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출신 소년의 동갑 소녀 살인 사건이 도화선
손 엑스레이 [연합뉴스 자료사진] |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에서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15세 난민 소년이 동갑인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사건을 놓고, 정치권이 난민을 상대로 의학적인 연령 측정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잇달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2일(현지시간)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의 정치인들은 지난달 28일 살인 사건이 발생한 뒤 이 같은 주장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살해당한 소녀의 부모는 용의자가 미성년자가 아닐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독일 당국은 난민이 조국을 탈출하면서 신분증을 미처 챙기지 못하거나 분실해 연령을 파악하는 데 애로를 겪어왔다.
바이에른주 내무장관으로 기사당 소속의 요하임 헤르만은 "명확하게 미성년자로 보이지 않는 난민을 상대로 엄격한 의학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면서 "너무 많은 난민이 가짜로 청소년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민당 부대표인 토마스 슈토블도 언론 인터뷰에서 손목뼈의 엑스레이 검사 의무화를 요구했다.
기사당은 오는 7일 시작하는 사회민주당과의 대연정 협상에서 기민당과 함께 이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
사민당의 의료 분야 전문가인 카를 라우터바흐는 의학적 검사가 충분히 정확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反)난민을 기치로 내건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2년 전부터 의학적 검사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의료 협회는 의학적 검사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의료협회는 전날 성명에서 "신체의 권리에 대한 침해로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면서 "연령 측정 방법은 많은 오류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난민을 상대로 한 의학적인 연령 측정은 자신의 나이를 증명하기를 원하는 망명 신청자나 난민을 상대로 자발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다만, 범죄와 관련된 경우에는 엑스레이를 사용한 연령 측정이 의무적으로 실시된다.
의사들이 외모와 치아를 살펴보고, 엑스레이로 손뼈와 쇄골을 검사해 나이를 판별한다.
부모 없이 독일에 온 젊은 난민은 18세 이하의 미성년자로 판명되면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미성년 난민은 법적 후견인과 연결되고 청소년 숙소를 배당받고 재정적 지원을 받는다.
또한, 학교를 다니고 부모를 독일로 데려올 수 있는 권리도 갖는다.
지난해 독일로 온 난민 숫자는 급격히 줄었지만, 부모 없이 온 미성년자의 비중은 증가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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