이 18일 호주 오픈 남자단식 2라운드에서 강력한 서브를 넣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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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테니스 간판’ 정현(22)이 올해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 오픈에서 32강이 겨루는 3라운드에 진출했다. 정현이 메이저 대회 3라운드에 진출한 것은 지난해 6월 프랑스 오픈에 이어 2번째다.
정현은 18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2라운드에서 동갑내기 라이벌 다닐 메드베데프(22ㆍ러시아)를 세트 스코어 3대 0으로 완파했다.
정현은 1세트 초반 서브로 압도했다. 크로스 서브는 각도가 깊었고, 직선 서브는 묵직하게 힘이 실렸다. 상대가 리턴을 하더라도 예리한 각도의 스트로크로 상대 진영에 공을 꽂아 넣었다.
강력한 서브를 앞세워 자신의 서비스 게임에서는 빠른 타이밍에 승부했고, 반대로 메드베데프 서비스 게임에서는 상대방이 허점을 드러낼 때까지 긴 랠리를 펼치는 전략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실제로 메드베데프는 2세트부터 라켓을 땅에 짚고 숨을 거칠게 몰아 쉬는 등 체력의 열세를 드러냈다. 38도에 이르는 무더운 날씨도 메드베데프의 다리를 무겁게 했다.
메드베데프는 자신의 주 무기인 큰 키(198㎝)에서 찍어 누르는 강력한 서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첫 서브는 연달아 폴트가 됐고, 안전하게 넣은 두 번째 서브는 번번이 정현에게 반격당했다. 2세트 초반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잃은 뒤에는 정현에 내내 끌려 다녔다.
1세트 12게임이 고비였다. 게임 스코어 5대 6(30-40)으로 1세트를 상대에게 내줄 위기였다. 정현은 그러나 과감한 발리 푸시로 6대 6 듀스를 만들었고 이어진 상대 범실로 타이브레이크로 끌고 간 뒤 세트까지 가져왔다.
정현의 다음 상대는 알렉산더 즈베레프(21ㆍ독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현이 1라운드에서 기권승을 거뒀던 미샤 즈베레프(31ㆍ독일)의 동생이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세계 랭킹 4위다. 하지만 정현은 지난해 바르셀로나 오픈 16강에서 알렉산더에게 2대 0(6-1, 6-4) 완승한 기분 좋은 기억이 있다.
한편, 이번 호주오픈에선 1회전을 치르지 않고 포기한 선수는 단 1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메이저대회로 확대 적용된 ‘먹튀 방지법’이 효과를 발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호주 오픈 1라운드에 참가한 128명 남녀 선수 가운데 기권한 선수는 미샤 즈베레프(독일) 1명뿐이다. 즈베레프는 정현과의 1라운드에서 1세트를 6대 2로 내준 뒤 2세트에서도 4대 1로 끌려가자 경기 중간 기권했다. 대회당 평균 남자 선수는 3.13명, 여자 선수는 1.05명이 1라운드를 제대로 치르지 않고 포기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권 선수가 크게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윔블던 대회에서는 남자 8명 여자 1명 등 9명이나 1라운드에서 기권했다.
테니스 그랜드슬램위원회는 일부 선수들의 무분별한 ‘1라운드 기권’을 막기 위해 지난해 11월 일명 ‘먹튀 방지 규정’을 올해부터 적용한다. 1라운드가 열리기 직전(현지시간 낮 12시) 기권한 선수에겐 1회전 출전 상금의 50%만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나머지 50%의 상금은 기권자 대신 1회전에 출전했다가 패한 선수에게 돌아간다. 또 경기 도중 기권하더라도 심판이 판단했을 때 지나치게 무성의한 플레이를 한 선수에게는 많은 액수의 벌금을 부과한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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