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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SW이슈] 신태용 감독 '수 싸움'서 밀리면 명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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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수(手) 싸움’에서 밀리면, 2018 러시아월드컵으로 향하는 과정이 힘들어진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9일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치른 중국과의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1차전에서 2-2로 비겼다. 전반 9분 중국의 웨이스하오에게 먼저 실점했지만, 전반 12분과 19분 각각 김신욱과 이재성(이상 전북)이 득점포를 쏘아 올리며 역전했다. 그러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후반 31분 위다바오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3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 0-1 패배에 이어 최근 2경기에서 모두 실점했고, 1무1패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중국은 이번 대회에 젊은 선수를 주축으로 2군이 출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더 크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은 월드컵 본선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약점’이 모두 쏟아냈다. 우선 전반 초반 허무하게 실점한 점, 그리고 2-1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동점골을 허용한 것은 그만큼 집중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점 장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대인 방어에 실패했다. 모두 상대 공격수보다 수비 숫자가 더 많았지만, 공격수 마크에 실패하며 골을 내줬다. 문전에서 상대 공격수를 놓치는 장면은 월드컵 최종예선, 지난 10월 러시아(2-4패), 모로코(1-3 패)에서 지속해서 지적된 부분이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절대 나와선 안될 장면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아쉬웠던 부분은 수차례 결정적인 득점 기회에서 추가골로 연결하지 못했다. 공격수들의 결정력 부재 역시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약점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개선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대인방어 실패와 결정력 부재는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반복된 훈련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선수 개개인의 집중력, 전술 소화 능력은 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전술의 ‘수 싸움’에서 패한 부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날 한국 축구는 중국의 전술 변화에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태용호는 이날 경기 초반 실점했지만, 곧바로 역전에 성공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그리고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상대에게 이렇다 할 기회를 내주지 않고, 세차게 몰아붙였다. 추가 득점에 실패한 부분은 아쉬웠지만, 기세를 살려간다면 후반에서도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중국은 후반전 들어 전술에 변화를 줬다. 세계적인 명장으로 꼽히는 마르셀로 리피 중국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측면 공격수 웨이스하오를 빼고, 측면 수비수 리쉐펑을 투입하며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전환했다. 선제골을 터트린 공격수를 전반 종료 후 교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리피 감독은 과감했다.

이 변화는 경기 결과를 바꿨다. 중국은 스리백 전환과 동시에 김신욱의 고공 플레이를 봉쇄에 성공했다. 한국은 김신욱이 고립되면서 공격의 흐름이 끊겼고, 이에 역습을 허용하며 동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벤치도, 그라운드의 선수들도 상대 전술 변화에 침착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고전했다.

한국 축구는 월드컵을 앞두고 전술을 강화하기 위해 토니 그란데와 하비에르 미냐노 코치를 영입했다. 지난 11월 평가전에서 두 베테랑 코치 영입이 효과를 보는듯 했지만, 여전히 전술 운용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대로라면,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토트넘) 기성용(스완지시티) 권창훈(디종) 구자철(아우스크부르크) 등이 가세해도 전력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 E-1 챔피언십의 결과,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야 할 플랜B 수립도 중요하지만, 우선 전술 강화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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