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서 안식 찾은 시리아 소녀 “내년엔 장난감 많이”
조혼 거부한 14살 세네갈 소녀 “공부 계속해 의사 될래요”
네덜란드에 정착한 시리아 난민 소녀 아메나(5)의 새해 소원은 “장난감을 많이 갖는 것”이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내년엔 장난감을 많이 갖고 싶어요!”
생사를 오가는 전쟁터를 가까스로 빠져나와 이제 막 한숨을 돌린 다섯살 난민 아메나의 새해 소원은 ‘장난감’으로 돌아가 있었다. 아메나는 내전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를 떠나왔다. 부모는 심장질환을 앓는 아메나를 치료하려고 탈출을 감행했다. 가족과 함께 망망대해를 떠다니다 구조됐을 때, 아메나는 천식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난민선에서 병원까지 헬기로 긴급 이송될 정도로 상태는 심각했다. 무사히 구조돼 치료를 받은 아메나는 이제 회복됐고, 가족은 네덜란드에서 보금자리를 얻었다.
국제구호개발 엔지오 세이브더칠드런이 <한겨레>에 세계 각지 난민·빈민 어린이들의 송구영신 편지를 전해왔다. 2017년 가장 좋은 추억과 2018년 소망을 한 가지씩 담고 있다. 미얀마 군부의 인종청소를 피해 방글라데시 난민 캠프에 머물고 있는 로힝야 소녀부터 조혼을 거부하고 학교에 남은 세네갈 소녀까지, 아이들이 지나온 짧은 삶은 한 편의 긴 잔혹 동화였다. 지구촌 후원자의 온정과 인도주의 단체의 노력으로 잠시 웃음을 되찾은 아이들의 새해 소망은 장난감, 예쁜 옷, 공부, 장래희망 등 무탈한 나라의 또래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4살 로힝야 소녀 사지다는 방글라데시의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집으로 돌아가 자기 재봉틀로 큐빅으로 장식된 예쁜 드레스를 다시 만들고 싶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4살 사지다는 로힝야족이다.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에 도착하기 전, 사지다는 고향인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총에 맞아 죽는 사람을 봤고 국경 근처에서는 더위와 굶주림에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봤다. 그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이제는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났지만 집과 학교, 친구를 잃은 빈자리가 컸다. 사지다는 난민 캠프에서 책 읽고 공부하고 놀 때 ‘그때 본 것’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지만, 그 전에 미얀마 집으로 돌아가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사지다는 새해 “집에 있는 재봉틀로 큐빅으로 장식한 아름다운 드레스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세네갈 14살 소녀 아슈미는 올해 초 조혼을 거부하고 학교에 남았다. 장래희망은 의사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세네갈에 사는 14살 아슈미는 올해 초 인생의 큰 고비를 넘겼다. 그의 부모는 조혼 풍습에 따라 딸을 나이 많은 친척과 결혼시키려 했다. 마침 세이브더칠드런이 이 지역에서 아동 결혼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아슈미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버텼다. 결국 약혼은 깨졌고 아슈미는 학교로 돌아갔다. 지금은 고교를 마친 뒤 공부를 계속해 의사가 될 꿈에 부풀어 있다.
이집트의 17살 사브린은 양과 오리 등을 키워 팔며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세이브더칠드런은 전쟁 중인 국가가 아니더라도 빈민 지역 어린이를 위한 구호·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집트·인도네시아에서 운영되는 ‘행동하는 젊음’ 프로그램에서 읽기·쓰기·수학과 자립을 위한 다양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포기했던 꿈을 되찾아 나가고 있다. 이집트의 17살 소녀 사브린은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10살 이후로 학교에 갈 수 없었다. 사브린은 올해 행동하는 젊음에서 교육을 받게 됐고, 양과 오리를 키워 파는 사업을 시작했다.
11살 멕시코 소년 하이로는 올해 “글 읽는 걸 배우기 시작한 때”를 가장 잊지 못할 순간으로 꼽았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인도네시아 소녀 안젤리타는 “만일 우리가 선생님이 되고 싶다면, 만일 우리가 의사가 되고 싶다면, 만일 우리가 배운다면, 그러면 우리는 그렇게 될 수 있다”며 배움의 기쁨과 희망을 밝혔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1살 하이로는 멕시코 과밀 지역에서 나무 널빤지와 합판 지붕으로 만든 간이주택에 산다. 이 나라 빈민가에는 읽고 쓰는 것조차 배울 기회가 없는 아이들이 많다. 하이로는 올해 처음으로 세이브더칠드런의 장난감 도서관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2017년 가장 좋은 추억을 떠올리던 하이로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웃으며 “글 읽는 걸 배우기 시작한 때”라고 말했다. 하이로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될” 내년을 기대한다. 9살 안젤리타는 인도네시아에서 이야기와 노래, 놀이가 접목된 읽기 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한번도 결석한 적이 없는 모범생이다. 과학책을 사랑하고 교사나 의사가 되고 싶다는 안젤리타가 말했다. “만일 우리가 선생님이 되고 싶다면, 만일 우리가 의사가 되고 싶다면, 만일 우리가 배운다면, 그럼 우리는 원하는 대로 될 수 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레바논 난민 캠프에 있는 6살 시리아 소녀 라마는 어린이집에서 새로운 단어와 노래를 배우며 다시 꿈을 찾아가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집트의 17살 야스민은 세이브더칠드런 ‘행동하는 젊음’ 프로그램에서 자립 훈련을 받으며 봉제업 창업을 계획하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집트 17살 소녀 이스라는 세이브더칠드런 ‘행동하는 젊음’ 프로그램에서 읽기, 쓰기, 수학을 배우며 오리 사육업을 준비하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우간다 9살 소녀 베네티아는 세이브더칠드런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다시 학교로 돌아갔고, 열심히 공부해서 간호사가 되고 싶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