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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예지 ‘Last Breath’ 뮤직비디오 화면 캡처
때로는 재치 있는 공감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한국계 미국인 뮤지션인 예지(Yajie)는 ‘Last Breath(마지막 한숨)’에서 우울증을 화장품으로 표현했다. ‘이 제품은 우울증이라고 하는데 24시간 안 지워지고 싶은 한숨을’이라는 가사에서 예지는 누구나 마음 속에 갖고 있는 우울의 잔상을 화장품의 효과처럼 비유했다. 이는 뷰티 유튜버의 메이크업 지침을 패러디한 뮤직비디오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진한 공감과 웃음을 자아낸다.
이 외에도 예지가 소개하는 화장품 목록은 몇 개 더 있다. 예지는 ‘자존심을 이렇게 손가락 위에 조금 덜어서 무릎 위에 천천히 펴서 발라주세요’’쪽팔렸던 기억들은 이제 내후년 위에 자연스럽게 도포하시면 되시는 거고’’아직 알 수 없는 내일을 손등에 올리고 동그랗게 펴서 잘 덜어주고’라며 우울을 불러 일으키는 흑역사, 미래의 불투명함을 어떻게 소비하면 될지 슬기롭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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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센스 ‘Real Thing(Demo)’ 커버 / 사진제공=비스츠앤네이티브스
‘Real Thing’은 ‘수고했어, 잘했어’라는 말을 이센스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곡이다. 그는 경쟁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욕망을 ‘니 의지가 만들어 냈던 아름다움’이라며 솔직하게 바라보고 존중한다. 이어 ‘넌 움직여 왔어 충분히’ ‘근데 놓치면 안 돼 너의 밸런스’라며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느리게 숨쉬어 보라고 말한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내리며 완벽해 보이는 타인들의 삶에 무력감을 느끼는 이들에게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저 인스타그램의 반은 가짜라고 툭 내뱉는다. 현실과 맞닿은 위로다. 한 박자 쉬어가라는 내용의 가사처럼 이센스는 시작부터 끝까지 느긋한 비트에 여유로운 랩으로 곡을 이어간다. 듣기 편할 뿐더러 이센스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이센스가 발매를 예고한 새 믹스테이프 ‘이방인’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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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셜스타 ‘혼자 이 밤을’ 커버 / 사진제공=컬쳐띵크
‘혼술(혼자 마시는 술)’’혼맥(혼자 마시는 맥주)’ 등의 유행어가 의미하는 건 홀로 잠 못 드는 밤을 보내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크루셜스타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노래로 올해를 시작했다. 그의 올해 첫 싱글 ‘혼자 이 밤을’은 크루셜스타가 ‘혼자 이 밤을 견뎌내야 했던 나와 닮은 모두에게’ 보내는 곡이다.
곡에서 크루셜스타는 혼자 떨어져 있는 섬에서 외로이 살려달라고, 다시 나를 꺼내달라고 외친다. 우울과 고독의 끝에 가서야 느낄 수 있는 어두운 감정들이 크루셜스타의 절제된 보컬과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함께 흐른다. 우울할 때 더 슬픈 영화를 보는 사람들, 고독을 고독으로 이겨내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곡이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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